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3월에 /호당/ 2022.3.5마음도 몸도 오싹했었는데너를 만나 마음 누그러진다가득 봄 햇볕 안은 버들강아지복슬복슬한 마음을 펼쳐푸른 기를 쏟아내려 꿈틀한다젖 달라 기를 쓰고 울어대던 아기젖꼭지 물고 옹알이하는 것 봐마음이 누그러지면 태평하다니까긴장을 풀면 언 땅은 녹아푸른 생명을 잉태하려 태동한다3월이여고로쇠나무는 벌써 수액 흘리고말라 벌벌 떨든 매화나무 꽃피웠다한결 따뜻한 봄볕으로 잠든 나무를 깨운다긴장 풀고 모두밝은 쪽으로 눈 돌리자 자작글-022 2022.03.05
당혹스럽다 당혹스럽다/호당/ 2022.3.4 뒤뚱거리며 기어 올라 90고지를 눈앞에 두고 window를 열었다 닫았다 즐긴다 모 신문을 불러내어 노닥거려 좋았지 종전까지 태연한 얼굴이 아닌걸 조금 놀아주더니 아니 당신 누군데? 싹 안면 가린다 문패를 보였더니 그런 사람 모른단다 인증받으란다 나야 나 증명하려 끙끙 할 수 없어 문패와 열쇠는 물론 우주를 헤엄치는 노까지 보여 도움 요청했다 고마운 분 새 열쇠를 보내고는 인증을 거치면 해결한다나 인증 요청 클릭 민낯 클릭 클릭 턱도 없다 메시지를 보내왔다 chrome 외에 몇 가지 사이트를 내려받아 메인 페이지로 바꾸란다 허 참 내 구리 열쇠로는 안 되는 군 원인을 알고서 당혹스럽다 높은 곳에 올려놓고 고가 사다리를 걸쳐야 문이 열린다니 자작글-022 2022.03.04
부부 부부 /호당/ 2022.3.3 이쪽 계곡물 반병 저 산 넘어 옹달샘 물 반병 길러 한 병으로 채워 뒤섞은 생명수 한 병이다 서로 등 긁어주다 시원찮으면 웃통 벗어 던지고는 빡빡 긁어 달라고 한다 아내가 사타구니 가렵다고 안티프리민 발라 달라 치마 걷어 올린다 태연히 발라주고 등 툭 치는 그런 사이 부부다 사랑의 서약은 결혼 때부터 굳은 맹세 뭉치는 세월에 풍화작용해도 여전히 굳어있다 젊을 때 각각 주머니 꿰차지만 늙어 경계가 흐릿해진다 보이지 않은 밧줄로 꽁꽁 묶여 자식새끼 잘되라 바라보는 그런 사이 부부 자작글-022 2022.03.02
지난 세월 지난 세월/호당/ 2022.3.2 꼬불꼬불한 길은 오래 걸었지 걷다 보니 대로가 나오더군 신나게 승용차를 타고 달렸지 65년식 차단기가 내려 그만 쉬라 하더군 너무도 오래 걸어온 길 쉴 곳 아파트 한 채뿐 이건 어디냐 아무리 주려 짜 봐도 더 흘러낼 것은 없더군 따뜻한 방에서 돌아볼 여유 있으니 밥상 마주 앉아 긴 세월로 익힌 밥 한 그릇 비워낸다 삶을 만족할 줄 안다 자작글-022 2022.03.02
느릅나무 느릅나무/호당/ 2022.3.1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다. 모세혈관 같은 가느다란 가지마다 피가 흐른다 앙상한 뼈만 드러낸 그물망 같은 이건 내 겨울나기 몸짓이다 한철 가장 힘든 고비 인간은 나서 고속도로만 달릴 수 없는 시련을 극복하는 것이다 모세혈관 같은 내 몸 끝으로 해님 향해 꾸준히 교신하는 중 따뜻한 화답 곧 올 것으로 기다린다 힘이 불끈 솟으려 아랫도리로부터 힘을 밀어 올린다 시련을 이겨내는 것이 삶이다 자작글-022 2022.03.02
양배추 양배추/호당/ 2022.2.28 길바닥 난전에서 촌로로부터 양배추를 샀다 속살 하얗게 드러내고 랩으로 가린 볼 테면 실컷 보라지 내 몸태 어때? 거리를 활보하는 아가씨 같은 양배추는 대형마트 신선 대접받는다 촌 아가씨처럼 속살 감추고 수수한 몸차림으로 길바닥 난전 아무렇게나 놓여 2월 추위에 떠는 양배추도 있다 비록 화원에서 애면글면 보호받는 꽃 바람맞거나 자력으로 커온 야생화 같은 양배추도 있다 삶이다 삶은 천층만층 어디 있는 양배추든 씹어 먹어 만족해야 한다 자작글-022 2022.03.01
떨어지는 소리 떨어지는 소리/호당/ 2022.2.28 떨어지는 소리가 즐거울 때가 있다 속살 여무는 계절 일한 보람이 떨어진다 툭툭 탁탁 사르르 솰솰 각기 다른 음색으로 긴장대로 혹은 막대기로 기계로 두들기거나 싹득 싹득 베거나 이건 고문이 아닌 거든 조락을 마무리하는 수단이지 그 소리 즐겁다 떨어지는 소리 끝엔 불쑥 행복 버섯이 솟아난다 탈탈 털어 내어주고 맨몸으로 내년을 꿈꾼다 따뜻한 손으로 받아들인 다음 기름진 마음 듬뿍 그들에 돌려주어야 한다 자작글-022 2022.02.28
푸른 것들 푸른 것들/호당/ 2022.2.27 찔레나무 밑동에서 불쑥 솟은 찔레는 싱싱한 풋내끼리 푸른색 발동한다 바다 건너 외딴섬에 있거나 말소리 다르거나 피부색이 다르거나 푸른 광채 총알 발사하는 것은 사랑이다 산을 넘고 바다 건너 한 달이 걸리던 2,3 년 걸리던 비행기 접어 날리는 것은 하늘이 내린 사랑이다 수많은 별 중에 하나 내 가슴 툭 떨어져 함께하는 것은 운명적인 사랑이다 지구상에 푸름은 푸름끼리 아바타가 날아 섬광을 날린 사랑을 부모님도 말리지 못한다 지금은 21세기 광속시대에 걸맞은 사랑은 푸른 것들의 특권일 게다 자작글-022 2022.02.27
동전 10원 한 잎 동전 10원 한 잎/호당/ 2022.2.26 5.60년 전만 해도 귀하신 몸이 지금 천대받는다 길바닥 동전 10원 한 잎 앞선 사람 밟고 간다 뒤따른 자 본척만척하거나 밟는다 왜 이런 신센가 사림들 배불뚝이 돼서 그런가 빙하가 녹아 수위가 높아져서 댐을 모두 헐어 흘려보내서 세월도 한몫했지 귀하신 몸 위 층층이 있어 짓눌리다가 홀대받는다 5만 원과 맞서려면 우리 또래 5,000잎이 모이면 한다 그 무게 그 부피 아무도 짊어지려 않지 억 억으로 노는 판에 그까짓 10원 은행 연못에 던져 풍덩 소리 내면 잘 대접받는 거다 억. 억 소리 예사로 통용하는 판 나는 억장이 무너진다 자작글-022 2022.02.26
봄 봄 /호당/ 2022.2.25 겨울의 긴 꼬리 끝점에 버들강아지 뽀송뽀송 봄의 생동이다 냇물 얼음장 밑으로 버들피리 꼬리치는 몸짓 봄을 맞는 연출방식이다 새들이 떨리는 울음은 안정된 음정으로 지저귄다 봄을 연주하는 화음이다 말라 고꾸라진 갈대 은밀한 푸른 생을 밀어 올려 대를 잇는다 소리친다 떨리고 웅크린 사랑 해님의 은총이 대지를 데우면 푸른 들판으로 도약의 기운을 하늘 향해 구름에 실어 띄우겠다 나의 봄은 대자연이 너그러워짐으로부터 시작한다 자작글-022 2022.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