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2 432

꽃값 오른다

꽃값 오른다/호당/ 2022.3.22 봄철이다 꽃값 솟는다 하얀 맘도 속살도 막 드러내어 허브 향 뿌리는 꽃들의 계절 처녀 총각은 황금 시기 *오기 傲氣도 오른다 철도 철이거니와 요즈음 꽃 생산하지 않으려 한다오 반듯한 꽃 키우려면 시간과 투자 물가 인건비 치솟아 보통 억 億 억하잖아요 꽃을 사랑하는 마음과 마음들 연애는 홀리는 것 마음에만 품고 애지중지 키워 대학 나와도 결혼과 직장은 꿈입니다 꽃에 벌들이 들락날락한들 맺는 것은 없어요 진한 색깔로 진한 생명으로 풀풀 날려 꽃값만 오른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마음. 오만스러운 기운 시작 노트: 젊은이들. 애 낳지 않으려 하고. 연애는 하고 결혼은 하기 힘들고. 애 하나 꽃처럼 키워내는데 시간과 투자 그만큼 꽃값 올라요

자작글-022 2022.03.22

춘분

춘분 /호당/ 2022.3.21 법 앞에 평등이란 저울대가 수평이다 매일 춘분이다 교실에서 하루하루가 마음은 춘분이다 새긴다 앉은 자리를 번갈아 바꾸고 콩나물시루 골고루 물 주고 눈빛 환하게 비추고 새싹에 낱말이 비처럼 내리고 마음의 파동은 끊임없이 절벽을 부딪는다 법 앞에 평등이 교실에서 춘분이다 그러나 춘분은 하루뿐 내 맘의 춘분은 매일이어야 한다

자작글-022 2022.03.22

오늘의 운수-1

제비꽃 오늘의 운수-1/호당/ 2022.3.20 매일 꾸는 꿈 백일몽 같은 것이 친구의 얼굴 하나 백지에 박힌다 멀리 있는 손자가 점심 약속을 코로나 정국이라 거절하고 싱글벙글 잊히기 싫은 얼굴들 맞닿지 않아 암흑 벽이 된 것이 정석으로 굳힌 것을 우편물 도착하지 않았다는 먹물이 튕긴다 배달사고인 걸 두 번 당해도 해결책 없다 기어코 손자는 점심 대신 찾아주어 와락 끌어안아 마른 가슴이 촉촉 녹는다 내자와 얼린 홍시 녹여 먹다가 이것 씻었냐고 닦달하는 바람에 훈훈했던 바람이 허방에 빠져 뱅뱅 돌고 나는 산으로 기어올라 내려 올 명분을 찾자 못해 엉거주춤 간밤의 꿈이 하루를 출렁거리게 했다는 허망한 생각 오늘의 운수는 기복이 심하다

자작글-022 2022.03.21

통증

통증/호당/ 2022.3.19 자기만의 통증을 신음으로 흔들리는 나무다 신음이 내게 미칠 때 나는 사시나무 이파리가 된다 폭풍에 난파한 사람처럼 생존을 위한 고통은 자신만 해결할 괴로움이다 이걸 보고도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구른다 북극 빙산은 냉각을 잊은 아니 마비된 통증을 앓고 있다 통증을 앓는 당신 나누어 앓을 수도 전가할 수 없는 인간이 겪어야 할 숙명이다

자작글-022 2022.03.19

오늘 운수

오늘 운수/호당/ 2022.3.17 하루를 무사하게 지내는 일이 내겐 복받은 날이다 이슬비 오다 말다 하루를 적신다 하루를 잘 엮다가 돌부리 차고 넘어지고 한꺼번에 엮으려다 자빠지고 그건 쇼핑카드가 에스컬레이터를 잘 건너다 마지막을 못 넘어 멈춘 바람에 내 일진을 잠시 멍들게 한 것이다 오늘 운수는 받은 데로 잘 치르고 아무렇지 않게 저녁밥을 먹는다 주:전패(顚沛): 엎어지고 자빠지고

자작글-022 2022.03.18

고목 네 그루

고목 네 그루 /호당/ 2022.3.15 고목 네 그루 성장이 멈췄을 뿐 마음은 창창해 코로나 정국쯤을 박차고 모인다 숟가락 4개 달그락 커피 넉 잔 시원시원 후련 이 순간이 내 행복이다 봄은 생기를 뻗는다 우리는 갈무리한 생기를 발산한다 잿불 파헤치지 말라 손 쬐며 주름진 골로 온기 펼친다 받침 하나쯤 떨어진 입술 풀풀 날려도 좋아 같은 레퍼토리이면 어때 내 허파꽈리 부풀고 생기 돋았잖아 만남 속에 꿀물이 고였으니

자작글-022 2022.03.16

남쪽 창문가에

남쪽 창문가에/호당 2022.3.16 남쪽을 선망했다 남쪽 창가는 햇볕 받고 겨울철은 난로가 앞줄에 있고 그녀의 뽀얀 낯빛이 있다 북쪽 창가 책상 대열은 동목처럼 눈 틀 요랑 없이 뭐 별로 공부도 시원찮은 괄호 밖으로 생각하지는 않았겠지 햇볕 많이 받아 머리 꽉 채워 보다 공부도 앞서고 그녀의 매력에 기름 부은 것은 햇볕이다 북쪽 서러운 낯짝은 항상 남쪽을 그리워했고 나도 언젠가는 가리라는 희망 열심히 책장 넘겨 덕택으로 그녀의 대열에서 우쭐했다 남쪽 창문가는 풍요로운 곳

자작글-022 2022.03.15

이빨 갈다

이빨 갈다 /호당/ 2022.3.15 가슴 먹먹하게 어깨 짓누르는 듯한 어긋난 이빨은 내로남불로 치부했다 밥상 앞에 두고도 영 밥맛 나지 않아 이빨을 죄인이라 여겼다 시간이 지나자 기어코 이빨이 쑤시고 시리고 나 혼자만인 줄 알았지 이웃들도 같은 증세라는 것 한참 후에 알았지 갈아치워야 내가 편해지리라 생각했지 왼손잡이 오른손잡이 의사가 서로 의술이 좋다고 끌어들이자 아무래도 나는 오른손을 더 많이 쓰지 더 자유로운 오른쪽 의사를 택했다 앓든 이빨 쑥 뽑고 새 이빨로 갈아치우니 생기 돋는다

자작글-022 2022.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