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 음식 떡 고유의 음식 떡/호당/ 2022.1.31 우리 고유의 음식 떡 현대판은 갖가지 얼굴로 요염한 몸매에서 향기로 맛으로 끌어들인다 상차림도 버거운 나이 떡 한 팩으로 쉽게 해결할 한 끼 약간 큰 팩이라 2,000원이 뛰었다 온갖 상품이 날고뛰고 부풀고 실은 엽전이 부풀면 가벼워 땅에 떨어진다 내 맘 따라가지 못한 물정이 그만 화들짝 세상 붕붕 떴다 모두 부푼 줄 모르고 하기야 요사이 ‘억’소리 누가 놀라냐 떡이 부풀렸다고 나무랄 일 아니다 자작글-022 2022.02.01
염가판매(바겐세일) 염가판매(바겐세일) /호당/ 2022.1.31 고산준령을 꿰찬 브랜드 높게 오를 엄두도 못 내면 눈요기로 만족하라 염가매출은 시간이 한참 지난 후다 바다 강 냇가를 거친 다음 한물간 뒤 길가 풀꽃들 낮은 산 들을 거친 바람에 한들한들 고산준령 거친 바람에 맞서겠다는 엄두 낼 수 있겠나 내 평생 모은 소품 가득 이 기회에 아깝다는 마음 허튼 마음마저 염가 판매하듯 과감히 정리하자 홀가분한 마음만 갖고 자작글-022 2022.01.31
넋두리 하나 넋두리 한 토막/호당/ 2022.1.30 겨울 찬바람을 누가 탓하랴 시쿰한 내 무릎을 달래며 걷는다 길가 노점상들 흔한 풍경으로 생각할 걸 과민하게 반응하지 마 공원 양지바른 벤치 할 일없는 백수들 공짜 일광욕 즐긴다 젊은 부부들 내 앞을 시나브로 지나간다 삶이 퍼덕거린다 이 공원에서 넋두리 한 토막 행복에 겨운 메모가 아닐까 부끄럽다 자작글-022 2022.01.31
번데기 번데기 /호당/ 2022.1.29 백양 떼거리 목욕탕에서 바글거린다 털 한 올씩 뽑혀 나가도 모른 체 거미줄처럼 하늘길로 잇다가 돌돌 감기고 메에 메에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온기에 녹아 뱅글뱅글하다 그만 홀라당 맨몸 잘 익은 몸이 번데기로 변신 조무래기들 주전부리 감 마지막 보릿고개 세대들 추억 하나 자작글-022 2022.01.28
통증 통증/호당/ 2022.1.28 삶의 마지막 골목에 이르러 고사목에 움푹 파인 구덩이처럼 허방 하나에 통증이 파동 친다 흠이 파이거나 금 가거나 통증이 파동 치거나 대신할 수 없지만 내 전부를 바치고 싶은 오직 하나 툭 떨어지는 홍시 살짝 받는 일 까치 부리 쫓고 통증이 출렁하지 않게 서행하는 일 국물이 시원한 해물우동 차리거나 한우 꽃등심살 굽거나 신음의 파동이 폐부를 찔러 가슴 아릴 뿐 대신할 수 없는 허방에 고인 통증 자작글-022 2022.01.28
훔치기 훔치기/호당/ 2022.1.29 울창한 시림에는 시총이 있다 도굴이 시작 생활의 전문인 자는 시총 겉핥기만 해도 글줄이나 읽었는지 시 몇십편 썼는지 속 훤히 꿰뚫는다 명시의 시어든 평범한 시구든 객기 치밀어 슬쩍하고 만다 알게 뭐람 호주머니 깊숙한 밭고랑에 심는다 콩인지 팥인지 녹두인지 두자는 한 항렬이다 능수능란한 도굴 쟁이는 훔친 것은 감쪽같이 겉포장한다 자작글-022 2022.01.27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호당/ 2022.1·.27 코로나 정국으로 근 2년여 꽁꽁 얼어붙었다 동창회 등 한두 개 모임은 있다 거기서 생의 활기를 키웠으나 지금은 말라빠진 구근류 히아신스 알뿌리 같다 몸조심 마음 조심하느라 정도 굳은 것이 아닌가 굳은 마음 깨워보려 히아신스 알뿌리를 화분에 심었다 생기를 키워보려는 마음으로 꿈틀거리도록 메시지에 카톡에 정을 흠뻑 뿌렸다 푸른 기미 뾰족 치밀지 굳어버린 정을 히아신스가 대신 새순으로 대답할 것이다 봄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돌보겠다 자작글-022 2022.01.26
사춘기 사춘기/호당/ 2022.1.26 뒷산 밤나무 밤송이 딱 벌어져 알밤 뚝뚝 떨어뜨리는 것은 연분홍 시간이다 산골의 봄은 연초록으로부터 시작한다 점차 푸르러질수록 연어가 돌아와 여울을 거스르는 파닥거림처럼 한창 봄기운을 알아차릴 무렵 한 교정 뒷 호젓한 곳에서 짝사랑이 딱 마주치자 한마디 뱉지 못한 얼뜨기 밤엔 별 하나 둥둥 떠다니고 뒤쫓다 놓친 물고기처럼 애착한 마음 발정기의 암캐를 뒤쫓을 수캐는 목줄 묶여 우리를 지키는 사이 연분홍 시간은 연필 잡은 손가락 사이로 흘러갔다 자작글-022 2022.01.25
전화박스 전화박스/호당/ 2022.1.25 지금 시대에 밀려난 할 일 없음 무위 고에 잠자고 번화가에서 귀하신 몸 대접 일렬종대 3분 이내가 기본 누가 지켜 젊은 청춘 한창 공사 중 다발 눈총 발 동동 재촉 그만 좀 마무리 공사 중 조금만 폴더 폰이 포위하자 무장 해제 혹은 퇴사 빈 가슴 드러내고 할 일 없음 잠만 자고 어쩌다 잡배들 시시덕거리다가 화는 내게 풀고 탁탁 내리친다 금 노다지 금광일 때 누런빛으로 밝혔는데 폐광하고 불 꺼진 창문 열고 한물간 인생처럼 시대에 밀린 무위 고의 쓰라림이다 자작글-022 2022.01.24
맘 바꾸면 고요한 우물 맘 바꾸면 고요한 우물 /호당/ 2022.1.24 맑은 우물은 덕망이 철철 넘쳐 주위를 맴도는 이 많다 맑은소리 아쟁이라도 ‘퉁’소리 낼 때가 있다 맑은 우물에 빨대 꽂은 적 있다 고마워 일급수에만 산다는 가재를 보냈다 도착해서 잘 있는지 궁금하다 내 안색을 읽은 살붙이가 검은 돌 던졌는지 그런 것 넣지 말라 ‘퉁 소리’ 금붕어를 보내왔다 이걸 보고 바람 불지 않는데 바람개비 뱅글뱅글 돌고 풍향계는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좌로 우로 잠시 통화는 맑은 물소리다 내 감각으로 잡은 진동을 백 갈래로 해석 말자 마음 바꾸면 고요한 우물이다 자작글-022 2022.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