늙은 귀 멍울 호 당
2014.2.27
집음기의 기능이 뚝뚝 떨어진다
바삭 소리만 나도 귀를 새워
감지하던 쫑긋 새운 숫캐 귀 같았는데
오래 묵으니 무딘 칼날이 되었다
들어도 잊고 들어도 안 들리고
영혼을 공중에 둥둥 띄워놓고
빈 고깃덩이만 흐느적거린다
홀연히 떠올리는 기억
부당한 금리 계산을
상품권 석 장으로 가늠하다니
하얀 백합이 환한 등불을 달고
마이크를 걸고 흐르는 음향에
내 낯빛이 붉게 물들인다
늙은 학 한 마리 냇물에 거닐었으나
미꾸라지는커녕 백합이 내뱉는
마이크 소리에 화들짝 입 벌려
공중을 난다
늙은 학의 귀 멍울이 확 뚫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