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거미

호당의 작품들 2020. 8. 10. 17:21


거미 호당   2020.8.10
내가 눈에 잘 띄지 않는
은실로 짠 그물망 하나 던지고
숨어 끈질긴 기다림이 내 일이다
허공 한 점 키 큰 나무 곁을 
길목으로 정한 것은 
날개들의 행로가 있을 법하기 때문
어부는 그물망을 걷지만
나야 걷는 일보다 
걸린 날개 더 칭칭 묶는 일이다
내 삶의 명줄이 여기서 얻는다
낚시꾼은 기다림이 수양의 
덕목으로 친다지
나도 끈질긴 기다림과 망보기도
같은 반열에 올리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