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 24

가는잎그늘사초 莎草

가는잎그늘사초 莎草/호당/2025.7.14공원에 사초 떼거리 들머리카락 바람맞아 하늘거릴 때가 매력내가 그 매력에 빠져아직 숫기가 사초처럼 살아있다우연히 어느 아파트 뒷길을 걷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 나풀거리는 아가씨가 날 좀 보라 윙크한다단번에 혹해 머리채 잡아끌고 왔다화분에 곱게 앉혀 주었더니살랑살랑 매력을 쏟아낸다가는잎그늘사초에 마음 뺏기고도 즐겁다.

자작글-025 11:00:48

호박죽

호박죽/호당/ 2025.7.13호박죽 한 팩을 열자추억이 소복 담겨 있잖아늙은 호박이 영근 씨앗 잉태했으니호박죽 쓰기 딱 알맞다가마솥에 호박 조각이 설익어 엉키려 하지 않는다망나니처럼찹쌀가루 몇 줌 넣고 달인다어머니의 손맛 사랑이 흐르는 나무 주걱으로 휘휘 젓는다그제야 엉켜 호박죽이 완성한다대여섯 식구만큼 담아내자 저녁노을이 언제 스며들었는지달짝지근한 맛을 더한 호박죽숟가락 밥그릇 딸딸 끌는 소리배고픈 한 세월이 등 넘어간다.

자작글-025 2025.07.14

707시내버스

707번 시내버스/호당/ 2025.7.11네 노선은 너만의 기교다기교를 읽고 반쯤 알아차리다가 남은 것은 어리바리한 짓내 나이 탓으로 돌린다배차 간격이 넓어 지루함에 지쳐간다가뭄에 콩 나 듯한 너를 기다린다만남은 반가움이 앞선다안락의자에 앉는다네 기교는 훤한 코스시야의 풍경에 호사한다돌아올 때 네 시트가 좋아 건너편 목에서 기다릴 게내 짐작은 빗나가 실컷 발바닥을 다그친다너의 기교 ‘노선’은 변함없이 굴러갔다707번은 오지 않는다실컷 걷고 어리바리한 짓은 내 탓으로 얼버무린다.

자작글-025 2025.07.12

여로

여로/호당/ 2025.7.9꿈이 뭔지 모르고 자란 아침 무렵은 모진 바람 찬 서리에 발발 떤다정오가 가까워져 오자 이팝나무 한 그루가 푸름을 떨친다꽃도 피우고 새들 보금자리에서 알을 품는다오후 두세 시 무렵은 무성하게 자라 두 팔 벌려 고지를 나른 듯 가슴 펼친다해는 서산에서 마지막을 비출 노을빈 둥지 안은 채 붉게 탄다창문 열어 해 맞으면 오늘이 내 날이다 즐겨 맞는다.

자작글-025 202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