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에는 붉은 마음이 베여 있다
호 당 2014.9.15
추석을 휩쓴 바람에 붉은 단풍들이
한층 밝아 보인다
단풍은 곱게 물든 것처럼 보이지만
멍이나 옹이를 끌어안았어도 속 깊은 마음에
되돌리려는 수정체가 박혀있음을 알아야 한다
미쳐 제 맘을 들어내어 물들어보지 못하고
그냥 바삭거려 말라 떨어지는 낙엽도 많이 본다
따뜻한 햇볕의 부드러운 손길에
날카롭고 차디찬 잠언을 달게 받아들일수록
제대로 익어 아름다워진다
얼음조각을 녹이는 태양의 손길이
단풍을 어루만진다
그 시간에 절인 단풍들은 마음을
털어내어 쟁반에 올려놓는다
제각각의 마음을 드러내
서로 뒤섞이는 동안
바람은 훈훈하게 감싸준다
함께 묻어내고, 함께 녹아내고, 함께 뭉친
단풍은 더 아름답게 물든 것을 바람의 손이
주워담아 휩쓸어 내 책갈피에 장장이
끼워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