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천 앞바다 동해 바닷가/호당/ 2024.12.13내 직이 천직 天職으로 여긴 나산골 촌놈이다우물가에서 우쭐거린다우물 갓 떠난 것은 직이 높아질 때다물 갈아 마실 때 여긴 타향임을 실감한다동해안 바닷가 파도가 마중 온다노루 꿩 새소리 대신 파도 소리 귀청을 후빈다절벽을 부딪쳐 하얀 거품이내 허파꽈리를 싸늘하게 한다바위에 붙은 미역이 너울너울파도에 시달리는 따개비는 고달프다여기까지 오른 것이 창자 같아내 여정의 요약이다. 자작글-022 2024.12.13
핥는다 핥는다 /인보/ 2022.12.30 암소가 송아지를 핥는다 사랑 행위는 핥는다 사랑의 샘이 뚫린 것 집에 들면 멍멍이가 기어오른다 핥고 꼬리 흔들고 말보다 행동이 더 감동 준다 방바닥을 쓸고 걸레질한다 먼지를 털고 유리창을 닦는다 핥기는 기분에 상쾌하다 혀와 혀의 만남 이건 사랑의 메시지가 교환하는 현상이다 핥는다는 것은 맘보다 앞선 사랑의 한 방식이다 자작글-022 2022.12.30
씀바귀꽃 씀바귀꽃/인보/ 2022.12.28 온 밭둑을 노랗게 물들여 장관이다 노란색이 맘 포근하게 느껴 슬쩍 이파리 한 잎 땄다 하얀 즙을 쏟아 낸다 혀끝에 살짝 똑 쏘는 쓴맛 앗! 퉤퉤 흥 단맛에 혓바닥 몸 망칠라 좋은 약이 쓰다는 것 알기나 하나 씀바귀꽃이 일갈하고 한들한들한다 자작글-022 2022.12.28
나만 읽는 시 한 수를 나만 읽는 시 한 수/인보/ 2022.12.25 도미노는 무너뜨리기 위해 세운다 매일 숙제처럼 시 한 수 적어 혼자만의 수련과 혼자만의 희열을 느끼려 쓴다 인생 늦게 한참 늦게 능참봉 벼슬 하나 달고 제 무렵 같은 또래보다 더 잘하려 쓰고 또 쓰고 부수고 또 부수고 햇빛 받아 회자하는 명시 아닌 그냥 쌀밥에 국 나물 반찬 보통 사람들 메뉴다 매일 숙제 하나 해치운다는 심정으로 나만 즐길 시 한 수 적고 만족해 즐긴다 자작글-022 2022.12.25
마침표 하나 마침표 하나/인보/ 2022.12.25 월 화요일을 소망 나무에 나뭇잎 피우려 마음 쏟아붓는 일을 마침표 하나 찍는다 외쳐도 좋을 시간이 가슴에 붙는다 표창장 받고 만감이 교차한다 함께한 배움을 놓친 친구들 눈 틔우려 10여 년을 마음 나눈 아쉬움 마침표가 유효할 때 사표들이 줄 서 기다리다 마침표 위에 사표 올려놓으면 표나게 빛날 것이다 독점하고 오래 머물렀다 마침표 찍고 사표 쓰겠다는 마음 정한다 자작글-022 2022.12.25
팥죽 팥죽/인보/ 2022.12.22관습을 꼭 이라는 단정은 어울리지 않는다팥죽, 떡국, 송편, 찰밥, 등세시풍속으로 먹는 음식이다세월은 문명을 짊어지고 잘도 흘러 세시풍속의 후광이 희미해진다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먹을 수 있는 음식을 동짓날이라 기억한 아이들이마음을 배달받았다붉은 팥죽 새알을 삼키며나이만큼 쌓은 돌탑에돌 하나 더 괸다 자작글-022 2022.12.23
첫눈 첫눈 2022.12.21 하늘은 긴장이 풀린다는 신호한다 밤사이 몰래 두껍게 덮은 눈 10여 년을 긴장한 마음 하나 놓겠다는 결심이 늦잠으로 느슨해진다 아파트 승용차들 눈 덮어쓰고 벌벌 떨면서 꿈적하지 않는다 질서정연한 자세를 잃지 않으려 몇몇은 삐뚤삐뚤 빠져나간다 가끔 하늘이 풀렸다는 신호 눈이나 비로 표시한다 나의 풀림은 나사 풀린 늦잠이다 해방감을 무엇으로 채울지 자작글-022 2022.12.23
된서리 내린 아침 된서리 내린 아침/인보/ 2022.12.22 이때까지 맑은 가을날 늙은 들판이 누렇게 익어 갑니다 들판에 참새 내려앉아 조잘거려도 좋고 바람 불어 일렁거려 좋았지 무서리 내린 날이 닥칩니다 나락*이 정신 번쩍 차립니다 맑은 가을날에 북풍이 끼었는지 된서리에 나락 이삭 폭삭 고꾸라집니다 *벼의 사투리 자작글-022 2022.12.22
마음 마음 /인보/ 2022.12.21 마음은 구름 낀 날 밤이다 바람 불어 흘려버린 사이로 달빛 비추면 물 항아리에 어린 낯짝이다 마음은 애착이 가득한 화분 하나 잃어버린 비애다 새파란 눈 틔워 곧 꽃봉오리 맺을 희망을 도도히 흐르는 강물에 신발 한 짝 떠내보낸 애석한 맘이다 가슴에 쌓인 눈 뭉치 봄 지나 여름 오면 녹으려나 자작글-022 2022.12.21
이슬방울 이슬방울/인보/ 2022.12.20 구름 낀 날 밤 아버지의 막숨 그 소리 듣고 눈물 한 방울 떨치지 않은 청초들 별이 반짝이는 밤 어머니의 마지막 말 한마디 그만 울다 울다 청초에 매달린 옥구슬 아무리 서러운 눈물도 햇볕이 달래면 흔적 없는 초롱초롱 맨눈이다 자작글-022 2022.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