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옷 수선공 호 당 2014.5.21
나는 한 평 남짓한 공간이 내 생활의 터전
재봉틀 하나가 내 생을 지키는 지주
당신 버금가는 동반자
숲의 나이테들이 맘껏 숨 쉬고 내 뿜고
새들과도 노닥거리기도 하지
나는 숨 막힐 듯한 공간에 어항에 갇힌 금붕어
물갈이 오래된 금붕어처럼 빠르게 아가미질 해도
숨차다
병원 수술대의 눈동자에 근심 어린 마음들이
장마전선을 만들어 그쪽으로 비를 뿌리지만
옷가지 수술대는 수술방법만 내리면 장마전선은
사라지고 메마른 시간이 내 것
침상 아래 털갈이한 듯한 오리털이
숲에서 밀려난 듯한 메마른 낙엽들이 깔렸고
모두 낙오된 시간만 갖고 있다
보조 간호사의 도움은 사치스런 말
오직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 속에
재봉틀 소리만 나를 달랜다
수술이 잘 되면 꽃다발이 있지만
나의 박음질이 끝난 옷가지에
핀잔 시간만 없으면 다행이다
치수를 고르고 모양을 닦아내고 흘러간
옛 가요를 더 맛깔스럽게 다듬어주면
내 헌 옷 수선공도 보람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