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시한폭탄 /호당/ 2022.5.15 삶은 시간이 얼마나 장착한 지 모를 시한폭탄이다 굳게 잠긴 자물쇠가 가랑잎 되기까지 시간이 말라간다 가랑잎 바스락바스락 잠금장치는 풀려 마지막 잎새 달랑달랑 전화벨 마지막 목소리 친구 귀에 눌어붙는다 시한폭탄 폭발하면 가랑잎 확 불붙어 영혼이 떠날 하늘길 열린다 자작글-022 2022.05.15
참새 참새 떼 /호당/2022.5.14 도시 변두리 자투리 밭에서 참새 몇 마리 무엇을 의논하는가 짹짹짹 여기 쫓고 쫓기는 일 없지 구원* 仇怨같은 짓거리 없으니 너 태생이 농촌 같은데 도시로 온 거지 보리 벼 익을 무렵 단물 쪽쪽 그 맛보다 매연 왁자지껄 소리 더 좋은가 내 어릴 때 나는 쫓고 너는 쫓기고 그 사이는 얄미움만 가득했지 생존 방식이지 오늘은 귀엽다 *원한이 맺힐 정도로 자기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나 집단 자작글-022 2022.05.14
해발900 해발 9000 /호당/ 2022.5.13태산준령은 오르자면 여러 산령을 올라야 해발 900까지 오를 수 있다초임에 쉽게 밀림 길을 헤쳐라도 청청한 푸른 용기로 점령하며 더 높은 고지를 향하지팽이는 처음 얼마나 기운차게 도는가그도 기운을 다하면 쓰러지고 만다고지를 점령하는데 어떤 *前兆를 예감하냐다만 생은 천부적으로 맡긴 일이지울력은 메시지로 각기 오른다갑자기 메시지는 뚝해발 890에서 더 올라야 할 태산준령은 바라볼 수도 없고 만난 수도 없고 간혹 메시지에 맥 빠진 목소리어둑한 내 귀엔 새겨있는데고지 탈환은 죽고 살아남아야 하는백마고지 같은 것이 아닌가*어떤 일이 생길 기미 자작글-022 2022.05.13
주차관리원 주차관리원/호당/ 2022.5.12 자동차 주정차 안전을 맡은 권리를 무시하지 말라 60대 남자 나와 비교하면 젊은 측 주차타워에 입고하면 ‘조금 앞으로’‘뒤로’ ‘약간 좌로’ 꼬리말 달지 않고 따른다 더 사용할 권리는 없지 척척 고개 숙이니 흡족할 것이다 칼자루 번쩍 내 무딘 칼자루 부딪히면 금 가고말고 칼자루 접은 지 오래다 주차관리인이여 칼자루 함부로 들면 남용된다는 것 알기나 할는지 자작글-022 2022.05.12
엉덩이 엉덩이 /호당/ 2022.5.11 엉덩이 뿔난 송아지 클수록 밉상 받지 엉덩이 떡시루처럼 둥글넓적하면 보고 또 보고 매혹당한다 뒤따르면 고명 떨어지는 듯 눈망울 굴리고 늘씬한 각선과 김 모락모락하는 호빵 같은 엉덩이는 시각을 흔든다 침 흘려 감칠맛은 엉덩이를 보는 돋보기의 굴절에서 난다 엉덩이를 따르면 거의 거기서 거기다 이 아가씨의 엉덩이는 꽃피우는 꽃밭을 본다 자작글-022 2022.05.12
미련 미련 /호당/ 2022.5.9 초록빛 가로수길 반들반들하도록 드나들 때는 혹 뗀 때쯤 그 길 걸어 팽이채 후려 처서 뱅글뱅글 팽이 도는 재미 미련에 젖은 길 지금도 불나방 같은 신사숙녀 떼거리 팽이채를 후려친다 내 미련 깔린 길에 어둠이 깔린다 자작글-022 2022.05.10
어버이날 어버이날 /호당/ 2022.5.8 흐렸다 개였다 저물어가는 나이 그 시절 어버이날이 있었나 날마다 어버이날처럼 지냈지 눈부신 황혼 열차에 승차한 나 어버이 그리움마저 죄스러워진다 특이한 날로 생각 말자 손 벌려 은근히 바라지 말라 매일같이 받는 효심이면 만족해야지 오늘도 내일도 맑은 숨 쉬어 뿌리에서 밀어 올린 수액 온몸으로 펼치면 내 어버이날은 매일 매일이다 자작글-022 2022.05.08
무화과 무화과/호당/ 2022.5.8꽃은 피워내면 새끼를 잉태하겠다는 마음 졸임요염 떨고 꿀단지 채워 색으로 욕망 채우려 애쓴다이런저런 걱정 없이 몰래 달밤을 찬란한 빛깔 쪼이면 욕망은 이루어지니 얼마나 태평한가그래도 그에겐 한 가지는 신경을 써야 한다총각 사내 서로 눈독 눈도장 찍으러 침 꿀꺽 삼키는 경쟁 속에서 남몰래하는 연애는 달콤하지만 항상 비밀에 부친다 어느 날 입술 자국을 붙이고 출근하다 그만 탄로 났다 속으로 경쟁하다 탄로는 타인들에 체념이 본인에게는 사랑을 당당하게 표출할 수 있다무화과는 가을에 몰래 한 사랑의 결과를 보낸다 자작글-022 2022.05.08
호박꽃-1 호박꽃-1/호당/ 2022.5.7사랑의 향기는 바람이 일렁일 때더 진했다투박한 호박벌 노란 빛에만 현혹깊숙한 곳 꿀단지는 생각하지 않는다꿈과 허망과 함께 지새는 밤어쩌다 호박벌을 끌어다 대문까지왔지만 꿀단지까지 유인하지 않아혼자만 애끓었다호박벌이 날라 준 아침 이슬 머금다붕붕 둔탁한 음색에 가슴 울렁거리던 호박꽃호박벌 품지 못한 그는 모진 땡볕 받아그만 오므라지다 새끼 호박 달지 못하고뚝 떨어진다 그 흠을 아물게 하는 것은 호박 줄기 자작글-022 2022.05.08
입하 입하/호당/ 2022.5.6 봄날은 간다 여름을 꼿꼿이 세워(입하5.5) 내 영역임을 외치는데 꼬리 내린다 마른나무 가지에 푸른 잎 틔우고 잠자던 구근을 깨워 꽃피게 했다 대지를 녹여 꿈틀거리게 생명을 불어넣었으니 내 할 일 다 했다 떠나는 자 새로 들어오는 자 잘 가라 인사 없어도 내 한 일을 더 살찌게는 순리임을 알라 봄은 가고 여름 오고 또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돌고 도는 계절 삶은 한 번뿐인데 내가 떠난 자리 지구상에 누군가 새로 태어나 자리를 채워준다 말없이 떠난 봄 입하는 꼿꼿이 세워 28C 더운 깃발이 펄럭인다 자작글-022 2022.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