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당의 작품들
2020. 1. 25. 10:21
오후의 산책. 호당 2020.1.24
너그러운 햇볕이 천하를 평정했다
날카로운 칼바람을 제압했으니
평화는 따뜻했다
운암지는 면경 같은 얼굴로 가끔 미소 짓는다
수변공원에는
'할 일없음' 흉패 胸牌 찬 늙은이
공짜 햇볕을 즐기면서 말이 없다
삶이 적적하다고, 생기가 없다고
늙은이의 넋두리 낱말카드
어디 간들 반겨 줄 사람 없는 무딘 혓바닥
기러기 떼 하늘 날고
그 뒤로 까마귀 줄잇는다
설 명절을 알기나 하나
음력 섣달그믐날
모두 붕 떠서 하늘 날거나 타이어 굴러
막 요동치는 날
벌들은 낯 놀이조차 없이 고요하다
수변공원의 벤치 나를 허락해주고 말 없다
나라고 별수 없어 침묵에 잠겨 햇볕만 쬔다
설을 즐길 것도 없지 어린이도 아니고
늙은 잉꼬 한 쌍 있으니 마음 추스르고 있지
피붙이 얼굴 내밀고 일제히 밖에서
외식하고 보내면 할 일 다 했다
적막이 가슴 때릴 뿐 너희 행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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