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당의 작품들
2016. 5. 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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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白首가 지닌 시간
호 당 2016.5.4
내가 서예실을 찾는 것은
글체를 닮으려는 것보다
백수의 시간을
어떻게 색칠할까였다
무료한 시간을 무채색으로
흘리기 싫은 까닭이다
먹을 간다
세월을 간다
갈수록 진한 시간
그 속에 내 마음도 갈고 있다
온갖 늙은 잡소리는 김빠진 맥주처럼
울림 없는 메아리가 귀 밖을 스칠 뿐
나의 붓끝은 하얀 시간이 베인
화선지에 그린 궤적에서
그윽한 향이 나를 감는다
예술의 경지엔 서성거리지도 못할
왕초보 운전자지만 문을 열고
들어갈 날 기다린다
그때까지 백수가 갖는 시간을
내 혼이 깃든 채색으로 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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