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급하게 서둘다

인보 2020. 12. 13. 15:35

급하게 서둘다 /호당. 2020.12.13
내가 그녀에게 편지를 쓴 것은
한창 물오를 때였다
물오를 계절이면 봄일 텐데
봄을 뛰어넘고 여름 지나
가을을 내다봤다
우체국 소인이 마르기 전에
우표를 붙이고 붙이고 또 붙이고
고리 잠겼다고 혼자만 생각했다
아닌 걸
고리는 입을 벌리고 
나는 아직 아침밥도 먹지 않았어
서둘다가 냄비 물 
끓지도 않았는데
소매 끝에 쓸려 쏟고 말았다
약한 불로 시간을 두고
천천리 데우면 끓을 것을
서둘다가 다 되어가는 일도 엎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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