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집 /호당. 2020.12.11 내가 이만큼 살아온 것은 시대의 조류도 있겠지만 내 몸에 한사코 매달린 이끼를 내 힘으로 훑어내고 천천히 세월을 씹어 삼키는 무엇인가 있을 힘이라 보겠다 아무도 눈여겨 주지 않은 시법을 펼쳐 놓은들 이름을 공중에 매단 적 없는 밋밋한 시어를 즐겨 읽거나 서표를 끼우거나 할 것인가 좀 무게 나가는 삶의 지침이라도 제시한다면 눈여겨 주지 않을까 후미진 골짜기에서 피워낸 무명초 같은 시집을 난삽한 시어만 끌어모은 것을 누가 밑줄이라도 치겠는가 사는 게 거기서 거기다 펼친 시집에는 이름값이 깊게 배겨 있는 것만 찾는 이들 그냥 수만 권의 시집 속에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고만 생각하라 야생초라 생각하면 할 일 다 할 뿐 다만 눈을 끌어 모으지 않았을 뿐이다 남의 시를 읽거나 슬쩍 빌리거나 차압하거나 하여 시집을 펼치려는 삶이 이만큼 견딘 것이 아닌가 |
'자작글-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의자 (0) | 2020.12.13 |
---|---|
제2 삶의 길을 찾아 (0) | 2020.12.12 |
보리가 바람 맞을 때 (0) | 2020.12.11 |
메기 메운탕 (0) | 2020.12.11 |
코로나19 2,5단계 (0) | 2020.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