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암에서 낙화암에서/호당/ 2022.2.25역사탐방 일행에 끼어왔다여기 몇 차례 올 때마다낙화암은 역사의 꼬리가나를 꼬드긴다뭐 삼천궁녀가 꽃잎처럼 떨어 죽었다고역사는 거짓말 같은 믿기지 않은풍월을 기록한 것이 아닌가나는 설마 하고 내려다보면풍덩 하고 싶도록 맑고 아름답다삼천궁녀 목숨이야 나와 상관없어흔적 없지만 찍어라, 찍어 남는 것 사진이라고너도나도 찍고 찍어아무리 찍어도 삼천궁녀는 찍히지 않아찍히지 않은 것이 역사다흘러간 세월이다 자작글-022 2022.02.25
국화 국화 /호당/ 2022.2.24 사랑 안은 국화는 모진 추위와 된서리쯤은 태연한 듯 그 증표는 더욱더 샛노랗다 얼비친 사랑이 머물다간 꽃 한설에 그만 시들한 것은 그리다 지친 증표다 된서리 맞고 한랭의 파도 밀려와도 노란 웃음 띤 국화 역경을 이기는 것은 사랑의 힘이다 오상고절이란 덕목을 수틀리면 갈라서는 꽃들 절개란 한물간 한 시대의 신다 버린 고무신짝으로 생각하는지 자작글-022 2022.02.24
술 한잔 동전 10원 한 잎/호당/ 2022.2.26 5.60년 전만 해도 귀하신 몸이 지금 천대받는다 길바닥 동전 10원 한 잎 앞선 사람 밟고 간다 뒤따른 자 본척만척하거나 밟는다 왜 이런 신센가 사림들 배불뚝이 돼서 그런가 빙하가 녹아 수위가 높아져서 댐을 모두 헐어 흘려보내서 세월도 한몫했지 귀하신 몸 위 층층이 있어 짓눌리다가 홀대받는다 5만 원권 지폐 한 장과 맞서려면 우리 또래 5,000잎이 모이면 한다 그 무게 그 부피 아무도 짊어지려 않지 억 억으로 노는 판에 그까짓 10원 은행 연못에 던져 풍덩 소리 내면 잘 대접받는 거다 억. 억 소리 예사로 통용하는 판 나는 억장이 무너진다 자작글-022 2022.02.23
고구마 고구마 /호당 2022.2.22 달고 야들야들할수록 추위 잘 탄다 2월의 추위를 안은 고구마 단맛은 다루기 까다로워 삐끗하면 쓴맛 품는다 눈바람 맞으며 난전 고구마를 펼치고 오돌오돌 떠는 노파 삶을 떨고 있으니 측은해 보이나 속은 썩지 않았지 한 무더기 안았더니 썩지 않았음을 증명하려 뚝뚝 꺾는다 아닌걸 양심은 썩지 않았다고 골라준다 내 양심도 썩지 않았다고 한 아름 안았다 양심이 썩지 않으면 달고말고 노파는 나보다 더 단맛 나게 사시기를 기원한다 자작글-022 2022.02.22
수제비 수제비 /호당/ 2022.2.21 펄펄 끓어 용솟음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숙성의 과정이다 삶에도 숙성이 있다 어떤 고비 하나쯤은 넘어야 하잖아 숙성했다 하여 그만 주저앉지 말라 낙오되기에 십상이다 더한 맛으로 숙성해 보라 휴대폰이 갈수록 새로운 모델이 선보이는 것 주저앉지 않으려는 것이다 수제비는 숙성하고부터 온몸에서 특유의 맛으로 발광할 것이다 자작글-022 2022.02.21
다방에서 다방에서 /호당/ 2022.2.21 은은한 불빛 아래 다향은 코를 레디의 육향은 온몸을 사로잡는다 갈잎 푸른 시절 짙푸른 시간을 덧칠하려 다방을 들리면 상냥한 웃음 ‘어서 오십시오’ 착 들러붙어 앉는다 그윽한 여인의 향내에 젖는다 이윽고 커피는 탁자에서 짙은 향이 여인의 살 내음 덧칠해 몽롱하게 한다 내 맘 자꾸 풀려나가는데 그녀의 장삿속은 가면을 연출하고 갈잎 푸른 시절 잘못 헛디뎌 몽환에 젖은 시간은 레디의 매상고였던가 자작글-022 2022.02.21
시 사랑 시사랑/호당/ 2022.2.21 너는 나와 운명적인 만남을 곧 자연스럽게 만나 조심스럽게 그리다가 마치 이슬방울을 바람에 떨어질까 봐 양팔 벌려 막아서다가 온몸으로 내 가슴을 흠뻑 적시게 하는 그런 사랑이다 하나의 사랑으로 무르익게까지 고심에 쌓일 때가 많다 마치 높다란 나무꼭대기에 달린 시의 열매를 장대로는 가당치 않아 온몸으로 나무를 타고 오르다 가시에 찔리거나 가지에 매달려 대롱대롱 닿을 듯 말듯 마침내 내 품에 넣어도 숙성하지 않아 어르고 달래고 쓰다듬고 닦고 감싸 마침내 치마끈 풀어내는 그런 사랑이다 자작글-022 2022.02.20
고고의 성 고고의 성/호당/ 2022.2.20 세상에 한 점 찍어 누구를 위한 종은 자신을 위한 고고의 종이 울렸다 89년째 되는 날 먼 데까지 뿌리 뻗어 복령 茯笭 뭉치가 다가와 국수 한 상 차려 가슴 뭉클하게 데워주었다 귀여운 알뿌리에서 씀바귀 흰 즙을 응고한 갖가지 효능 뭉치가 나왔다 내 가슴 울림 가장 진하게 울린다 re> 자작글-022 2022.02.19
호박꽃 호박꽃/호당/ 2022.2.19밖에는 사랑의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이런 날 호박벌을 품고 노닥거리면 비를 맞아도 좋으련만 나는 우수에 잠겼다아니 밤마다 그 우아한 호박벌이 내게 윙윙 소리 죽여 가며 다가오는 듯한 망상으로 지새운다낮에 태양을 보기 부끄러워 고개 숙이고 있을 때 호박벌이 내게 오고 있잖니가슴 펄떡거리며 한껏 요염한 몸짓으로 그를 맞았지만 겉옷만 슬쩍 스치고 내 준비한 꿀단지는 거들떠보지 않고 날아갔어요이건 짝사랑의 비애다찬 이슬 맞고 어느 풀숲에서 떨고 있다 이건 허무한 꿈이다 자작글-022 2022.02.19
안과 밖 안과 밖/호당/ 2022.2.18 안과 치과 휴대폰점 커피점 한 집 건너 손짓한다 이름표 달고 표정은 거기가 거기다 파리 날리는 곳은 틀림없이 *파리 앞발 비벼대는 기술이 부족하거나 빨대가 짧거나 무미건조 지대일 것이다 내가 찾은 안은 갈 때마다 바글바글 여기 묶인 지 20여 년 두 시간을 기다려도 간다 기술 하나 믿어서 밖의 화려함도 좋고 안의 즐거움도 좋아야 하지 않겠나 *파리는 앞발로 맛을 안다 비비는 이유는 묻은 오물이나 먼지를 털어내야 맛을 잘 느낀다 자작글-022 2022.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