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명륜동 자취방

인보 2023. 9. 7. 11:22

명륜동 자취방/호당/   2023.9.7

코딱지 같은 좁은 방
겨울 군불은 엄두도 못 냈지

고향이라는 명분 지닌 
손 시려 발 시려 호호 불던 
그 어린 입술들
긴긴밤
자취 양식 몇 줌 
뽀득뽀득 씹으며
깔깔하던 아이들
어디로 갔나

분필 잡고부터 앞만 보고 
달리다가 이만큼 늙어졌다
무위고를 씹으며 
시곗바늘 거꾸로 돌려본다

명륜동 자취방을 기억하는가
아니면 다른 세계에서 
그 모진 것들
자조 自嘲하고 있을까
시리디시린 추억 한 움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