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2 432

내리막길

내리막길/호당/ 2022.5.5 주식을 몇 주 사자마자 내리막길을 바닥까지 오르막을 기대한다 오르막이 행운이라면 내 행로의 내리막은 행운로다 완만한 내리막엔 근력이나 삶의 맥박을 잇는 길이다 종아리 마찰음이 없어 좋고 여로엔 삶의 풍경이 가슴에 닿아 자괴심이 든다 무위고를 삼키는 나 아직 피톤치드를 마셔 폐활량을 조절한다 내리막이든 오르막이든 내 눈은 아래로 낯선 얼굴엔 조심조심 오늘을 감사한다

자작글-022 2022.05.05

5월

5월/호당/2022.5.2 먹먹했던 지난 적 신록을 바라보면 막연하게 싱그러운 시간만 쏟아질 것 같은 생각 내 나이 굳이 의식할 게 없다 5월에 실려 있다는 것 젊은 계절 꿈꾸듯 가는 세월 점점 검 칙칙하게 짙은 녹음이 온다 6월을 만나면 너나없이 헉헉거릴 걸 누가 이글거리는 태양과 맞서 5월은 여왕의 계절 마음껏 여왕에 가까운 자만 내 것 여왕 폐하 푸른 정기 받아 약동하자, 이루자 세월은 지나가는 것 5월에 실려 더 푸르게 더 희망차게 나아가자

자작글-022 2022.05.02

핏줄

핏줄 /호당/ 2022.5.1 핏줄이 있다는 말엔 불임이 아니란 은유가 포함한다 나무는 수액을 밀어 올린다 내 무릎 밑에 맑은 물이 흐른다 때로는 그 물이 안부를 묻고 흐르다 바싹 다가와 턱밑까지 찰랑일 때가 가장 반갑다 일없는 백수에 늙어 반포의 핏줄이 흐를 때 마음 흐뭇해진다 싱그러운 이파리 가장 싱싱할 때 무위의 그늘에 햇살이 든다 내 안의 핏줄이 더 맑아진다

자작글-022 2022.05.01

농업진흥원 들(논)판

농업진흥원 들(논)판/호당/ 2022.4.30 바싹 마른 들판(논)에 봄바람이 분다 불임의 젖가슴은 회임을 꿈꾸는 중 다 써버린 치약 통 같다 물기만 불어넣으면 통통할 것을 논바닥 상위에서 여인의 치마 살짝 올려 꿇어앉기만 하면 질퍽한 갯벌이 되어 생명 포란하겠다 탱탱 부푼 젖통 모유로 가득하여지자 곧 모성애를 발휘한다 뿌리박은 생명을 키워 쌀알로 가득하겠다 모성의 젖줄에 나도 빨대 꽂을 수 있겠다

자작글-022 2022.04.30

국수(면류) 맛은 어디서 온 걸까

국수(면류) 맛은 어디서 온 걸까 2022.4.29 장인은 대개 대물림하고 싶어 한다 내 입맛은 증여받은 내림 맛 하나 국수(면류) 8남매 국수 올처럼 끈끈하게 이어 후룩후룩 입속에서 굴러 음미 吟味하는 동안 그만 꿀꺽 끈끈히 미끈히 야들야들한 맛으로 형아 동생아 누나야 손과 손 이어 한 끈으로 잇따라온다 국수 맛은 질긴 질감 후르르 룩 청감 간장 고춧가루 마늘다재기 파 송송 깨소금 참기름 쭈룩 잘 버무리면 이것이 양념간장 맛 오감이 어울린 맛이 국수다 국수 맛은 대물린 맛에서 왔다 국수 먹는 저녁 밤은 꿀잠 자는 밤 대물린 내 입맛은 한결같아 라면이 대문을 잇는다

자작글-022 2022.04.30

4월은 물러간다

4월은 물러간다/호당/2022.4.29내로남불로 꽁꽁 얼어 춥던 대지를 녹여새순을 피워 올린다꼭꼭 걸었던 대문 느슨히빗장 풀린다곧 활짝 열게 될 욕망활기 펼친다집에만 있음이 만능 사였던 내 행로는 보폭도 넓게행로도 다양해지면허파꽈리의 박동이 활발할 것이다잔인하다는 4월은물러간다기수는 바턴 물러주고이어받는다내로남불의 시곗바늘은제대로 돌아자유롭게 푸른 희망 펼칠내달을 기다리며 4월을 보낸다

자작글-022 2022.04.28

곰취나물

곰취나물/호당/ 2022.4.27 내 행로엔 노점상이 있어 유혹할 때가 있다 봄소식을 안고 나온 나물들 두릅은 칭찬받고 가죽나물은 억새다고 구시렁구시렁 곰취나물은 명성만큼 열 받고 말았다 곰취나물이 뿌리 잘리고도 엄청나게 반들반들 생기 넘친다 노파의 가슴에서 곰취 밥 향기 피어올랐다 그 맛을 알기에 그만 덥석 집에 온 곰취나물이 기어코 이름만큼 폭발했다 내자의 통증에 실린 곰취 향이 화약고가 되다니 폭발 뒤는 폐허가 상례지만 곰취 향으로 깔려 오늘 저녁밥이 달콤하다

자작글-022 2022.04.28

멍텅구리 사랑

멍텅구리 사랑 /호당/ 2022.4.26 아직은 푸른 피톤치드 확확 뿌리고 *후투티 새 훌쩍 내 앞에 날아 앉아 자판기를 두드린다 온갖 잡새 중 가장 눈알이 반들반들 내 자판기는 오자투성이로 삐뚤삐뚤 아무리 진수성찬에 꾀임 냄새 군침은 흘릴지라도 숟가락 덥석 얹지 않는다 날갯짓 안무였다가 퀵 댄스였다가 바다 절벽에 날아 앉았다 갔다 왔다 파도는 끊임없이 사랑한다, 철썩철썩 따개비 콕콕 쫏다 파래 한 잎 쫏다 그 몸짓 모른 채 봄인지 여름인지 구별 못해 입만 뻐끔뻐끔 눈만 멀뚱멀뚱 **멍텅구리 보고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훌쩍 날아 가버려 소식 없다 외롭게 바닷가서 나무늘보 동작으로 입만 크게 벌렸다 닫았다 헛바람만 마시며 후투티 새를 그린다 *여름 철새로 아름다운 새 4월에서 6월에 알 을 낳아 부화..

자작글-022 2022.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