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474

여인의 치마폭

여인의 치마폭 /호당. 2020.11.15 사랑이 비춘 자리 이렇게도 포근한가 옆의 남자는 호호 벌벌 떠는데 나에겐 정면으로 마주하고 따뜻한 눈총을 맞춘다 나를 애무한다 너의 마음은 한결같은 온기 공평하게 내려 줌을 안다 그러나 여기 벤치에 앉은 내 맘을 녹여주다니 감동한다 너의 매력은 마음이다 빳빳이 세운 겨울의 한기를 문 앞을 네가 지켜준다 여인의 사랑으로 감싸는 햇볕 안은 치마폭

자작글-020 2020.11.15

매 부리

매 부리 /호당. 2020.11.14 나는 야행성이 아니다 떳떳하지 높은 나무는 조망할 수 있는 안성맞춤이다 망원경보다 더한 촉광은 생활 무기 가만히 놀고먹는 팔자는 아니다 망원경은 삼라만상을 회전하여 내 망막에 걸리는 것들 어쨌든 살아나야 하지만 이런 짓이 익숙한 내 방식이다 삶 누구나 살 수 있는 권리는 있다 그 권리를 자신이 지킨다 권리를 방심하거나 먹이사슬을 익히지 않은 삶은 내가 당할 수 있으니까 방심하지 말라 망원경을 통한 내 망막에 잡힌 것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간혹 생의 막장에서 대롱대롱 매달리면 측은지심이 내 가슴을 울린다니까 놓아주고 말지 삶은 끊임없는 경쟁이다 내 부리와 눈은 방어의 수단과 경쟁의 도구다

자작글-020 2020.11.14

촌 수탉

촌 수탉 /호당. 2020.11.13우물 안에만 거장 치는촌 수탉 암탉 마구 휘어잡고휘하의 하녀보다 가볍게 했다서울 바닥 만원 시내버스 안 촌티 아닌 척 태연하나 벌써 낯바닥 페인트 글씨가줄줄 흐르는 데 뭐먹잇감 찾은 듯 저들끼리 낄낄거리며바람 잡아넣고 촌닭을 이리저리 밀치고 혼을 뺀다슬쩍 벼슬에 손으로 가린들방어 수단은 없다벌써 낚시는 물린 듯 낚아챘으나 찌만 달랑달랑촌 수탉의 위장술은 어수룩한 심연에 맑은 잔꾀 하나가슴 출렁 긴 호흡에 휘발유 냄새가 확 풍긴다

자작글-020 2020.11.13

파계사에서

파계사 에서. 호당. 2020.11.13 낙엽은 시나브로 흩날린다 風磬은 적막을 銀波로 변조하여 하늘을 물감칠한 듯 파랗다 그 아래 맑은 연못 불심이 가득 고여 맑고 투명한 넓은 도량(道場)엔 파계사를 깊이 끌어안고 묵언에 잠긴다 목탁 탁, 탁. 탁. 南無阿彌陀佛 觀世音菩薩 내 가슴은 숙연해지는 듯 내 귀가 맑아지는 듯 목어는 무언의 몸짓 풍경의 파동은 양 떼가 되어 내 가슴으로 밀려오는 듯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탁 탁 탁 탁 108배 하지 않아도 어찌 이 도량에 잠겼다면 마음 비워내지 않으리

자작글-020 2020.11.13

시 창작에 붙여

시 창작에 붙여/호당. 2020.11.12 어렵사리 등단이라는 간판을 달고 시를 쓸 수 있다고 자부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구절이 내게 어울리는 모양새다 생각나는 대로 써 놓고 나 혼자만의 희열 껄껄 누가 내 시에 감 놓아 배 놓으라 하랴 산에 나무가 울창하고 새들 짐승들 같이 품어야지 맹숭한 산을 이쪽 저 구석 산사태는 곳곳이 들어낸 원형 탈모증 같은 맥 빠진 시를 어찌 스트레스가 없단 말인가 시법으로 처방한들 치유는 시다운 시가 쓰일 때 허튼 구멍이 메워진다 무식이 유식으로 변모하면 시는 은유의 골짜기에서 큰소리로 껄껄 웃음 지을 것이다 시는 앞마당 감나무처럼 있는 모습 넘어 사유를 끌어 창작하면 될 것인지

자작글-020 2020.11.12

늦깎이가 연필을 쥐았을 때

r> 늦깎이가 연필 쥐었을 때/호당. 2020.11.10 배움의 물결은 결정적 시기를 타고 넘고 흘려버렸는데 늦게 머리에 고인 것이 없다는 것을 후회하고 연필을 잡았다 궤적을 따라가다 이탈하기 일쑤 심연을 채우려는 같은 낱말을 맴돌려 겨우 궤적을 보고 그리다가 덮어버리면 흔적 없이 사라진다 늦깎이 소에는 허공을 더듬듯 아무리 연필 깔겨도 자국이 남지 않는다 결정적 시기를 놓친 슬픔 끈기라도 있으면 건더기 한 줌이라도 남지 않을까

자작글-020 2020.11.10

방년 스무 살

방년 스무 살 /호당. 2020.11.9 가득히 채운 푸른 정기 확 붙이면 사정없이 점화 폭발할 듯한 젊은 활력 푸른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지뢰 같은 것 어디서 폭발하면 여지없이 초토화해서 자기 영역을 지배할 수 있는 芳年 스무 살 무수한 숫새 떼 몰려 침 흘리게 하는 가장 상좌에서 콧대 세워 미래를 계산하는 방년 스무 살 무릎을 낮추고 맞받아 풀어내는 낱말조차 매력과 향에 짓눌리게 하는 방년 스무 살

자작글-020 2020.11.09

만추의 어느 날

만추의 어느 날 /호당. 2020.11.8 바람이 분다 낙엽이 우수수 그야말로 추풍낙엽이다 그렇게 푸른 칼자루 번뜩여 엎어 눌려 펼치는 권력이 떨어지면 앙상한 골격 맥도 없는 볼품없는 마른 가지다 권력의 맛에 취했을 때 막 끌어모으고 배 채워 살찌웠지 있을 때 베풀고 도와 좋은 일 했더라면 칭송했을 텐데 낙엽 지고 나니 외롭지 않아 이 구석 저 구석 처박히는 몰골 어찌 인간 세상이라 아니 할 수 있겠는가 홀라당 벗고 벌 罰 받아 보면 깨달음이 있을는지

자작글-020 2020.11.08

오후 2시 30분

오후 2시 30분 /호당.2020.11.7 11월의 첫 주 정남향 벤치에서 해님을 경배했다 눈을 감고 마음 가다듬고 우러러본다 붉은 물 들린 내 동공 내 심연까지는 텔레파시다 네 심연을 비워내라 깨끗이 닦고 씻고 하란 말이야 그래야 깨끗한 맘으로 채워질 것이다 네 걸어 온 길이 미련하고 우둔하다 여기나 하늘 향해 한 점 부끄럼 없다 큰소리칠 수 있나 그래도 남보단 맑게 지냈어요 그건 네 잣대야 너는 큰 범죄야 30분의 묵상 늦가을의 햇볕이 따스하다 해님의 은총이다 구름 덮이고 바람 분다 그래도 따뜻한 손길 같다 낙엽이 이리저리로 뒹군다 중심 잃으면 갈 바를 잃은 것이다 낙엽처럼 이리저리 처박히지 마라 맑게 비워 내라

자작글-020 2020.11.07

빈대 벼룩 이

빈대 벼룰 이/호당. 2020.11.7 60년대의 배고픈 사람만이 아니었다 빈대 벼룰 이 하등 동물도 배고팠다 벽은 핏자국으로 얼룩지고 얼룩 하나씩 더할 때마다 삶을 지우려는 인간과의 전쟁이다 그놈들이 콜레라 장티푸스를 전파할 수 있다니 환영할 친구는 아니다 양지바른 언덕에서 바지저고리 훌훌 벗어 탁탁 털어내고 벼 타작한들 약사 빠른 것들 도망 아니면 깊숙이 숨어버리고 밤이면 모질게 괴롭혀 미군이 준 DDT를 뿌리도 살 놈은 산다 목욕탕도 귀하고 내복 자주 갈아입을 배고픔보다 후순위 빈곤이 준 후진국의 상징이다 새마을 운동에 수출 제일주의로 살만하니 빈대 벼룩 이는 스스로 자취를 감추었다

자작글-020 2020.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