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2 432

하늘 열차를 타고

하늘 열차를 타고 / 호당/2022.4.17 삶의 궤적이 단조로워 조금 이탈하고 싶다 동천성과 명덕성 간은 반들반들한 궤적 어디쯤 해서 어느 별이 어느 은하수가 어는 계곡과 군락이 있음을 짐작한다 용지성까지 이탈하고 싶다 이탈에 내 맘 부푸는 것과 삶의 윤택과는 별 게다 명덕성을 거처 황금성 수성을 거처 용지성에 이른다 태양계를 이탈하지 않아 그의 시선을 받은 시멘트 군락들이 침묵하며 기도 중 은총 받은 수목들 연두색 눈빛이 찬란하다 계곡마다 4각 돌자갈들 꼬리 이어 구른다 내 궤적을 이탈해서 스친 얼굴들 외계인이 아니라 친족 같은 얼굴들에 내 주파를 퍼내고 받음이 삶을 느낀다

자작글-022 2022.04.17

오늘

오늘/호당/ 2022.4.15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맨몸 빈약한 월급명세서 한 장 달랑 당신 고생 많았어 손잡고 세월의 길 멀리멀리 닦았어 민들레 홀씨 날려 자생하고 연리지 마주하고 바람 없어도 맞장구 소리 쿵덕 쿵 신록이 푸르러 햇살마저 푸르러 그날이 오늘이다 교외로 굴리자 가슴 뻥 뚫린 풍경 조수석 사랑 한 뭉치 벌름벌름 핸들은 조심조심 악시레터 살짝살짝 가난을 사랑으로 지워 쌓은 보람이 잘도 구른다

자작글-022 2022.04.16

잊는다는 것

잊는다는 것/호당/ 2022.4.14 가슴에 묻은 사연 하나 잊을 수 없는가 사랑이든 연인이든 늙든 젊든 숫자만 다를 뿐 가슴에 핀 꽃은 연분홍색 해변 절벽 노송하나 희미한 푸른 향기 풍길 뿐 외 갈매기 하나 빙빙 돈다 한결같이 파도는 달려온다 사랑한다 철석 사랑한다 철석 끄떡없는 노송 하나 돌다돌다 날아 가버린 갈매기 끼럭끼럭 파도에 감싸 들리다마다 무작정 밀려오다 그만 순해지고 절벽 노송인들 감정마저 늙었으랴 새벽 창 열면 샛별이 반짝인다

자작글-022 2022.04.15

내 분수를

내 분수를 /호당/ 2022.4.14 분수는 내 맘이 발동한 경계선쯤 된다 그 선상에 서면 나침반처럼 왔다 갔다 바르르 떨다 출렁출렁 더 좋게 더 값지게 보이는 것은 눈부시다 맛있는 성찬이나 눈부신 여인의 치맛바람 부시다 부시다 한 번 더 한 번 더 보다 아차, 이건 분수를 잊은 때다 어깨 겨누려 발뒤꿈치 억지로 돋우려 하지 말자 마음의 시곗바늘이 내 안에서 정좌했을 때가 안정된다 수액을 밀어 올릴 수 있는 여력을 두고 푸른 이파리 활짝 펼치지 않는 것은 분수가 아니다 분수를 잊어 곡학아세 曲學阿世 같은 지식을 아무나 뿌리다가 언젠가는 침몰할 지반일 수 있겠다

자작글-022 2022.04.14

부실

부실 /호당/ 2022.4.13말로 하거나 현수막을 걸거나안전제일 산불 예방 등이런 어휘에 불감증이라는 틈이 있어 미친바람이 끼었거나불똥이 끼어있다틈이 느슨해 더욱 불감증이 증폭하는 사이북한산이든 한강대교든건설 중인 고층 건물이든어딘가에 화를 당할 수 있겠다화들짝벌써 벼락 맞아 불똥은 튀었다책임을 따지고 후회한다흐느낀들 통곡한들 생목숨 앗아갔다위로의 말 한마디 모두 헛것부실은 헛것일 수 있겠다

자작글-022 2022.04.13

겨울 느릅나무

겨울 느릅나무 /홛ㅇ 2022.4.12 맵고 시린 시간을 무욕 무념의 정신으로 참선 중이다 내 잔가지로 온갖 소리 받아들여 내 안에서 거른다 언 듯 부는 바람이든 폭풍이든 사연을 메고 행로를 따른다 왁짝한 세상에서 자신 또는 패거리에 불리한 바람 몰아올 듯하면 칼날 세운들 무서워할 바람이더냐 겨울 느릅나무는 바람 피하지 않아 바람은 순리이니까 지금 순리에 순응코자 참선 중이다

자작글-022 2022.04.13

여자 친구를 구하다

여자 친구를 구하다/호당/ 2022.4.11 대로 大路 양변 점포에 앳된 처녀들이 바글바글하다 상표를 단 모델 정찰 正札 딱지 붙여 매력을 펼친다 *거간 居間은 상냥하고 매력적인 눈빛으로 중개 仲介 역에 충실하다 모델은 아름답다 **예나 재나 어리둥절해 매혹하지만 내 눈높이는 분수를 안다 Fila 160중에 점 찍는다 새 여자 친구는 내 맘에 발에 제격이다 어디 가든 내 맘 실어 줄 테니 발걸음이 편 할 게다. *사고 파는 사람 사이에 들어 흥정을 붙이는 일을 하는 사람 **애:이 아이 재:저 아이의 준말

자작글-022 2022.04.11

아내의 잠

아내의 잠/호당/ 2022.4.10 아내는 척추 이상으로 좌측으로 아린 통증이 수로 따라 흐른다 화염* 火焰을 잠으로 소화한다 소화전 消火栓은 한 움큼의 알약으로 장전한다 몇 번 화장실 안부를 점검하고 마지막 소화전을 풀면 수면 睡眠 욕탕으로 변한다 수면은 욕탕 밑바닥까지 가라앉아 우주를 유영한다 밝은 해님이 욕탕을 환하게 쏘아댄다 그만 소화전을 거둔다 잠은 통증에 유효한 처방. *타는 불에서 일어나는 붉은빛의 기운

자작글-022 2022.04.10

봄-1

봄-1 /호당/ 2022.4.9봄은 젊디젊은 여학생 종아리로부터 온다꽃샘추위면 어때샘 받는 것 싫지 않아막 드러내 보이고 싶은 봄 *끼두꺼운 옷 훌훌 벗어 던져얇은 것짧은 것착 들러붙는 것돌돌 말린 것제격이야내 안의 봄은 활활 꽃피우고 있어꽃 지기 전에한물가기 전에봄 끼 뿌린다*재능 소질을 속되게 이르는 말. 이성과 함부로 사귀거나 관계 맺는 경향이나 태도

자작글-022 2022.04.09

미선나무 꽃

미선나무 꽃/호당/ 2022.4.8 앙증맞은 하얀 꽃이 다닥다닥 붙어 떼서리* 이룬 향기 뭉치가 군락 하니 장관이다 불개미 한 마리 한 방 쏜들 잠시 따끔 죽기 살기로 떼서리로 달려들어 코끼리를 공격하면 도망칠 걸 지난 적 중공군 인해 전술이 생각난다 미선나무 꽃향기 취한 나 떼서리로 몰려온 손이 간질이거나 주무르거나 토닥토닥해 호사한 콧잔등 벌름벌름 하얀 얼굴에 진한 향이 봄을 익힌다 *떼로 몰려다니거나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무리. 경상도 방언

자작글-022 2022.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