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 36

피치카토 연주

피치카토 pizzicato 연주/호당/ 2025.2.28밤이면 가끔 피치카토 악기를 퉁긴다올바른 주법은 모른다현을 퉁기면 소리 난다는 것그 이상 생각은 없어아름다운 소리 낸다든가음색이라든가 하는형광색 스탠드는 점점 붉어져 가기만 했으니무식이피치카토를 그냥 퉁기면 단조로운 소리화음 따위는 생각도 없어 일방적이다꽃은 피었다 시든다향기 풍길 때 자기 향은 모른다꽃이 질 무렵풍월을 읊거나향기를 알아이런 것이 피치카토 연주법에 들어 있구나늦게서야 깨달아얼마나 우매한가부끄러운 바람 불어 들자 스탠드는 흐릿해진다.

자작글-025 2025.02.28

복국

복국 /호당/ 2025.2.26오랜만의 식단이다식당에 들어서자마자시원한 국물이 넘어가는 듯 목울대를 삼켜본다지난 적 포항에서 내자와 나눈 시원한 맛추억이 내 앞에 와서 키득거린다탕이 아닌 복 찜이다시원한 서근서근한 아가씨가 아닌야무진 매콤한 향이 톡 쏘아붙인다어! 새로운 만남이다누가 주선하든 일단 믿어 꼬리말은 달지 않는다이름깨나 날린 모양 벅적거린다보조 귀청이 어리둥절 와글와글호젓한 구석에서 음미했으면 복 찜은 바다로 달릴 만큼 혓바닥 춤출 텐데여운을 남긴다.

자작글-025 2025.02.27

지동설

지동설 /호당/ 2025.2.27철석같은 믿음 하나코페르니쿠스의 혓바닥 하나로뒤집어지다니해는 동에서 뜨고 서로 진다본대로, 법대로 말한다니까아니, 아니,두 번만 부정해 봐이다, 가 벌떡 일어 맞다 한다죽은 나무는 산 나무다레코드판 함정에서 재생 재생태엽은 자꾸 감기고 그만 산 나무라 부른다보는 것이 항상 참일 수는 없지진실은 죽일 수 없잖니코페르니쿠스는 살아있다다만 끼니는 없다.

자작글-025 2025.02.27

노인 복지관 회원증

노인 복지관 회원증/호당/ 2025.2.25복지관 점심을 쇼핑하고 싶어회원증 발급을 의뢰했다내일 10시부터 한 시간 교육을 수강하란다고통의 시간도 즐거운 시간도쌓고 쌓인 60년자격 취득 요건20여 명의 수강자들늙음을 운전할 회원증점심 무렵 벌떼처럼 바글바글값싼 한 끼 때우는 핏기 잃은 족속들북구 주민의 혈세는 노인들의 오아시스를 만든다같은 무리에 낄 수 있는 회원증.

자작글-025 2025.02.26

새 길에 덜어 서다

새 길에 들어서다/호당/ 2025.2.24바삭거리는 나뭇잎 내려앉은 배경은 그대로다10여 년을 견딘 자리지루하다조바심하다얽매이다 한다익숙한 장소 버리고새 길 찾아든다첫날부터옛것에 대한 미련이 든다낯선 배경에 스치다 보면바삭바삭 소리 들린다귀에 익으면 익숙해지리라들어선 새 길을 밀고 가자아쉬움 버리라그 길에서 돌부리 차거나넘어지는 것은 운명이다맘껏 휘저어 얽매임에 해방하자.

자작글-025 2025.02.25

돋보기 안경

돋보기안경/호당/ 2025.2.24일직선 고속도로가 쭉 뻗어브레이크 없는 직진굽이굽이 돌아가려면 브레이크는 필수다돋보기안경을 쓰면 잘 보여 부드러워지는 것은브레이크다벗으면 왜곡하기 쉬워 안경을 쓰고 말한다자기 진실은 마음에서 우러나거늘 안경을 쓰지 않으면곧바로 나아가다 부딪는다부딪는 말엔 꼬리말이 없다그래서 돋보기를 통한 말은 부드러워꼬리말이 많다내 말은 직선적이어서 티끌 한 점은 붙어있다는 걸 안다여유 없는 내가 부드러워지려돋보기로 다스린다.

자작글-025 2025.02.24

망각

망각 /호당/ 2025.2.22늙어서 망각은 정상이 아니다바지를 갈아입었으면 옮길 것은 당연히 이어져야 할 행동무임승차권은 스마트폰에 부착했다바깥바람에 코가 벌름거린다사람들 움직임 속엔 이유 없는 행동은 없다시계 단골 점에 들렸다시계 뒷면 녹슬어 눌어붙어깔끔히 청소 교체하려 했다호주머니를 뒤진다아차! 지갑을망각은 실수가 아니다그 무엇이 다가오는 징조로 느낀다.

자작글-025 2025.02.23

인정이 따뜻하다

인정이 따뜻하다/호당/ 2025.2.20인정은 금방 베이는 물감이 아니다5주에 걸친 대리 담임으로아이스크림처럼 함께 먹어입안에서 녹는다복지관 밥 한 끼에 담긴정을 삼킨다얼굴이 예쁘면 마음씨도 예쁘다마지막 수업에는한겨울 비닐하우스의 온기처럼 화끈하게 달구어 주자‘포기하지 말라’잠언 하나기억에 남을지인정은 남기고 마무리한다.

자작글-025 2025.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