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노인
호 당 2014.10.2
아들딸이란 낱말을 지우개로 지워버렸다
“쌍”자도 지워 버렸다
종신이라는 선고를 받고 벽 없는 감옥 생활
꽃잎이 탈옥하듯 담 넘어간다
바람이 휩쓸어도 혼자 맴돌아도
바짝 마른 이파리 낱개로만 뒹군다
열 개의 손가락이 서로 다투다가
먹을 것 움켜잡는 일에 합세는 장하다
내 안에 가둔 마음은 날아가도
감옥의 끝은 보이지 않아
내게 둥지는 썩은 알 담아놓고 벼랑 끝에
달랑거리는 감옥이다
시곗바늘은 정한 곳만 찾듯
내 발길에 상여 꽃이 밟혀도
거치적거릴 뿐
아직 외롭게 핀 한 떨기 꽃
아직 태엽이 단단히 감겨 있을 뿐
같이 들어주는 이 없어도 음반은 돌기만 해
한 판이 끝나도 갈고 태엽은 감기만 하면 돼
둥지엔 고독이 소복 고여 태엽만 감고 있어
탈옥해도 허전한 들판에 홀로 선 허수아비인걸
태엽을 더는 감을 수 없는 날이 형기는 끝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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