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잘못 전달한 택배

호당의 작품들 2023. 6. 26. 12:56


잘못 전달 택배/호당/  2023.6.24

바삭거리는 하루일지라도
출렁다리 걸으면 스릴이 난다

잘못 전달한 택배
쿠팡 배달 아저씨 
다시 찾으러 와서 정중한 인사
이건 상투어보다 
더 신선한 어구로 느낀다

멧새는 저물어 돌아갈 때
잘못 찾는 둥지는 없을 텐데
내문 앞 택배는 내 것이 아니다

ATM 앞 뜨거운 햇볕 이고
줄을 서는 것은 상투어 같지만
그 옆 그늘에서 대기한다
나는 폭염을 지고 
그 앞에 선다
문이 열리자 손짓으로
먼저 들어가라는 신호
감동이 출렁거린다
나도 그늘에서 기다린다
아주머니가 ATM 앞에 서는 것 
정석이란 듯 당당하게
나를 보고 들어가서 
무려 15여 분을 지난다
내 시간을 차압당한 느낌이다
이건 잘못 전한 택배보다
기분이 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