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

호당의 작품들 2014. 6. 17. 19:25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요
호 당   2014,6,17
그 포구에는 배들이 오후 엷은 겨울 햇살을 안고
떨고 사공은 배보다 훨씬 많이 모여 입에서 풀풀 흩는 
말로 망자를 당황하게 해서 조문하고
배 주인공의 영혼이 내다보는데 배에 조등을 달지 
않았으니 웬 말인가
조등은 영전에 다는 거야 
포구에 조등을 달아서 알리는 거야
망자의 주 활동 무대인 먼바다에 가서 
조등을 다는 거야
질 입구인 포구에 들어오는 길목에 다는 거야 
음모는 생명을 지키는 곳이야 
그러니 솔이 우거진 산으로 끌어올려 다는 거야
조등은 육지에만 있거든 
망자의 물건을 싣고 언덕으로 끌어올려 다는 거야
빗발치는 말의 성전에서 조등을 자리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또 말이 쏟아 나온다
조문에 망자를 따뜻이 해야 한다고
그러면 구들장을 달구어야 해, 장작을 지펴야 해
뭐야 산사람부터 달구어야 해 횃불 놀이도 벌여야 해
포구의 입은 산으로 이르는 지름길 
사공들 중구난방으로 망자의 배는 조문을 받고 
사공의 목소리로 배는 산 어구에 걸친다
조등을 켜라, 기우제 대신 영전을 모시고
진혼곡을 울려야 한다고
아니야 굿을 한판 벌여야 한다고
아니야 풍물장이 불러라
또 배 한 척이 산으로 오르려 뱃머리를 돌린다
사공들의 중구난방 제멋대로 조문하는 사이
배는 연달아 산으로 오르려 꿈틀꿈틀하고 
조등은 중구난방 켜는 둥 마는 둥 갈피를 못 잡고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오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