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키 큰 미루나무의 변신

인보 2020. 4. 2. 16:53

키 큰 미루나무의 변신.  호당.   2020.4.2
키 크면 싱겁다 열없다는 낱말이
수식어로 붙는다
삶의 행로가 곡선도 직선도 아닌 
자갈길이 더 많았다
햇볕 받는 날 이파리가 축축 처진다
행여나 예쁜 처녀를 만나면 
화들짝 놀라는 몸짓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옆 미루나무는
획획 휘파람 불어 꾀어내려는데
그런 용기 없다
태풍이나 비바람 부는 날은 
여울물 거스르는 연어 같다
활기 넘치는 듯 좋아하는 낯빛엔
푸른 이파리 착착 붙여가며
신바람 나는 몸짓으로 온몸으로 표현한다
휘청거리는 것이 가장 생기 있는 몸짓
한편 비만 내리는 날 찌그러진 술 주전자 같다
눈을 감았다 떴다 
몸 부르르 떨었다
비 쫄딱 맞은 처녀 찰싹 붙은 얇고 반투명한 옷
실루엣으로 처리해도 보기 민망하다
눈 내리는 날은 눈벌판 달리기 좋아하는
개를 보고 가지로 눈을 툭툭 털어 내면서
가지끼리 키득거리며 좋아한다
키 큰 미루나무에를 열없다 싱겁다
수식어는  맞지 않는다
한세상 건너는 방식이 특별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