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2 432

느릅나무-1

느릅나무-1/호당/ 2022.5.25 늦봄에서야 속까지 내다뵈는 연푸른 옷매무새 산뜻하다 몸뚱이 우락부락한 권투선수의 글러브 같은 혹 달아 바깥 정보를 모아 온몸으로 날라주는 우체국 같다 6월 햇볕이 짓누를 때야 속살 감추고 짙푸른 옷이 날개란 말을 들을 수 있겠다 내 할 일 다 한다는 푸른 맘 하나로 흑으로부터 끌어모은 정보를 샅샅이 분배하고 변조하여 날숨 뱉어 정화하는 느릅나무

자작글-022 2022.05.25

흥정( 쿠페아)

흥정(쿠페아)/호당/ 2022.5.21반려 식물인 쿠페아 꽃을 잃고 더 그립고 아쉬워대치하기로 했다흥정은 덜어내려는 줄다리기단칼에 베 버린다차디찬 시멘트 바닥에 못 박다니한발 물러서서 쿠페아를 안았다이 애가 새 주인에 마음 다 주겠다는 듯눈망울 총총 파란 꽃 오롱조롱간절한 맘을 읽은 그는 통하지 않은 흥정내 맘이 흡족하면 만사가 편하다

자작글-022 2022.05.22

벌개미취꽃 사랑

벌개미취 사랑 /호당/ 2022.5.21 운암지 둑에서 벌개미취꽃 활짝 피고 하얀 마음 살랑살랑 내보인다 씨족으로 뻗기를 기다리다 내 가슴에 덥썩 끌어안았다 베란다에서 싹 틔워 봄을 기다려 새 보금자리로 옮겨놓았다 시치미 뚝 떼고 내 마음 알아주지 않는다 입 다물고 대구 없이 한해를 지난다 이 애 여물었는지 꽃을 피워 생긋생긋 웃음 짓는다 열아홉 순정을 하얗게 보인다 살랑살랑 꼬리치면 여문 거야 씨족에서 부족으로 집성 촌락으로 번성할 것이다

자작글-022 2022.05.21

7번째 동창을 열고

7번째 동창을 열고/호당/ 2022.5.19 밀봉해 두었던 동창 확 열어젖혔다 코로나 때문에 위축한 시류 이제는 부풀려도 좋단다 꼭꼭 닫은 동창 문을 열어 놓았으니 팀파니로 오라 코로나보다 더한 세월에 핥긴 낯바닥 지폐 紙幣는 너절할지라도 가치는 구겨지지 않는다 반가운 마음이 구겨지나 더 빳빳하다 성찬이다 막은 봇도랑 확 틔워 흘러 단번에 마른 논바닥은 인정으로 가득 행복한 나이 시한폭탄 장착일랑 생각 말라 동창은 상시 열어 놓을 테니 밤새 안녕하시라

자작글-022 2022.05.19

운암역 광장

운암역 광장/호당/ 2022.5.18 운암역 광장 느티나무 밑 벤치에서 조망할수록 내 맘 우물에 밥풀 묻은 시어가 괴인다. 하늘 열차가 잠시 멈췄다 떠나면 말의 조각들 비눗방울처럼 날아 난다 쌀알 문장 좁쌀 문장 꽃필 문장 어느 것 취할지 어리둥절하다 가방 멘 구문 중절모를 쓴 툭툭 끊긴 문장 미끈하고 수려한 어절 은어비늘 번뜩이는 신선한 시어 모두 모아 적으면 뒤죽박죽 하겠다 골라서 가장 낯선 이미지를 그리자 운암역 광장은 내 허방을 채울 곳 곡기 묻은 입술에서 시어가 우수수 떨어진다

자작글-022 2022.05.18

강원탄광

강원 탄광 /호당/ 2022.5.18 시커먼 아가리 벌린 입천장 여인의 치맛자락 휘날려 향수 뿌린들 시커멓다 석탄불 이글거림에 팔도강산 불나방 날아든다 석탄불 활활 탈수록 강물은 먹물로 울컥울컥 한 집 건너 총총 삼겹살 구워 지글지글 석탄불 불꽃 꺼지자 탄 더미 깔린 영혼의 인광이 얼른거린다 모두 어디로 갔나 물은 맑게 흐르고 떠난 연어는 회귀할 줄 모른다 카지노판 한 모퉁이서 행불행이 뒤범벅된 속에 꺼진 불이 더 많다 몰락한 왕족 같다 탄가루 날지 않으니 내 목구멍이 칼칼하다

자작글-022 2022.05.18

축하난49

축하 난 49/호당/ 2022.5.15새파란 낯바닥에 눈알 반들반들참새떼처럼 짹짹짹흑판 탕탕 조용히 해단물만 쪽쪽 빤 참새떼숙제장은 빈 쭉정이파대* 휘휘 돌려탕! 탕! 참새들 쫓긴 채 부들부들거실에 앉은 난 49무임 승차할 얼굴들이나를 바라본다추억으로 묻어 둬요파대 소리 기억나49회들 마음 함께한다조심조심 건널 세월새파란 난의 기상은당신들의 모습*破帶:농촌 가을철 논밭에 참새 쫓는 기구.짚을 꼬아 만든 줄 끝에 삼,말총,짐승 가죽을 달아 길이 2-3미터 이것을 휘돌리다가 반대로 획 감으면 총소리가 난다

자작글-022 2022.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