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오년아 잘 가라 갑오년아 잘 가라 호 당 2014.12.31 갑오년의 이파리가 단풍들어 떨어진다 내 꿈을 매단 것도 익지 못하고 사라진다 누구나 꿈이 없겠느냐만 여물지 못한 것아 사라 저라 내 백지에는 구멍 뚫린 거미집 같은 구절만 얽혀 정렬할 수 없는 조잡한 것만 걸려있다 발효도 되지 못할 것들이다 시.. 자작글-014 2014.12.31
사춘기 사춘기 호 당 2014.12.29 민숭민숭한 나무가 잎이 포독 포독 돋는다 나는 일찍 봄이 다가온 것인지 단발머리 그의 집 뒤 감나무는 눈을 뜬다 그의 집 앞을 지날 때면 옷매무시를 고치면 때맞추어 꾀꼬리 소리 듣기를 바랐다 같은 교실에 있으면서 뒷모습에 취하여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 자작글-014 2014.12.29
문지기 문지기 호 당 2014.12.26 문지기는 충실했다 근무환경에 대한 불평 없이 자기 몸을 불태웠다 말을 척척 듣는 열쇠보다 더 믿음직스러워 충실한 사냥개라 생각했다 출입을 놓치지 않고 즉시 점검해서 ‘닫히고, 열림’을 말로 보고했다 가는 세월에 그도 늙어 입 다물었다 보고는 침묵해도 .. 자작글-014 2014.12.27
청국장 맛 속으로 청국장 맛 속으로 호 당 2014.12.26 우물 안을 내려다보니 내 얼굴이 비친다 옆에 친구가 네 얼굴이 토종 질그릇처럼 순박하군 구수한 맛이 풍긴다 했다 내 맘이 맑은데 우물도 정직하네 내 걸어온 길에 돌무덤이나 남에게 코딱지 붙인 적 있었더냐 객물 안 벤 순둥이라는 말 자주 듣지 인심 .. 자작글-014 2014.12.25
석류가 익어간다 석류가 익어간다 호 당 2014.11.16 미숙이란 말은 사람에만 붙는 것이 아니다 배꼽이 떨어지면 애면글면하는 모성은 석류나무에도 있을 거야 산다는 것은 경쟁이다 자기 족속에서 경쟁 석류가 툭 떨어지는 것은 젖꼭지 잡는 경쟁에서 놓친 것이다 이때 석류나무 이파리는 아래로 축 늘어진 .. 자작글-014 2014.11.16
둔각과 예각 예각과 둔각, 호 당 2014.11.13 직선과 곡선 예각과 둔각은 서로 다른 존재로 만난다 한데 어울리면 최소공배수를 찾아야지 그대로 인정하고 같은 방을 붙들고 견디는 거야 콩깍지에 씌워지면 모두가 좋은 것 엄연히 미루나무와 대나무는 나무로 존재하고 서로 장점만 찾아 어울리는 거야 .. 자작글-014 2014.11.13
나는 나는-1 호 당 2014.11.11 나는 그 길 잊을까 봐 매일 걷는 어눌한 낱말 재봉틀 실꾸리에서 뚝 떨어져 나간 실오리 긴 여정을 너무 많이 흘려보낸 다 헤어진 고무신 비가 줄줄 세는 초가집 문구멍 숭숭 뚫려 찬바람이 찾아드는 싸늘한 방바닥 이만큼 밥그릇 비워냈으니 걷어치워도 원통치 않아.. 자작글-014 2014.11.11
신장개업 신장개업 호 당 2014.11.8 신장개업 화환이 축하하려 줄 섰다 북적댄다 삼겹살이 기름을 내뱉는다 연기는 하늘로 마음은 삼겹살로 오늘만 같아라 훈풍은 우리 집만 아니야 지구를 덮어야 해 싸늘한 한랭전선이 밀려온다 파리는 여름이 적기야 간장을 말린다 움츠리는데 어찌하랴 또 리모데.. 자작글-014 2014.11.08
부드러운 끈 부드러운 끈 호 당 2014.11.7 나로부터 갈려 나간 쪽파 쪽파는 다시 갈린 쪽을 품고 늦은 밤 벨을 눌리는 소리에 당황했다 알고 보니 반가운 내 무릎을 거친 눈동자 연결고리는 끈끈하여 진한 사랑이 뱄다 삶은 항상 평탄한 것은 아니다 돌자갈 굽은 길 오르막 내리막 풍파를 겪어야 해 거미.. 자작글-014 2014.11.08
벚꽃 벚꽃 호 당 2014.11.7 한 번 마음 먹었다 하면 모두 털어내어 하얗게 들어냈다 내 진심은 거짓 없다고 한점 검은 그림자 품지 않았다고 일제히 들어낸다 하얀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먹물 벤 이들이 인정하지 않아 바람이 심술부린다 겉만 희면 되느냐 속이 희어야지 센바람이 획획 불어 붙인.. 자작글-014 2014.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