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어느 멋진 여름날
호당의 작품들
2014. 3. 6. 07:30
어느 멋진 여름날
호 당 2014. 3. 6
피톤치드를 내뿜는 소나무 숲이 헉헉거린다
자작나무는 일찍부터 과하게 헌혈한 몸
지금은 거뜬히 회복하여 뜨거운 수액을 밀어
올리는 중이다
무거운 짐이 힘겨웠는지 먹구름이 홀가분하게
벗어 내렸다
대지의 초록이 더운 몸 흠뻑 목욕하고 맨몸으로
말리는 중이다
아스팔트의 체온이 조금 내려갔다
검은 장막에서 나는 샤워를 하고 마음 놓고
뽀얀 살갗을 들어내 여름을 말리는데 불쑥
나타난 당신, 사워 실로 직행 물소리 요란하다
창밖 가로등으로 모여든 벌레들 기고만장 난교
하는 듯 어지럽게 한판 벌린다
오늘 이 시간을 위하여
연분홍 스텐드 불빛이 유난히 밝은 멋진 여름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