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 떨어지다 꽃잎이 떨어지다 호 당 2013.12.28 새 아침 햇빛이 찬란하다 싱싱한 아침인데 꽃잎이 툭 떨어진다 떨어지는 것은 생의 마침이다 아무리 예쁜 꽃도 오래 못 견딘다 꽃 같은 시절을 어영부영 마라 맘껏 향기 날리고 벌 나비 모아라 꽃향기 발산하는 것은 한철뿐이다 나는 마지막 이파리처럼 매.. 자작글-013 2013.12.29
늙은 농부 늙은 농부 호 당 2013.12.28 땅은 거짓말 없는데 그걸 두고 볼 것인가 80 고령에 너를 품에 안고 씨앗 뿌려 두면 영락없이 보답하는데 날마다 줄어드는 기운 내 등줄기로는 땀 흐르고 햇볕은 펄펄 힘을 뿜어 내 속까지 태워 입안부터 말라간다 밀짚모자 그늘은 내 낯바닥만 가리나 땡볕에 구.. 자작글-013 2013.12.29
삶을 붙잡고 삶을 붙잡고 호 당 2013.12.28 보이지 않은 예리한 창살 날아온다 내 귓바퀴에 꽂힌 흔적이 붉게 얼어버린 가장 추운 한파주의보 내린 날씨에 생에 매달려 종종걸음치는 노파를 봤다 허리를 꼬부리고 쫓기듯 걷다가 가로수에 기대 ‘후유’ 허리를 펴고서 다시 삶을 붙잡고 꼬부랑 걸음 치.. 자작글-013 2013.12.29
배움의 불꽃 배움의 불꽃 호 당 2013.12.27 지나온 삶의 길이 너무 험하고 꼬불꼬불하여 배움의 불꽃을 태울 마음 한 자리 차지 못했다 지금 삶의 길이 반들반들하고 편편해짐에 늦게나마 배움의 장작에 불을 붙였다 열심히 배움의 장작 태워 불꽃이 점점 크게 붉게 타고 있어 희망에 찬다 곧 활활 타오.. 자작글-013 2013.12.27
꿀벌 꿀벌 호 당 2013.12.25 겨울 동안만 꾹 집구석에 박혀있거라 그 외는 아름답고 향기 뿌리는 곳이라면 가고 싶은 데로 어디든지 가라 그리고 깊숙이 박아주라 그리고 쪽쪽 빨아주라 들어낸 곳은 물론 속속들이 쓰다듬어주라 그것은 네가 보시하는 길이다 아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천.. 자작글-013 2013.12.26
굳어버리는 것 굳어버리는 것 호 당 2013.12.24 굳어버린다는 것은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나이테 쌓여 굳어버리고 관절이 굳어버리고 말랑말랑 녹여내기 쉽지 않네 제 몸 꽃 피우고 씨앗뿌린지 오래다 그때까지 머리 굳어가는 줄 모르고 그저 밀물이 밀려오는 데만 마음 다 빼앗겨 버리는 동안 언제 썰물로 .. 자작글-013 2013.12.24
욕망 한 알 욕망의 한 알 호 당 2013.12.21 가시 바늘 바람 부는 겨울 호수에 낚싯대 드리우고 가장 좋은 미끼라 믿어 찌만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은 희망이다 그녀와의 하룻밤으로 욕망의 한 점이 붉어질 것을 기다리는 것은 사랑이다 반짝이는 모래알 중에 한 알 움켜잡힌 것이 금방 황금알로 탄생하는.. 자작글-013 2013.12.21
겨울 강 겨울 강 호 당 2013.12.20 그렇게 유순하던 네가 갑자기 몸을 바싹 끌어 유리알같이 되었구나 칼날 같은 굳은 결심으로 차디찬 등판을 만들었다 굽이마다 모래톱이랑 모래밭을 붙들고 산기슭 둔덕과도 연결하여 정을 끊지 않고 있어 가슴이랑 등판을 유리알처럼 맑고 투명하여 어린이를 모.. 자작글-013 2013.12.20
낙엽이 가는 길 낙엽이 가는 길 호 당 2013.12.19 나무 밑에서 바삭거리는 시간만 흘리고 있어 앞으로 어떤 시간이 다가올지 짐작 못 하는데 내 희망대로 될까 아직은 괜찮아 친구들 어깨 비비며 지나온 일을 재잘대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이어질지 몰라 뭔가 보시해야 할 텐데 모진 바람 억센 시간을 못 이.. 자작글-013 2013.12.19
가만히 고여 있고 싶다 가만히 고여 있고 싶다 호 당 20113.12.18 물같이 사는 것이 상수라는 말을 듣고 그 웅덩이에서 조용히 고여 있고 싶었다 거침없이 달리는 자동차 바퀴에 박살 당하고 말았다 산산 조각난 나 가까스로 추슬러 한 무리로 모였다 이번에는 꼬마 녀석들이 돌 던져 장난친다 혼비백산 흩어진다 .. 자작글-013 2013.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