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2 432

담쟁이덩굴

담쟁이덩굴 /호당/ 2022.1.2 높은 벽을 자벌레처럼 기어올라야 했다 쳐다보면 현기증이 난다 태초에 출발한 곳에 어머니의 젖가슴이 보인다 어머니는 손짓으로 떠밀 듯 응원한다 벽돌 틈에 갈고리를 박으면 사나운 바람이 끌어내린다 여기서 희망을 접을 것인가 구름이 오더니 빗방울로 응원한다 유리창에 닿아 갈고리를 박으니 여기가 어디라고 창문을 획 열자 빗방울이 후려치자 황겁히 닫았다 납작 엎드려 망보고 밤을 기다렸다 드디어 불은 꺼지고 이때다 힘 다해 유리창을 넘어 문설주를 타고 벽을 넘으니 대평원 여기서 맘껏 펼쳐 내리라

자작글-022 2022.01.01

마지막 보릿고개 세대

마지막 보릿고개 세대/호당/ 2022.1.1 그중 몇몇 문맹자는 자기 낫으로 찍고 깎고 다듬어 앞가림한다고 큰소리 뻥뻥 보릿단 묶던 늙은 손에 카드 한 장 내밀면 만사형통하는데 배고픔은 자장가로 달래고 화약 냄새 용하게 피하고 산천이 7.8.9 번 바뀌니 세상이 획획 바꿨다 내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 무임승차 도시철도에서 남보라는 듯 큰소리로 여보시오 아들이라 며느리라 알았다 전자제품 내 손에서 터치터치 핸들 잡고 질주하고 비행기 타고 외국 관광 가고 옛 필름 낡고 배고팠어도 골라 먹는 입맛 타령 풍요로운 시운 거머쥔 마지막 보릿고개 세대

자작글-022 2022.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