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당의 작품들
2014. 6. 5. 17:09

호박덩굴 가족
호 당 2014.6.5
한여름 열기에 축 처지기 마련
맥없이 늘어진 호박덩굴 가족이
모두 입맛을 잃고 말았다
이런 날 숲을 거친 바람의 날개를
죄다 떨어뜨리고 내 앞까지 온들
지친 시간을 견디는 우리 가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화성 3차 아파트 상가에는
여름을 대비하여 대형 가마솥에
용솟음치는 보양제 사골은 진을
뱉어내어 끓는다
뼈에서 울어낸 뽀얀 물은
여름을 이기는 정력제
국끓이기 귀찮아하는 젊은 직장여인은
지친 어깨를 늘어뜨리고
사골 한 통씩 매달고 간다
여름에 빼앗긴 호박덩굴의 진액을
뽀얀 사골로 보전하고 싶은 마음
여름 타는 호박잎처럼 당신
시원한 아이스크림이야 일시적 땜질
모래 언덕으로 새어나간 기력을
사골로 보충하려는 나의 기발 奇拔한 생각이
내 가족의 입맛을 돋우어 생기 피어날까
사골탕 가마솥처럼 용솟음칠 원기를 바라며
식탁에 올린다
호박잎 가족은 한낮에도 빳빳해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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