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암지 주변 기타 13

운암지

운암지/호당/ 2021.5.7 휴일 운암지 공원에 갔다 흘러들어 오는 친구도 나가는 친구도 없이 한 구역에 고여 외로움을 삼키고 있다 나날이 가물어가도 코로나는 숙일 줄 모르고 모두 집안에서 콕이 정석만은 아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겠다고 여기 왔으니 운암지가 나와 같아 겉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체 엷은 미소(파랑)를 띠고 있을 뿐 이곳에 온들 누구와도 대화는 없다 각기 양지쪽을 향해 자기 생각을 삼키면서 늙은 이마가 무위의 아픔을 삭인다 흐르지 않으면 썩는다는데 썩지 않으려 고기떼를 풀어 온몸을 휘젓도록 놓아주고 있다 나도 썩지 않으러 여기 와서 자연을 관조하는 중 다만 말과 말이 섞이지 않을 뿐 자연과 소통하고 내 안의 불안을 훑어낸다

함지산 계곡

함지산 계곡/호당. 2020.7.3 마른날 계속하자 바삭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풀잎 빳빳이 기 세워 계곡을 지키는데 먹구름 밀려와 굵게 내리퍼부었다 순간 계곡은 질퍽하더니 콸콸 훑어냈다 암탉 등 기어 올라 쾌감 날갯짓 빳빳하던 풀들 일제히 누워 물의 흐름을 터주었다 밤이면 사향노루 물 마시고 갈증 가셨다는 일성 괙 괙 계곡은 제격이다 물 흐르지 않은 계곡은 석녀쯤 골짜기는 항상 음습하고 물이 줄줄 흘러 밑으로 대지를 적셔야 풍요를 낳지 이제야 계곡이라 불러도 좋겠다.

운암지에서

운암지에서/호당/ 2020/5/24 운암지가 한창 푸르러 지는 것을 보면 계절을 실감할 거예요 함지산이 흘러내린 미끈한 각선미에 홀릴만한 산이 실금실금 부는 바람에 미소 짓는 것을 운암지도 웃어넘긴다 대구 칠곡 사람들 유일한 마음 맡겨 쉴 곳 못 둑길 잇는 발자국이랑 그림자마저 놓치지 않고 받아 새기는 운암지를 보면 마음 편하지 월척이 잉어는 혼자 놀아도 보기 좋고 조무래기 떼거리 대장 앞장 우르르 따른다 어린이들 던지는 새우깡에 꼬리며 주둥이 짓이 보기 좋아 싱긋 웃는 바람에도 치맛자락 감아올리는 운암지를 보세요 언제 보아도 미소가 아름다워 철 따라 날마다 갈아입는 옷 향기 대신 색으로 말해요 여유로운 몸 편히 힐링하시려 여기 오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