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474

프라임 안과 간호사

< 프라임 안과 간호사님 /호당 .2020.12.30 꽃 활짝 핀 향기 날려 내 콧속을 벌름거리게 한 백의천사의 날개들 메마른 풀꽃에 앉든 짓무른 질땅에 앉든 한결같은 부드러운 날개 질 빈 동공에 빠진 수렁 붉은 입술을 거친 약손이 거뜬히 메워주어 새 빛 빛난다 아픈 자의 부절제한 몸짓에 나이팅게일의 나래 휘둘려 주기만 하면 시든 꽃도 되살아나는 백의천사의 손길 감사합니다

자작글-020 2020.12.30

침대

침대 / 호 당 2020.12.23 가장 안락하고 쿠션 좋은 침대는 공원 숲에 설치한 드램펄린처럼 붕붕 뛰었다 침대에 비춘 연붉은 불빛 그건 우리 젊은 비둘기 한 쌍에 단꿈 내린 옥시토신이다 가장 즐기는 콩밭을 누가 외면하지 흐르는 세월에는 누구도 거역할 수 없다 불균형한 코골이 불균형한 침대의 안락함 외적 불균형을 내적 조화를 찾으려 했다 격렬한 파도 후 잔잔한 바다는 부두를 찰싹거리고 있다 침대의 쿠션보다 편안함이다 안정된 사랑이다 지금 침대는 서로 마음을 녹여 주는 가구다

자작글-020 2020.12.25

물리치료실에서

물리 치료실에서/호당 . 2020.12.22 물리 치료실이다 웃통 벗어 걸고 누웠다 부드러운 손 아가씨의 친절한 위안이 누수가 막히는 것 같다 여러 가지 손맛이 가슴 깊이 스며든다 맛있는 음식 내 혓바닥의 감각 오감의 긴장이 스르르 가라앉는다 가장 기분 좋은 시간 숲속의 피톤치드보다 더한 그녀의 옥시토신이다 나는 기분 좋은 시간을 남에게 베풀 수 있을까 가장 안정된 시간이다 가장 무아지경이다

자작글-020 2020.12.22

잉여

제비꽃 잉여 /호당. 2020.12.21 남는다는 것은 풍족을 뜻 하지만 시적 언어에서 다른 뜻이라 했다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나는 맛을 느끼지 못해 침이 말랐어요 남의 시를 읽었건만 시 속 알맹이 맛을 몰라요 시를 쓴다고 말아야 할 말 내 잉여는 “할 일 없음”으로 삼시 세끼 꼭꼭 점찍어 내 남아돌고 시의 꼭지만 매달리고 속을 훑어 내지 못하니 잉여를 부끄러워한다

자작글-020 2020.12.21

수미상관

수미상관/호당. 2020.12.20 어쩔 도리 없네요 뾰족한 재간도 없는 내가 시의 얼개를 적당히 얼버무린 것이 머리에도 꼬리에도 있다했다 내 밑천 모두 들어내 봐야 허와 공이 한통속에서 알맹이 없는 쭉정이 내 심연에 잠겼다가 깨어 나와도 꼬리와 머리는 걸맞지 않아 세상이 공평할 수 있나 그게 이상이 아니라 정상이지 풀리지 않으면 적당히 얼버무려놓고 앞머리 떼어 뒷머리를 대신하고 *수미상관법으로 마무리했다고 참 가당치도 않은 헛기침 시답지도 않은 시 머리는 어디 있고 꼬리는 어디 있나 이걸 내놓는 자체가 부끄럽다 *첫 부분과 마무리 부분에5서 동일한 문장을 반복하는 경우

자작글-020 2020.12.20

시 창작 안내자들

시 창작 안내자들 /호당, 2020.12.19 백지에 내린 시의 그림자를 잡을 수 있다 내 그림자를 만들기 위한 내 몸체는 직립하지 못했다 물속을 잠겨보라 그 안의 생명체를 바라보건데 열 사람의 안내자는 붕어라 말한다 그러나 유독 혼자만 붕치라 한다 같은 생명체를 두고 같은 말을 쓰면서 모두 정상에 오르는 길은 달랐다 누가 더 가깝고 쉬운 길 지치지 않도록 재미있게 시의 얼굴이 다르듯 각색이다 아직 중턱에서 바라본 것 상상의 깊이는 얕다 은유나 직유나 상징 페러디 들 내게 다가오는 듯하지만 안내자를 더 만나야겠다

자작글-020 2020.12.19

벼를 탈곡하면 모음 자음이 쏟아진다

벼를 탈곡하면 모음 자음이 쏟아진다/호당 / 2020.12.18 벼 탈곡은 농부의 마음이 집약된 알알에 한글 낱자가 쌓인다 탈곡기는 와랑 와랑 자기 음색으로 한글 낱자만 쏟아낼 뿐 맛있는 문장은 생각지 않는다 알알이 배긴 세종대왕의 혼이 쌓인다 저걸 정제하면 갖가지 문장으로 시집으로 서책으로 변화할 것을 정미는 양식이다 한 그릇 씹어 삼키면 유식이 어디든지 새싹 새 힘 새 꿈이 탄생할 것이다 종일 털어낸 한글 자모 무더기 저것을 정제하고 추고하고 탈고하면 피와 살이 되어 힘이 되는 문장들이 탄생할 것이다 가장 신이 나는 벼 탈곡은 새 문장에 농심이 가득 배겼다

자작글-020 2020.12.18

안과병원에서-1

p> 안과 병원에서-1 호 당 2020.12.17 겨울 한파가 내 수정체를 하얗게 갉는다 내 나이에 달라붙는 현상이다 조급한 의사의 몸짓은 그의 태생이다 백내장입니다 각종 기기를 더 거치고는 중증입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하기야 우측을 수술한 지 2년 조금 남은 한쪽을 대체하라니 현대 의술을 믿는다 나의 결단은 자리 옮긴 나침반이다 바르르 떨고 하기야 촉촉한 시간을 백색경보로 가려 항상 먹먹하고 녹내장 한 정거장 닿기 전에 대체해야 한다 아직 나침반은 좌정 못 하고 있다

자작글-020 2020.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