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2 432

알토랑 추어탕

알토랑 추어탕/호당/ 2022.1.7 코로나 정국으로 얼어붙은 엽전을 젊음의 입김으로 녹여 내 품에 넣고야 말겠다 파리 날리는 뒷골목 꿀벌 낮 놀이하는 앞 골목 매혹된 맛의 향이 구분한다 아가씨의 보조개 매력에 첨작한 홍시 한 개 또 덧씌운 젊음의 눈동자 알토랑의 손맛으로 끓인 추어탕이 오감을 자극해 사로잡히고 말았다 한 번 왔다 간 옷가지들 도깨비바늘 달고 오겠다 경련하는 내 입술 첫 키스의 향이 머문 듯 자주 머물고 싶다 맛의 날개로 하늘을 휘어잡겠다

자작글-022 2022.01.08

0.1초의 시간

0.1초의 시간/호당/ 2022.1.7 흰 머리카락이 더 밝게 보일 나이 시간에 부담 갖지 않은 생활에서 만나고 약속한 시각은 상대를 기다리게 하지 않으려는 내 성정 오늘은 경우가 조금 다르지만 0,1초 차이로 3호선 모노레일 문은 닫았다 0,1초가 5분의 여운을 남긴다 0,1초 차이로 문을 닫는다면 응시의 문에서 낙방하고 생명의 문에서 생사가 갈라진다 다음 차례를 기다리면 돼 기다려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있다 시내버스는 기다리면 온다 빈둥대기만 하다 기다림은 낙방하고 영감 없는 기다림은 하얀 메모지가 *자부라진다 때에 따라 0,1초가 운명을 바꿀 위력이 있다 누구나 주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 * 폭삭 주저앉다

자작글-022 2022.01.07

간담회

간담회/호당/ 2022.1.6 개관 패관의 반복 코로나 19 칼날 때문 봉사자들 간담회에 한자리에 들었으나 가장 늙은 고목은 나였다 흰 머리카락을 헌팅캡으로 가렸지 흐릿한 망막의 영상 어둑한 음향 이건 고산준령으로 가늠할 수 없는 멋대로 부는 바람에 실린 수신한 주파는 음향으로 변조할 수 없다 고주파든 저주파든 안테나 없이 해독하는 우리 문자 개관 날짜 온갖 바람에 스치는 메시지 모두 날려 가더라도 요점 한 점 가슴에 품으면 됐다

자작글-022 2022.01.07

칼춤

칼춤 /호당/ 2022.1.5 날씬한 여인이 칼춤을 춘다 강릉 해안 모래가 칼날의 광풍을 보고 겁에 질려 발발 떤다 칼날에 베이는 것 허공뿐 나비 나풀거리거나 독수리 내리꽂히거나 갈매기 헤딩하거나 하루살이 떼 날거나 모두 묘한 동작 카메라는 한 번에 만족하지 않는다 한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갑질이다 을은 굽실거리는 칼 춤 지쳐야 끝나는 춤 카메라 칼 여인 진땀 흘리고 쓰러진다 칼춤의 끝부분의 동작 최선을 다한 끝맺음이 아름답다

자작글-022 2022.01.05

파문

파문/호당/ 2022.1.5 그녀의 가슴엔 남다른 울림통을 가져 파문을 일으키지 어디 간들 해맑은 울림은 단지 맑은 해금 소리 같다는 구설 그녀의 가슴은 운암지 같다 언제나 고요하기를 어머니의 자애 같은 파문만 일으킨다 *구설수에 오른다 싶으면 해님은 빛 한 줄기 찔러 금방 잠잠해진다 이어 가슴속 깊이 맑음을 드러내 보인다 그녀의 가슴은 연못 연못 둑을 파문으로 피워낸 꽃들이 철철이 향 뿌려 **구설은 아름답다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운수 이 한마디씩 뱉는다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

자작글-022 2022.01.05

지게

지게 /호당/2022. 1.4 지게는 내 몸의 한 부분이다 집마다 봉분 몇 배 되는 두엄 인분을 골고루 섞어 뒤집기를 몇 번 하면 뿌연 김을 품어내는 농심이 숙성한다 봄이 풀리자 재촉하는 듯 이 두엄을 내 등짐으로 논밭에 뿌린다 무거울수록 등과 밀착하고 허리 어깨로 지탱한다 논밭을 가거나 산에 땔감을 하거나 언제나 나와 한 몸이 된다 깊은 잠을 자는 중에도 가끔 지게의 화신이 다독여준다 내 성장의 팔 할은 지게가 밑바탕이 되었다

자작글-022 2022.01.04

행복을 엮으려

행복을 엮으려/호당/ 2022.1.4 바깥은 귓불이 아리도록 시린 날 남쪽 창가에 앉으면 바깥을 잊은 체 따뜻한 열기로 비춰주는 당신 근 50여 년을 파 뿌리 희도록 얽혀 힘 실어주어 날갯짓하는 것은 따뜻한 치마폭의 힘이었다 내가 겨울나무가 되어 스님의 동한 거처럼 나를 닦는 기회로 생각하고 매진 중 당신은 해님처럼 따뜻이 힘 실어 줍니다 지난 것은 추억 지금 함께 있는 시각 남쪽을 향한 창가는 행복을 엮어내려는 나에게 해님과 달님 별님이 응원합니다

자작글-022 2022.01.04

삶은 험준한 산을 오르는 것

삶은 험준한 산을 오르는 것/호당/ 2022.1.3 겨울은 겨울 다와야 한다는 말 아무도 거역 못 할 자연인 걸 누가 손실을 따지는가 뒤뚱뒤뚱할 나이 오래 산다는 좀 사치스러운 생각을 걷기 운동으로 변명하려 든다 새해 연휴 첫 월요일 노점상들 일제히 침상을 펼쳐 삶의 현실에서 출발점을 달리는 모습이 처연하게 보인다 올망졸망 무더기 난전 채소를 펼치고 냉이 다듬는 노파 손이 파르르 떨어 삶의 진맥이 보인다 그 옆 홍시 바구니 몇몇 개를 지키는 노인의 얼굴 삶의 주름에 찬바람이 머문다 그 앞을 걷는 내가 미안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삶은 험준한 산을 오르는 듯한 힘겨움이 희비가 뒤엉켜 싸늘하다

자작글-022 2022.01.04

전화벨

전화벨/호당/ 2022.1.2 밥 짓기 반찬 만드는 부엌일도 버거운 나이 몸도 늙고 마음도 늙으면 잘해준 것 좋은 맘은 뒤로 섭섭한 마음이 앞선다 양력 1월 1 일 뭐 그리 명절도 아닌 그냥 쉬는 날 마음 두지 않았다 통증을 동반한 지병에 아침저녁으로 약 한 움큼씩 털어 넣어 마음 편치 않아 올해 새해가 더욱더 쓸쓸해졌다 내자의 자매들에서 신년의 덕담 벨 듣고 빈 가슴 메워주는 위안이다 핏줄에서는 무소식 저녁상 앞에 두고 아픈 맘 서러운 맘 묶어 벨에 실어 보냈다 더 늙을수록 전화벨 소리 듣기를 기다린다

자작글-022 2022.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