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비빔밥

호당의 작품들 2023. 5. 10. 08:03



비빔밥/인보/  2023.5.9

헤어진 지 10여 년이 훌쩍 넘었다 
또래와 같은 아파트에서 
함께한 얼굴이다

오늘 만난 그 얼굴이 
내 얼굴처럼 나이테가 많다
지팡이 가진 이나 맨몸인 자나 
보폭이 좁고 느릿느릿 조심조심
때로는 뒤뚱뒤뚱
잎 마른 갈대 같다

비빔밥 잘 버무려야 맛이 난다
한쪽은 화가의 물감
한쪽은 시작 노트가 
특유의 맛을 첨삭한다

노학 같은 늙은이
재능을 발휘한다
화폭을 전시하고
시집을 펴내고
강폭 넓혀 조용히 흐른다

비빔밥이 잘 버무려 고소한 것은
이정표가 같아 후학을 길러낸
밥그릇이 후덕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