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 안과 간호사 < 프라임 안과 간호사님 /호당 .2020.12.30 꽃 활짝 핀 향기 날려 내 콧속을 벌름거리게 한 백의천사의 날개들 메마른 풀꽃에 앉든 짓무른 질땅에 앉든 한결같은 부드러운 날개 질 빈 동공에 빠진 수렁 붉은 입술을 거친 약손이 거뜬히 메워주어 새 빛 빛난다 아픈 자의 부절제한 몸짓에 나이팅게일의 나래 휘둘려 주기만 하면 시든 꽃도 되살아나는 백의천사의 손길 감사합니다 자작글-020 2020.12.30
새빛 찾은 눈동자 새 빛 찾은 눈동자/호당. 2020.12.28 풀꽃은 시들어서 저물도록 견뎠다 마르기 직전 장성동* 명 약수로 관수했다 우주를 달릴 상상이 현실로 꽃피운 21세기 거짓말 같은 참말 조화인지 생화인지 감쪽같은 눈동자 시드는 풀꽃을 새잎 피워 살려낸 장성동의 명 안구술 名 眼救術 새 빛 찾은 눈동자가 해맑다 *의사 이름 자작글-020 2020.12.30
침대 침대 / 호 당 2020.12.23 가장 안락하고 쿠션 좋은 침대는 공원 숲에 설치한 드램펄린처럼 붕붕 뛰었다 침대에 비춘 연붉은 불빛 그건 우리 젊은 비둘기 한 쌍에 단꿈 내린 옥시토신이다 가장 즐기는 콩밭을 누가 외면하지 흐르는 세월에는 누구도 거역할 수 없다 불균형한 코골이 불균형한 침대의 안락함 외적 불균형을 내적 조화를 찾으려 했다 격렬한 파도 후 잔잔한 바다는 부두를 찰싹거리고 있다 침대의 쿠션보다 편안함이다 안정된 사랑이다 지금 침대는 서로 마음을 녹여 주는 가구다 자작글-020 2020.12.25
물리치료실에서 물리 치료실에서/호당 . 2020.12.22 물리 치료실이다 웃통 벗어 걸고 누웠다 부드러운 손 아가씨의 친절한 위안이 누수가 막히는 것 같다 여러 가지 손맛이 가슴 깊이 스며든다 맛있는 음식 내 혓바닥의 감각 오감의 긴장이 스르르 가라앉는다 가장 기분 좋은 시간 숲속의 피톤치드보다 더한 그녀의 옥시토신이다 나는 기분 좋은 시간을 남에게 베풀 수 있을까 가장 안정된 시간이다 가장 무아지경이다 자작글-020 2020.12.22
잉여 제비꽃 잉여 /호당. 2020.12.21 남는다는 것은 풍족을 뜻 하지만 시적 언어에서 다른 뜻이라 했다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나는 맛을 느끼지 못해 침이 말랐어요 남의 시를 읽었건만 시 속 알맹이 맛을 몰라요 시를 쓴다고 말아야 할 말 내 잉여는 “할 일 없음”으로 삼시 세끼 꼭꼭 점찍어 내 남아돌고 시의 꼭지만 매달리고 속을 훑어 내지 못하니 잉여를 부끄러워한다 자작글-020 2020.12.21
혓바늘 혓바늘 /호당. 2020.12.21 아내 혓바늘이 독버섯처럼 돋았다 발화점은 내게 있다 지시약 페놀 타랜 같다 마음도 하나 몸도 하나면 일심동체라 한다 방귀 냄새도 달콤하게 느낀다 속으로 앓고 밖으로 웃어야지 해돋이 동쪽 하늘 붉음 오늘 하늘 맑아 해님이 웃어준다 혓바늘쯤은 곧 삭이고말고 자작글-020 2020.12.21
수미상관 수미상관/호당. 2020.12.20 어쩔 도리 없네요 뾰족한 재간도 없는 내가 시의 얼개를 적당히 얼버무린 것이 머리에도 꼬리에도 있다했다 내 밑천 모두 들어내 봐야 허와 공이 한통속에서 알맹이 없는 쭉정이 내 심연에 잠겼다가 깨어 나와도 꼬리와 머리는 걸맞지 않아 세상이 공평할 수 있나 그게 이상이 아니라 정상이지 풀리지 않으면 적당히 얼버무려놓고 앞머리 떼어 뒷머리를 대신하고 *수미상관법으로 마무리했다고 참 가당치도 않은 헛기침 시답지도 않은 시 머리는 어디 있고 꼬리는 어디 있나 이걸 내놓는 자체가 부끄럽다 *첫 부분과 마무리 부분에5서 동일한 문장을 반복하는 경우 자작글-020 2020.12.20
시 창작 안내자들 시 창작 안내자들 /호당, 2020.12.19 백지에 내린 시의 그림자를 잡을 수 있다 내 그림자를 만들기 위한 내 몸체는 직립하지 못했다 물속을 잠겨보라 그 안의 생명체를 바라보건데 열 사람의 안내자는 붕어라 말한다 그러나 유독 혼자만 붕치라 한다 같은 생명체를 두고 같은 말을 쓰면서 모두 정상에 오르는 길은 달랐다 누가 더 가깝고 쉬운 길 지치지 않도록 재미있게 시의 얼굴이 다르듯 각색이다 아직 중턱에서 바라본 것 상상의 깊이는 얕다 은유나 직유나 상징 페러디 들 내게 다가오는 듯하지만 안내자를 더 만나야겠다 자작글-020 2020.12.19
벼를 탈곡하면 모음 자음이 쏟아진다 벼를 탈곡하면 모음 자음이 쏟아진다/호당 / 2020.12.18 벼 탈곡은 농부의 마음이 집약된 알알에 한글 낱자가 쌓인다 탈곡기는 와랑 와랑 자기 음색으로 한글 낱자만 쏟아낼 뿐 맛있는 문장은 생각지 않는다 알알이 배긴 세종대왕의 혼이 쌓인다 저걸 정제하면 갖가지 문장으로 시집으로 서책으로 변화할 것을 정미는 양식이다 한 그릇 씹어 삼키면 유식이 어디든지 새싹 새 힘 새 꿈이 탄생할 것이다 종일 털어낸 한글 자모 무더기 저것을 정제하고 추고하고 탈고하면 피와 살이 되어 힘이 되는 문장들이 탄생할 것이다 가장 신이 나는 벼 탈곡은 새 문장에 농심이 가득 배겼다 자작글-020 2020.12.18
안과병원에서-1 p> 안과 병원에서-1 호 당 2020.12.17 겨울 한파가 내 수정체를 하얗게 갉는다 내 나이에 달라붙는 현상이다 조급한 의사의 몸짓은 그의 태생이다 백내장입니다 각종 기기를 더 거치고는 중증입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하기야 우측을 수술한 지 2년 조금 남은 한쪽을 대체하라니 현대 의술을 믿는다 나의 결단은 자리 옮긴 나침반이다 바르르 떨고 하기야 촉촉한 시간을 백색경보로 가려 항상 먹먹하고 녹내장 한 정거장 닿기 전에 대체해야 한다 아직 나침반은 좌정 못 하고 있다 자작글-020 2020.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