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 석양 /호당 .2020.12.9 망월 놀이는 아닌데 동네 꾸러기들 산꼭대기에 불 질러 놓았다 활활 타오르는 불더미 구시대 봉화는 아니다 요사이 연기 없는 산불도 현대인은 있다 한다 까마귀는 제집 찾아 산을 넘었고 장난꾸러기 불장난치고 아름답게 보인다 소방차 몇 대가 대기하고 호수를 깔아 물대포 쏘는 듯한데 물 한 방울 뿜지 않는 것 보니 저건 산불도 봉화도 도깨비불도 아닌 천동설을 증명하는 증표임이 분명해 자작글-020 2020.12.09
초롱꽃 초롱꽃 /호당 .2020.12.8달도 없는 그믐밤네가 없었더라면엄벙덤벙 헤매다좁은 길 걷다가쓰러지거나궁둥 방아 찧거나했을 것을네가 초롱 들고 길을 안내하여무사히 왔구나아직도 밤새워누군가를 안내해 주려이슬 덮어쓰고도한사코 밝혀주려는 초롱꽃 A:link {text-decoration:none;} A:visited {text-decoration:none;} A:active {text-decoration:none;} A:hover {text-decoration:none;}@font-face {font-family:갈잎;src:url('https://t1.daumcdn.net/planet/fs8/15_15_27_27_7EE6F_15655806_0_0.ewf?original&filename=0.ewf');};bod.. 자작글-020 2020.12.08
내 시의 발돋움 내 시의 발돋움/호당, 2020.12.7 내 뱃속에 시의 배아가 있는 줄 몰랐지 어렴풋한 저녁에 한 줄기 빛이 나를 향해 되쏘고 있는 것을 보고도 이것이 무슨 징조인지 몰랐지 어디를 가든지 시내를 벗어난 곳이면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꼬리말 같은 것을 각색하고 거풍시켰지만 시라는 것은 가당치도 않았을 거야 무조건 쓰고 보자 밤 하는 별똥별이 지리고 간 물똥이 있는 줄 믿고 책장을 뒤집고 도서관 문지방을 반들반들 닳게 하고 인터넷을 훑어내고 무엇인가 어렴풋이 침전물이 뜨는 느낌을 얻었으니까 카페에 올렸더니 꼬리말이 좋아 내 뒤꿈치는 점점 높아지더군 경전을 읽을수록 콩물이 우러나와 간수 넣고 끓였더니 이리저리 얽혀 두부 형체를 이루었어요 설익은 연두부도 아니고 비린내를 풍겼지요 시는 내 심연 깊은 곳에서부터 싹.. 자작글-020 2020.12.07
안동식혜 안동 식혜 安東食醯/호당. 2020.11.25 지방 특미 特味 안동 식혜 시뻘건 국물에 달콤새콤 시원시원 맛 아삭아삭 고소한 맛 한 공기 금방 숟가락 놓고 깔깔 웃는 동안 잔상의 맛이 꿈틀거려 쿡쿡 찔러 불러낸다 또 한 공기씩 빙 둘러앉아 후룩후룩 맛에 취해 처남남매의 애 愛 동서 간의 묵직한 정 情 처남과 처남댁의 아가페 사랑 모두 녹아들어 감칠맛이 더한다 사과 배 감은 뒤로 밀려내고 안동 식혜에 녹다운 우리 모임의 정이 폭폭 스며 안동 식혜의 맛 같은 정에 취한다 자작글-020 2020.12.06
통증 연가 통증 연가 -최규목 시집에서- /호당. 2020.12.6 가야 할 거라 꿈에도 그리지 않았다 홀연히 아니 눈 깜작할 사이 이승과 저승을 갈라놓은 우리는 첫사랑의 별이 샛별이었든가 그렇게 활활 빛내더니 홀연히 감춘 봄을 활짝 펼쳐 마음에 녹아내려 서로 뒤섞여 붉은 꽃 피워 올렸다 미친바람 아니 한파보다 더한 칼바람이 무자비하게 난도질로 꽃봉오리 떨어졌다 내 가슴에 묻어 두고 떠난 너 샛별이었던가 아니 소쩍새였던가 자작글-020 2020.12.06
늦가을의 햇볕 늦가을의 햇볕 /호당. 2020.12.6 11월 어느 날 오후 정 남향으로 해님에 내 맘 내보였다 MRI처럼 환히 투시한다 오물이 얽혔다고 귓속말로 이른다 눈 감고 마음 내걸어 말렸다 빨랫줄에 내어 건 빨래처럼 해님의 넓은 도량으로 막 핥는다 바람이 쓰다듬는다 맑은 물을 벌떡벌떡 마셨다 오물이 씻어진 듯 맑은 기분 깊숙이 쓰다듬는 오후의 햇볕에 쾌유한 듯 새 기운이 솟는다 햇볕처럼 살겠다는 내 맘 자작글-020 2020.12.06
시내버스 기사 구시렁거리다 시내버스 기사 구시렁거리다/호당 .2020.12.5 겨울은 춥기 마련이다 아무도 벌벌 떨지 않았다 시내버스정류장 10여m 앞에 못 미쳐 정차하여 승객을 몇 태우고 출발한 시내버스 그동안 달려가면 탈 수 있겠다 오금이 얼어붙어 닿을 수 없는 사이 버스는 떠난다 손을 휘젓고 뒤뚱뒤뚱 달린다 정면 정류장에 정차했다 젖 먹는 힘 다해 달렸다 나 하나 때문에 눈이 시리나 가까스로 승차하자 정류장에 대기할 일이지 늙은이가 무작정 달려오면 내 시간이 있는데 구시렁거리는 기사의 입을 마스크를 씌울 방법은 못 들은 척하는 것 늙은것은 어디 환영받을 짓이야 다음 차를 기다리면 될 것을 더 민첩하지 못한 내 잘못이지 돌부리 차고 아프다 소리 못하고 태연한 척했지 자작글-020 2020.12.05
연애도 완고했다 연애도 완고했다/호당. 2020.12.4 완고한 유교적 가풍에 젖어 옥이는 어릴 때부터 세뇌되었다 아랫동네 웅이는 조금 개방적이었다 뒷동산 밤알은 툭툭 벌어져 떨어지는데 두 남녀도 계절에는 어쩔 수 없어 여물어갔다 아랫도리에 바랭이가 무성해지자 자꾸 그리워진다 코스모스는 벌 나비의 사랑을 받고 한들한들 활짝 웃는 얼굴인데 우리는 그리움만 씹고 있다 남녀칠세부동석이 불문율이지 아니 윤리지 윤리가 우뚝한들 사랑을 덮어 누를 수 있겠나 그리워할수록 아버지가 더 무서워지고 엄한 영체에 속만 끓었다 소를 몰고 옥이 집 앞으로 지나가는 것을 보고 옳지 나는 바구니를 들고 몰래 뒤따랐다 골짜기에 소를 놓아놓고 한껏 마음대로 방임했다 나도 소처럼 저런 매이지 않았다면 얼마나 자유로울까 뒤돌아보니 꿈에도 그리는 옥이 아.. 자작글-020 2020.12.04
거미-1 거미-1 호당 2020.12.3 은빛 망쳐 놓고 숨어 망본다 야비한 술책이라 말하지 말라 그럼 너희 바다에 어망쳐놓고 고기 때 일망타진 그 수법은 어떤가 낚싯대 드리우는 짓은 시야를 살필 줄 모르는 날갯짓 거리가 문제 공간이 너희 것인 양 활개 치고 온 세상 제 것인 양 누비는 교만 살피지 않은 너희 몫 삶의 방식이다 자작글-020 2020.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