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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줄에 서서

아흔 줄에 서서/호당/ 2026.9.10살아 천년 죽어서 천년 견딘다는태백산 고사목이 잿빛 날리며꼿꼿하게 서 있다8남매 줄줄이 사탕 줄처럼 꿰어혈맥이 흐르던 미루나무 같은 생이차례대로 승천하고 남은 한 포기남아 아흔 줄을 넘겨 버티려 애쓴다샛별처럼 반들 하던 총기는90 고개에서 가끔 망각이란 놈이 넙죽거려 이때는 나침반도 좌정 못 한다고주파에 눈멀어 귀 멀어 받침 한둘떨어진 혓소리가 민망하다아흔 굽이를 거치는 동안묻은 허물을 씻고 돌리고 헹구고 한다.

자작글-026 2026.09.09

보초서기(초소)

보초 서기(초소에서)/호당/ 2026.9.8벌판을 뒤덮은 눈발 위추위는 가슴을 후려치는 밤벌벌 떠는 것보다 달콤한 추억을 더듬으면 한결 훈훈해진다공중화장실처럼 서슴없이 받아주는 그녀의 좌변기에 올라타고 마음 쏟아 넣던 오늘처럼 추운 밤온돌 아랫목 생각에 잠긴다초승달이 유리창에 얼어붙은 밤개머리판을 만지작거리듯 하면그녀의 가장 부끄러워하는 곳은 감미로웠다따뜻한 몽상에 잠기면 아무리 추워도 내가 지킬 시간은 쉽게 지나간다.

자작글-026 2026.09.08

겨울 동해 어느 어촌

겨울 동해 어느 어촌/호당/ 2026.9.4동해안 어느 어촌 옹기종기 모인 가옥들 한기는 송곳 같은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파도에 웅크리고 있는 듯 안쓰럽게 느낀다높은 파도포구에 모여든 어선이 서로 부딪히며 움츠린 모습이 삶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바닷가 파도에 시달리는 따개비를 보고 인간 생존경쟁 같다꼬불꼬불한 해안도로는 파도에 시달리고 있어 마치 내가 이만큼 살아온 여정이 저랬을 것이다밀려왔다가 밀려가는 것이 삶임을느낀다아련히 내다뵈는 바닷가 어촌들밖은 추위에 움츠려도 안은 평화로 훈훈할 것이다.

자작글-026 2026.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