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2 432

추운 겨울 견디다

추운 겨울을 견디다 /호당/ 2022.4.7 비 오다 개다 천둥 친 소리에 꽃 마디 고꾸라질 나이 흑백 영화 한 편 객석에 눈 돌리면 흐릿한 관객들 천둥 번개 소낙비 빗금 치는 영상 흐르다 돌다 뚝 끊어진다 그 겨울 추운 메아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허둥지둥 숨소리 가냘프고 누군가 마주 보며 밭침 없는 소리로 뱉고 되씹고 토하다 맥없는 헛기침 소리 들린다 짧은 겨울 해 얼굴 숨기자 거리는 뜸해지고 가게 문 닫는 소리 삐걱 터덜터덜 고무신 끌고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간다 아랫목 윗목 싸늘하지만 새끼들 장난치는 소리에 하루의 피로가 거기서 녹는다 혼자만 떠는 앞마당 노송 밤새워 내일 맞으면 비시시 눈 비벼 해님 맞으리

자작글-022 2022.04.08

실버 보조 보행기

실버 보조 보행기/호당/ 2022.4.6 유모차가 굴러간다 엄마의 사랑이다 끌거나 밀거나 우유병 빨거나 젖통 출렁거리거나 꽃망울 펄펄 펼친다 실버 보조 보행기엔 연민 憐憫이 있지 메마른 참나무 도막에서 표고버섯 솟는 꿈으로 걷는다 보조 지팡이 표고버섯 따내면 솟고 비 내리면 치밀고 꿈을 밀어간다 유년의 유모차나 실버의 보조 보행기나 희망을 굴리는 바퀴다

자작글-022 2022.04.07

곤드레 밥상

곤드레 밥상/호당/ 2022.4.4 팔공산 순환도로가 오랜만에 만난 듯 반색을 한다 봄 맞은 앞가슴이 신선해 콧방귀 벙긋거린다 이 골에서 저 봉에서 멀리서 가까이서 손짓하여 반긴다 부드러운 식감인 곤드레 밥상 상큼한 향에 당신과 내 맘을 뒤섞어 고소한 양념간장 뚝 뚝 정감 情感이 입속에서 확 퍼진다 나는 당신 통증을 돌돌 말아 삼켰지 처방전에 첨가한 곤드레 밥상이 드높은 효험을 기대해도 되겠지 밥상 뒤 커피 맛이 우리만이 몰래 가꾼 맛이 난다 팔공산이 더 선명하게 다가와 등을 민다 순환도로에 둘만의 행복이 깔린다

자작글-022 2022.04.05

병 문안 가는 길

병문안 가는 길/호당/ 2022.4.2 그는 제 몸 뚜껑 열려 미로를 걷다 헤쳐 나오면 태연하다 둘만 넘으면 헛갈린다고 배려하는 병 문안자의 말이 헛갈린다 말 하나 타고 하나 말고삐 잡으면 가장 알맞은 뚜껑 개패 방식이다 그 집 가는 길이 넓다 오늘은 딱 두 사람만 다닐 정도로 좁다 내가 억지로 넓힐 수 없고 둘 넘으면 헛갈려 딱지 떼일 수 있겠다 모든 뚜껑은 닫을 때 열 때가 발라야 한다

자작글-022 2022.04.03

꽃 /호당/ 2022.4.1꽃을 피워냈다옆에 다정한 친구들이또 피워내라 재촉한다어깨 으쓱해 꽃망울 터뜨렸다벌 나비 별로 모이지 않네어깨 스치는 이들 코를 흔드는 시늉꽃이 시들고 바싹 말랐다빛도 향기도 모양도 별로인 것진한 색깔과 향기는 매력인 것을꽃이 갖출 품성인 것을십여 년을 침묵했다침묵에는 내면의 고뇌가 있다땡추가 싫어 닦고 갈았다꽃을 피워냈다우르르 몰려온다 벌과 나비손때 묻도록 시렁에 꽂고

자작글-022 2022.04.01

자작나무 얼굴로

자작나무 얼굴로/호당/ 2022.3.31 언듯 부는 바람에 일일이 화답하는 자작나무 이파리 발랄한 얼굴로 고오 고오 2년여 계속하는 코로나의 공포에 맞선 얼굴들 선 자리에서 맴돌거나 팽이를 치거나 병상 체험하거나 자기만의 방식이 고착해간다 포연의 장벽이 더 짙어지기 전에 한자리한 자작나무 얼굴들 애인 맞은 심정으로 싱글벙글 아무도 돛대 새우거나 오연 傲然 하지 않아 돌출한 파열음 하나 없어 화음으로 껄껄 허허로 마무리한다 흐릿한 골목 지날지라도 자작나무 얼굴로 날자 시작노트: 모임 중단 후 재회 희열을 공유한다 발랄한 자작나무 이파리처럼 살자

자작글-022 2022.04.01

오늘 안녕하신가

오늘 안녕하신가 /호당/' 2022.3.31 오늘 하루가 안녕하신가 묻고 싶은 날 삶이 뚫려 새는 걸 틀어막는데만 하루가 안녕하신가 기웃뚱 선체는 기울고 폭풍에 밀린 파도는 이빨 허옇게 드러내 마구 씹어 삼킬 듯 정신 잃으면 오늘 안녕하신가는 곤두박질할 것을 다행히 정신만은 꼿꼿이 새우려니 통증이 따른다 하루를 지세는 검은 밤 마지막 구멍 막아놓고 어두운 숲으로 스며들 때 하루 안녕하신가? 대답한다

자작글-022 2022.03.31

나의 하루

나의 하루/호당/ 2022.3.29 뒤뚱뒤뚱 흐릿흐릿 어둑어둑 다리 눈 귀 찔끔찔끔 쨀쨀 째엘 끙끙 끄응 요실금 변실금 전립선 절단선 대소변 변비 실비 이슬비 나의 하루 돌돌 말다가 어금니 하나 아얏 모래 하나 박살내고 말든 말든 절로 절로 말린다 검은 염소 한 마리 밤을 오물 오물 오물 불콩 흑콩 와르르 밤을 돌돌 굴리다 굴리다 꾸벅꾸벅 쿨쿨 쉑쉑 검은 실꾸리 돌돌 감다 가암다 햇살이 뒷덜미 돌돌 감는다 또 하루 눈뜨고 긴 하품 한다

자작글-022 2022.03.30

젓가락질

젓가락질/호당/ 2022.3.28 한때 왼손잡이가 천하의 황제가 되자 우르르 몰려 왼손을 번쩍번쩍 쳐들고 왼손으로 젓가락질해야 밥술이나 챙긴다고 왼손잡이 *行世가 판치던 적이 있다 오른손잡이가 더 자유로운 걸 내 우측 눈이 이상증세 착시현상이 나타난다 지난 적 주문 식단 하라는 황제의 명 하는 척 시늉만 낸 굳은 돌이 절대로 반찬 맛이 배지 않았지 우측 눈을 대 수술받아 착시는 사라져 천지가 환하다 젓가락질 좌측이든 우측이든 모두 자기 몫은 한다 가장 자유로운 젓가락질은 내 오른손이다 *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어떤 당사자인 것처럼 처신하여 행동함

자작글-022 2022.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