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474

늦가을의 소묘

늦가을의 소묘/호당. 2020.11.21 어제까지만 해도 바락바락 애써 내 사랑을 붉히려 했다 그 많은 날씨와 싸움에서 애면글면했었다 내 귀여운 분신들 나날이 몸짓 커지자 애교로 깔깔거리기도 애정이 듬뿍한 너희 하루아침에 털려 가느냐 내 무개는 가벼워졌지만 허탈한 웃음만 난다 아니 이게 내 일이었다 거뜬히 해내고 말았다 훌훌 벗어던지고 나도 휴식하련다 모진 한파만 잘 견디면 내년을 기약할 수 있다 쉬는 것이 재충전이다 재도약의 발판이다

자작글-020 2020.11.21

민지네 산 오징어 회

민지네 산 오징어 회/호당. 2020.11.20 문자 메시지에서 경고음으로 알았다 호기심이 발동하자 터벅터벅 그 길 따라갔다 아 여기로구나 출생 신고한 지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대구 전체에 명성을 올렸으니 그것도‘코’자를 암시하는 희미한 그늘에 덮였으니 그 앞을 지나며 조금 으스스하다 간판에 ‘코’자 얼른거리면 커 올라가기 힘들 걸 이런 적적한 곳까지 날려 와서 앉다니 내 앞에 ‘코’자가 양팔 벌리고 막는 것 같다 막아봐라 걷어차고 짓밟고 묻어버릴 테다 산 오징어만 오래 살려보렴 ‘코’자는 톱아 내고 회를치면 되려나 민지네 산 오징어 회 반전의 기회가 되었으면 바란다

자작글-020 2020.11.20

마음

내 마음/호당 .2020.11.20 긴 세월을 흘러오면서 산골 물처럼 흘려버려 흔적 없는 것이 더 많지만 간혹 절벽에 강둑에 긁긴 흔적이 눌려 붙은 마음이 있다 흐르다 흙 속으로 스며 뿌리를 적셔 떠받혀주는 일이 가장 보람된 일 예쁜 뿌리털을 만나 가슴앓이 한 적도 있다 절벽에 붙은 내 흔적은 평생 지우지 않고 추억으로 아름답게 간직한다 귀여운 사슴을 내 품에 안은 것은 내 숙명인 것을 마음만 섞는 일이 아니다 행운은 내 마음을 붉게 익혀나간 것 샛별이자 마음의 희망이다

자작글-020 2020.11.20

낮잠

낮잠 /호당. 2020.11.20 길어야 10,15분 바다 밑바닥 잠긴다 비몽사몽이라 카더니 해저 수생생물과 친교 시간 슬쩍슬쩍 비벼 친구가 된다 숨바꼭질 말타기 이어 강강술래 푹 솟구쳐 오른다 설교? 데모? 아우성 들은 듯 들리는 듯 꾸벅꾸벅 이승의 삿대질 깊숙이 잠긴다 용왕님 알현하고 내 집 하사받고 좋아라 손뼉 치자 고래 떠받는 바람에 번쩍 이 시간의 행복 활력 충전 시간이 낮잠 눈알이 확대경 환하다 안녕 하시니껴

자작글-020 2020.11.20

경상감영공원에서 풍경 하나

경상감영 공원에서 풍경 하나/호당 2020.11.19 지구의 한 모퉁이 여기서도 사랑은 꽃피웠다 일터 벗어난 지 한참 된 인생이 빳빳한 기운으로 부둥켜안고 세월을 건넌다 여름 햇볕이 숲의 이파리를 통해 지그시 눌러준다 좋아하는데 조건이 달리면 쉽게 떨어질 수 있는 사련 邪戀이다 시원한 벤치에 앉은 남녀 누렇게 뜬 낯바닥에는 진 붉은 빛깔보다 우선을 즐기자는 거뭇거뭇한 빛깔이 점점이 박혀있다 급조한 남녀의 조합에는 일회용 밴드 같은 사랑일지 몰라 옆 건물에서 고우 고우 슬로우 슬로우 멜로디가 꾀이는 듯 공원 벤치 그늘은 늙은이의 시든 이파리가 빳빳해지는 시간이다

자작글-020 2020.11.19

역삼각형

BR> 역삼각형/호당. 2020.11.18 내 드라이브는 효령을 구르자 붉은 물방울 뽀글뽀글 터지는 소리에 희열이 구른다 거기 메기의 붉은 탕이 맛의 감각 도수를 상승시킨다 이 시각 맛의 오르가슴이다 여기서 지각이 융기하면 별이 하강한다 그건 삼각형 밑변이 역삼각형으로 윗변이 되는 수순이다 늙을수록 일찍 인지할수록 자기 행복을 내부로 채울 수 있다 붉은 탕도 포함하는 *상수가 된다 *변하지 않는 값. 불변의 값

자작글-020 2020.11.19

낙엽

낙엽/호당. 2020.11.19 간밤에 비 내리고 바람 불었다 은행잎 벚나무 잎 느티나무 잎 등등 붉고 노랗게 떨어져 뒹군다 나는 그걸 아무렇지 않게 밟았다 저 나뭇잎들이 피톤치드 날리고 찰싹 붙어 권력을 휘둘렸지 고분고분한 가지들 말 듣지 않은 빳빳한 가지들 예쁜 가지들 구별하여 권력을 쏟을 때 얼마나 창창하고 서슬 시퍼렇나 떨어지고 땅에 구르고 이 구석 저 구석 처박힐 때 지난 일을 생각이라도 할까 영고성쇠는 어디든 있다 내 편 네 편 가르고 권력으로 거들먹거려 세상을 휘어잡을 듯한 기세 세월에 이길 장사 있었나 비참하게 밟히지만 않았으면

자작글-020 2020.11.19

무반동총

무반동총 /호당 2020.11.18 옛날 추억 한 토막 훈련병은 고달프다 내가 키 크다는 이유로 맨 선두를 차지했다 무반동총은 언제나 내가 매야 했다 뒤 놈은 낄낄거리며 교대해 주지 않았다 가장 약하고 마음 확 쏟아 내지 못하는 내향성인 나 고통을 안으로 끌어모았다 훈련장에서 제일 먼저 작동하고 마지막 거두어 귀대는 내 몫 어깨가 짓눌려 등골이 휘어지는 듯 뒤뚱거려 훈련장 2,3㎞를 두 놈이 매고 가도 내가 키 크다는 이유뿐 너희 고통을 혼자 감당했다 좀 나누어 가질 수 없었니 팔도에서 모인 온갖 성질 것들 자기만 편하면 돼 무반동총 훈련이 가장 힘겹다 이겨 냈으니까 군대다

자작글-020 2020.11.18

광기 한 점

광기 한 점 /호당.2020.11.17 한국 문화예술 위원회 공모 사업에 안내는 첫 문부터 어두컴컴하다 읽어 들어가도 미로 같다 안내 전화는 모두 스무고개를 넘고 안내 도우미와 교감이 난 지대다 내 귀와 입과 나이테를 공통분모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더구나 주파수가 다른 귓바퀴와 입술의 차이 내가 쌓은 시어를 빛내보려 포기하지 말자 상냥한 도우미를 만나 최소공배수를 찾고 호환이 되어 쉽게 문을 열었다 복 실은 문자를 비둘기에 실어 날려 보낸 것은 내 만족의 신호 로또복권 당첨을 기대하는 심정은 허공에 손 흔들어 행운 한 잎 잡는 기대 그냥 나의 광기라 여겨 기대는 잠재우는 게 좋아 늙은 광기 한 점

자작글-020 2020.11.17

눈물

눈물 /호당 . 2020.11.16 눈알에 고인 마음이 가까운 자 금방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떨구고 만다 삼촌 영정 앞에 조카들 대여섯 섰다 금방 마음 뚝뚝 내 우물은 가뭄에 바닥 바싹바싹 감정을 표시할 때 동참 못 한 눈시울 동정심과 대입하지 말라 물가에 선 꽃나무 쉽게 꽃피고 지고 석벽의 꽃나무 어렵게 꽃피면 질 줄 모른다 내 감정이 이입은 쉽게 드나드는 창문 같았으면 매정하다는 말 나오지 않았을걸

자작글-020 2020.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