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2 432

무임승차

무임승차/호당/ 2022.1.15 삐걱거린 관절 이끌고 운암역 까지 왔다 무상이란 낱말이 날자 옳지! 3호선 타자 서문시장까지 20여 분 지공 선사분 많군, 참선하라고 객실 내 푸른 옷가지만 보는 것 최신 참선법 최신 건강 섭생법 어차피 관절 단련, 걷고 오르락내리락 눈요기만 여기 기웃 저기 기웃 노점 의자 걸터앉아 국수 후룩 후룩 고추 된장 쿡 찍어 부적부적 와작와작 다음번 체험 1호다 입술들 바글바글 어깨 겨누고 밀치고 코로나 19 따위는 생각 말기 금붕어 떼 여기 모였다 저기 모였다 아가미 벌름벌름 지느러미 흔들흔들 사람 사는 게 숨 쉬는 것만 아니다 동천역까지 무임승차 끝 이 맛에 길들인 지공 선사들 공짠데 뭘, 집콕할 게 뭐람 무상에 맛 들인 속물근성인 나

자작글-022 2022.01.15

겨울 해님은 더욱더 따뜻했다

겨울 해님은 더욱더 따뜻했다/호당/ 2022.1.14 얼음장 휘어잡고 온 바람 후려쳐도 거기 벤치는 따뜻하게 달구어 구들방 아랫목 같아 덥석 앉으면 해님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어 여기 또 찾습니다 걷는다는 행복을 응원하듯 지긋이 뒷덜미를 밀어주어 화끈합니다 나목은 눈 감고 임 기다리는 몸짓이 간절하다 씽씽 소리 지르다가 묵상에 잠긴듯하다가 몸을 비비 틀거나 시샘하는 칼바람이 밀칩니다 내 귀를 베어내려는 듯 아립니다 마주 바라보면 이겨 내고말고요 겨울 해님은 낮 동안 내 집 베란다를 따뜻하게 데워 줍니다

자작글-022 2022.01.15

병원에서

병원에서 /호당/ 2022.1.13 종일 병원에서 간호사의 예쁜 얼굴도 상냥한 말씨도 지루했다 보건소에서 ‘ 이다’ ‘아니다’의 심판에 대한 의심을 상급병원으로 떠넘겼다 자세한 MRI 정밀검사를 비디오 판독하란다 내 마음은 맑은 물에 빗방울 떨어진 기분이다 나는 태연하려 했다 맨눈 검사보다 기계가 더 정밀하니까 경기에서 오심이란 의심을 의사의 심판을 믿어야지 최후 선고를 받는 심정 판결문은 어둑한 귓바퀴에서 쉽게 지나갔다 마지막 선고문 치매는‘아니다’ 백두산 정상을 정복한 기분에서 안도하는 기분으로 긍정보다 부정이 더 좋을 수다

자작글-022 2022.01.14

가렵다

가렵다/호당/ 2022.1.13 나이테가 늙어 노을에 바싹 말라질수록 빡빡 긁고 싶다 목욕은 몸무게 가볍게 한다 상쾌라는 입 밖으로 나온 말 올겨울에 들어 가렵다는 몸에 찰싹 붙은 말이 앞선다 긁을수록 시원시원 잡초가 무성한 콩밭을 제초하고 긁어주었더니 시원하다는 몸짓 한들한들 하늘 보고 쑥쑥 발뒤꿈치 각질에 비닐 씌우고 밭고랑에 비닐 씌우듯 가려우면 포대기로 덮어 초기 진화하듯 하라

자작글-022 2022.01.13

시린 겨울 건너다

시린 겨울 건너다 /호당/ 2022.1.12 노을 짊어지고 깜박깜박할 나이 얼음장 뒤집고 온 바람에 엎어질 듯 자빠질 듯 안쓰러워 팔짱 끼고 이끄는 검버섯도 걷는 길이 흐릿해 울퉁불퉁하다 나이테만 그려낸 나무 한 쌍 어디 간들 함께한 고목의 소리 노래를 부르거나 시를 읊거나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고 둥둥 띄운 고무풍선 난다 뒤뚱뒤뚱할 나이 노정에도 때로는 따스한 국물이 기다리고 아삭아삭 꽃게 다리 기어 오고 시뻘건 국물에 메기가 꼬리 친다 함께한 노래 끝나는 광장엔 관객들 손뼉 치고 뜰 생각 않네 시린 겨울 건너는 노정을 아직은 나도 뜰 생각 없어

자작글-022 2022.01.12

봄을 기다리며

봄을 기다리며/호당/ 2022.1.8 양지바른 언덕배기서 참나무 떼를 지어 임 기다린다 눈동자는 남으로 향해 묵상하는지 경배하는지 침묵한 자세 임 향한 그리움은 가슴으로 표현하는지 단추 풀고 봉긋한 젖가슴 들어낸다 임 맞을 준비 자세다 임은 알기나 하는지 다가올 채비나 하는지 바람아 찬 서리야 내 마음 알아다오 아리게 세차게 몰아치지 마라 다오 임 맞으면 내 속 털어내어 파릇한 마음 한편씩 끄집어 얼마나 그리웠는지를 보여드리리라

자작글-022 2022.01.08

광나무

광나무(女貞木)/호당/ 2022.1.7 한겨울에도 여심이 얼지 않은 체 반들반들한 광채에 끌려들었다 자주 들린 이 공원에서 가장 정절 貞節 했건만 그냥 많은 여인 중 하나로 스쳤다 오늘에야 눈에 확 들어 비친 얼굴 속을 꿰뚫어 보려 무례했다 임을 만난 봄날 너의 정기 두 줄기를 그대로 밀고 뿜어 올린 광기 같다란 생각이 든다 온몸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푸른 정기에 끌려 내 마당에 심어 마음 나누고 싶은 광나무 지나친 여인에 매력 한 점 찾으면 그만 안고 싶어진다

자작글-022 2022.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