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당의 작품들
2014. 6. 18. 17:59
영풍 문고
호 당 2014.6.18
그 넓은 들판에 책의 눈동자가 반들거린다
쌓이고 고이고 숨 막힐 듯 자리를 지킨다
고운님 나를 챙겨 갈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린다
각기 나만의 향기를 뿌리지만 향과 향이
어울리면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향
그래도 눈을 반들거려 나 포옹해달라 한다
넓은 들판 가을, 누런 파도치듯 내 몸뚱이는
출렁거려도 파도타기나 해수욕하는 이
몇몇
내 가슴이라도 속속들이 뒤져도 좋다
뽀뽀하면 더욱 좋고요, 샅샅이 뒤져도 대충대충
더듬어도 좋아, 실컷 애무하다 그냥 가도 원망 안해
제발 읽어라, 뒤져라, 넓은 들판에 묻혀 양식을
쌓아라
더 가까이 와서 애정을 쏟아라
입 다물고 잠자는 우리를 깨워 홀딱 벗겨도 좋아
그만큼 얻으리라, 오라 여기 책의 밀림으로
피톤치드는 너를 찌꺼기로부터 말끔히 청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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