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성급했다 호당의 작품들 2014. 6. 5. 17:08 성급했다 호 당 2014.6.5 쌀을 솥에 안치고 센 불로 달구었다 금방 부글부글 끓는다 불을 끄고 솥뚜껑을 열기를 시도했다 앳된 동그란 눈망울이 솥뚜껑을 붙들고 창백한 얼굴로 산비탈 길을 달린다 익지도 않은 밥을 먹으려 들다니 느긋하게 기다려라 사랑이 무르익으면 뒷산 밤은 스스로 벌어진다 그것도 모르는 얼간이같이 새파란 것을 강제로 알을 까발리려 하는가 너는 알루미늄 냄비야 금방 끓고 금방 식어버리는 너야 사랑은 은은한 불로 달구어 오래 참고 끓어오르도록 기다려야 해 마른 나무 뚝 꺾으려는 성급한 성정부터 고쳐 빨리빨리 문화가 모두 좋은 것만 아니야 빚은 술이 뽀글뽀글 거품 일며 숙성한다 그간을 참고 기다리고 정성을 쏟아야지 아침 햇살을 끌어다 내 머리 위에 달지 못하는 거야 촌각을 가리는 생명은 지체 말라 빨리빨리, 차분하게, 병원에 맡겨야 해 사랑은 성급하게 이루는 것이 아니야 천천히 붉게 익어가는 거야 성급하게 굴지 마라.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