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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1

가을-1/호당/2026.10.24쌀쌀한 성깔 부리다가 오전을 넘기지 못하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넓은 가슴으로 따뜻하게 안아 줍니다푸름이 이어질 듯한 고춧잎이 거들먹거리다 간밤에 참패당해 그 푸른 정기가 일어설 수 없다나도 언제나 청춘인 듯 으스대다가 한 방에 뒤뚱 넘어져 대퇴골이 박살 났다피붙이들에게 마음 쓰리게 한 것이 민망한 것은 물론 걸어 온 죗값을늙바탕에 치르는 것이 아닌가가을 햇볕이 앞가슴 감싸 위로한 듯 조금은 뜨거워진다단풍 한 잎 내 어깨에 앉아 힘내라 다독인다 고추잠자리 빨랫줄에 앉아 가을을 짊어지고 햇볕 즐긴다.

자작글-026 2026.10.24

둥지

둥지/호당/ 2026.10.20한 둥지에서 태어난 형제들한 둥지에 있을 때가 가장 부대끼고새들처럼 공중에 둥지 틀지 않고바람도 엮고 제 깃 뽑아 버젓한둥지 하나 짓는다각각 다른 둥지 틀면제 새끼 먹이 주다가 한 탯줄에 눈이 멀어진다차례 어긋나지 않게 하늘에 둥지 틀면 그때부터눈이 가까워진다그러나포자 떨어낸 쓰러 저가는 송이버섯 같은 눈동자 문드러진 채로 서로 애처로워한다.

자작글-026 2026.10.19

신호등

신호등/호당/ 2026.10.19빨강 노랑 파랑 3형제는 서열 바뀌는 법 없어하늘이 준 서열을 충실히 일한다정해진 자리 정하면서부터 시작한번갈아 바뀌는 일이 끝을 볼 수 없고막노동에도 교대가 있고 휴식이 있다너는 아예 그런 것은 모르고 일한다계절에는 둔감인가비 맞고 눈 맞고 바람맞아도 끄떡없이책임감이 강한 강철 같아 인간의 안전 파수꾼건널목을 서서 안전을 도모하려 빨 노 초 신호너의 신호에 질서가 반듯해 문명의척도를 가늠한다.

자작글-026 2026.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