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당의 작품들
2016. 12. 23. 16:41
궁합
호 당 2016.12.23
별빛이 우수수 내리는 겨울밤
가로등을 안고 혼자 걷는 노처녀가
어디 뒹굴고 있을 짚신 한 짝
못 찾은 쓸쓸함이 발자국마다
소복소복 고인다
궁합은 아름다운 궁 宮 속을
함께 드는 일이다
빗물이 줄줄 새는 방안에서도
찰떡궁합은 조금도
불평을 말하지 않는다
마음 추슬러 궁 안이 따스하기 때문
손을 꼭 잡아 걷고 있는 한 쌍이
궁합이란 야릇한 마귀 할머니의 입김에
꺼림하다 못해 그만 손을 놓고 말았다
우주는 광대해도
정한 규칙대로 운행한다
궁합은 우주 이치에 부합한다면
꼭 믿어야 할까
우주 세계가 코앞에 있는데
궁합이 뭡니까
아니 좋은 게 좋다고
기분이고 마음인데
궁합을 속궁합을
현대인이 믿는 이가 많다니까
나는 궁합 안 보고 안 믿고
마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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