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474

고전관념-1

고정관념 /호당. 2020.12.16 고정관념은 한방 수지침 사주 관상 이 분야 딱 박힌 차돌처럼 요동 없다 수지침을 수강한 적이 있다 처음부터 내 믿음에 곰팡이 슬어 끝날 때까지 쓸어 내지 못했다 설마 하고 한방에 들렸더니 내 고정관념은 더 굳어졌다 밤잠을 설칠 정도로 앓았으니까 결국 양방에서 내 고정관념을 확인했다 물리치료 物理 治療는 같다 수지침과 처방전의 분수령 내 고정관념은 더욱 깊이 박혔다

자작글-020 2020.12.16

목 디스크

목 디스크/호당. 2020.12.15 왼쪽 산맥으로 맹수의 길이 빤질빤질 맹수나 산 짐승 출몰 시는 경련한다 대낮 밝으면 내 목은 다양한 반응으로 잊는다 맹수나 산짐승의 출몰로 내 왼편 산맥은 출렁출렁 파르르 경련하다가 돌을 굴러 내린다 야행성 짐승의 발호를 잊으러 물리적 대항 법으로 한숨 배기 잠자고 나면 경련을 자가 발전기를 돌려 감쇄한다 산맥을 오르내리거나 자기 충격 법을 쓰거나 디스크 산맥을 다독인다 목 디스크 찌릿한 경련 이건 쉽게 취급할 일 아니다

자작글-020 2020.12.15

등기이전

등기이전/호당 2020.12.14 내 손의 것 등기 필이면 마무리된 것에 애착이라든가 꼬리말은 부질없는 짓 성형도 정형도 현대판은 미인으로 둔갑하면 감쪽같다 옛 모습 사라진다 찬란한 액세서리로 몸값 올려 부푼다 웅장했던 느티나무는 애타다 괴질 앓은 듯 앙상한 몰골이 안쓰럽다 자연은 변한다 산은 모른 척 하늘 향해 살찌워 부른 물 뚝뚝 저들끼리 푸른 말 깔린다 전국 누각을 복사 모조품 이곳저곳에서 망보고 있다 혼은 없어도 겉은 양반 차림으로 담뱃대 땅땅 그럴 듯 보여야 실감이나 할른지 등기 필 후에 감 놔라 배 놔라 이건 불법 낱말 밖으로 흘리지 않았으면 미련 이건 등기 미필 꼬리말 달지 말아라

자작글-020 2020.12.15

급하게 서둘다

급하게 서둘다 /호당. 2020.12.13 내가 그녀에게 편지를 쓴 것은 한창 물오를 때였다 물오를 계절이면 봄일 텐데 봄을 뛰어넘고 여름 지나 가을을 내다봤다 우체국 소인이 마르기 전에 우표를 붙이고 붙이고 또 붙이고 고리 잠겼다고 혼자만 생각했다 아닌 걸 고리는 입을 벌리고 나는 아직 아침밥도 먹지 않았어 서둘다가 냄비 물 끓지도 않았는데 소매 끝에 쓸려 쏟고 말았다 약한 불로 시간을 두고 천천리 데우면 끓을 것을 서둘다가 다 되어가는 일도 엎질렀다

자작글-020 2020.12.13

새의자

새 의자/ 호당. 2020.12.12 오래 사용한 의자가 내 목뼈를 겨누어 교체하기로 했다 안락의자에 앉아 마치 용상에서 왕이라도 되는 듯 ‘여봐라’이 한마디 내뱉고 싶다 어여쁜 안락사의 손길이 닿자 오장육부가 감탄한다 시녀들의 극진한 시중이다 귀인이 된 듯 꽃밭에서 짙은 향을 느낀다 회전하고 번듯이 눕고 목덜미를 안마하니 공주 셋의 손뼉 소리가 들린다

자작글-020 2020.12.13

제2 삶의 길을 찾아

제2 삶의 길을 찾아/호당.2020.12.12 내가 퇴임하고 무작정 무계획이었다 여기 슬쩍 저기 기웃 깊이 새기지 않았다 가히 방황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지난 적 뭐 대단한 일도 아니다 앞날의 설계는 물론 생각하지도 않았다 국내 국외 몇 군데 관광하고 흔적은 꼭꼭 기록하다 보니 내 안에서 무슨 씨앗이 움트고 있는 줄도 몰랐다 매우 흔한 문단은 우후죽순처럼 문을 열고 문인의 길을 불러들였다 내 실력이나 가늠해보자 서너 편 시 나부랭이 던져놓고 생기지 않았다 덜커덕 합격이라는 통보는 나를 당황하게 했다 정신 차리자 발을 들어 놓았으니 더 깊은 우물을 파 보려 했다 장비도 없이 삽과 괭이로 파고파고 들고 들고 거의 5km 정도 들어갔다 맑은 물이 째잘 째잘 고이는 것 같다 아직 은 멀었어 버젓이 문인이라는 말..

자작글-020 2020.12.12

내 시집

내 시집 /호당. 2020.12.11 내가 이만큼 살아온 것은 시대의 조류도 있겠지만 내 몸에 한사코 매달린 이끼를 내 힘으로 훑어내고 천천히 세월을 씹어 삼키는 무엇인가 있을 힘이라 보겠다 아무도 눈여겨 주지 않은 시법을 펼쳐 놓은들 이름을 공중에 매단 적 없는 밋밋한 시어를 즐겨 읽거나 서표를 끼우거나 할 것인가 좀 무게 나가는 삶의 지침이라도 제시한다면 눈여겨 주지 않을까 후미진 골짜기에서 피워낸 무명초 같은 시집을 난삽한 시어만 끌어모은 것을 누가 밑줄이라도 치겠는가 사는 게 거기서 거기다 펼친 시집에는 이름값이 깊게 배겨 있는 것만 찾는 이들 그냥 수만 권의 시집 속에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고만 생각하라 야생초라 생각하면 할 일 다 할 뿐 다만 눈을 끌어 모으지 않았을 뿐이다 남의 시를 읽거나 슬..

자작글-020 2020.12.11

보리가 바람 맞을 때

보리가 바람 맞을 때 /호당. 2020.12.11 보리밭은 지금 격랑을 만난 듯 아니 미친바람을 만난 듯 휘어졌다 엎어졌다 베베 꼬이다 몽롱하거나 오르가슴에 젓거나 정신이 혼미하다 이만큼 커 오기 위해 나 보리는 엄동설한을 거뜬히 이겨냈지만 미친바람에는 정신을 잃는다 우리의 삶이 미친바람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서로서로 부둥켜안고 가장 거룩한 의식을 치르는 중이다 우리는 미치지도 않았고 격랑을 겁내지 않아 어쩌면 도우미로 여긴다 일제히 거사를 치르면 오르가슴에 도달하고 난 뒤 곧 배불뚝이는 너희의 사랑을 독차지할 것이다

자작글-020 2020.12.11

메기 메운탕

> 메기 메운 탕 . 호당 2020.12.10 어차피 이승 하직할 바에야 좀 화려하게 이색지게 가겠다 뻘건 탕 속에 한증탕으로 여겨 몸 담그고 고추야 마늘아 후추야 토란아 너희 합작품이 되어 나의 수의가 되렴 용솟음치듯 뽀글뽀글 장송곡이 귀에서 눈에서 입술로 혀로 밀어 넣어 즐겨 듣는군 육신은 마그마에 헤엄치고 영혼은 즐기는 너희를 감상한다, 맛있느냐 어디로 윤회할지 용왕님 알현하려 간다 이만큼 보시하고 간다

자작글-020 2020.12.11

코로나19 2,5단계

코로나 19 2,5 단계/호당.2020.12.9 단순히 계단 높이가 아니다 내 보폭과 속도에 적용되지 않는다 의자를 선점하려면 내 다리는 그만큼 젊은이처럼 민첩해야 한다 헉헉, 나는 손을 휘젓고 높이뛰기 자세로 오르고 훠이, 헛바람을 쏟아내고 날 기다리는 이 있는 것 처럼 힘들게 올라간다 올라가고 싶어 가는 거지 뭐 선인들이 남긴 사유의 뭉치가 편편이 묶여 밀림을 이루고 피톤치드처럼 교양의 파동이 친다 경견하게 느낀다 사탕수수 대궁처럼 잘근잘근 씹어 단물을 넘길 수 있어 기를 쓰는 거야 2,5의 수칙에 따라 간격이 훨씬 띄워 빈 의자는 층층이 쌓여 잠자고 있다 낚시터는 2,5 규칙 따라 낚싯대 드리운다 물고기가 먼저 알고 2,5수칙 따라 유유자적하니 낚는 재미는 반의 반감이다 시내버스 지하철 KTX 띄엄..

자작글-020 2020.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