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당의 작품들
2022. 1. 18. 08:21
국시 먹는 여름밤/호당/ 2022.1.17
어메 치마폭 붙들고 졸졸 따라다닌 어릴 적
멍석 깔고 넓적한 목판에 밀가리 반죽하다
콩가리 간간이 뿌려 홍두깨로 살살 달래며
밀어내면 손바닥 넓이가 어메 치마폭보다
더 넓게 퍼지고 가끔 밀가리 슬쩍슬쩍
드디어 정지 칼로 쫑쫑, 끄트머리 한쪽 얻어
불에 올려 벙글면 바삭바삭, 이것 먹고 싶어
어메 치마폭 졸졸 따라가고
대가족 일곱 여덟 식구 멍석 둘러앉아 국시
한 버지기를 양풍이 대접 사발 혹은 쪽박에
한 그릇씩 담아내면 밑바닥 긁는 소리
달그닥 달그닥 그게 어메 몫
뜨거운 것 후룩후룩, 모깃불 연기 먹고 콜록콜록
아무것이나 먹어치워도 허전한 내 배때기
달이 높이 떠 빙긋 더 밝게 비추고
국시 냄새에 반딧불 반짝반짝
무논 개구리 떼 개골개골 개골개골
뽕나무에는 참새 떼거리 짹짹짹
더위에 시달리다 맞는 한여름 밤 저녁 식사
지친 몸 스르르 녹아내리는 국시 먹는 여름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