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 38

패딩

패딩 /호당/ 2024.10.30때로는 돌부리에 걸려 꼬꾸라질 날은운수라 생각한다코로나 예방접종친절한 의사에 당뇨검사를 부탁전번 170 오늘 74를 게시거짓말 같은 풍선이 둥둥뜬다딸애가 패딩을 보내온 것이조금 조여반환했더니 교환해 왔다참 좋은 나라맘이 붕 뜬다강물을 펄쩍펄쩍 튀는은피리처럼내 낯바닥에서 검버섯이 사라진다딸애의 효심에나는 동심이 된다오늘같이 기분 좋은 날.병마와 싸워 결판내는 날노송은 결승점을 끊고 있겠지.

자작글-024 2024.10.31

텅 빈 객석

텅 빈 객석/호당/ 2024.10.30흐릿한 눈으로 뒤뚱뒤뚱걷는 나이텅 빈 객석을 바라보면아직 살아야 한다는 생이 보인다가까이 다가가 만지면먼지버섯처럼 폭 터지는 것들은천정에서단단한 몇몇의자를 안고살고자 하는 골 파인 이랑이100세 허풍 같은 애드벌룬 뜬다곤한 밤이 오면 짝 잊은 듯깊은 동굴 헤매다찬란한 애인이 철석 하는 손바닥텅 빈 객석엔 삶이 앉는다.

자작글-024 2024.10.31

노송 한 그루

노송 한 그루 /호당/ 2024.10.29흐릿한 눈앞을 비틀거릴 나이추수한 들판을 바라본다새때들 한 무리삶이 처연하게 느낀다준령을 홀로 지키는 노송 하나고사목 바라보며 생각한다미래가 훤히 뵈는가 싶어마음 삭이려 기도하는 중이다팔랑대던 쑥부쟁이화려했던 꽃 간곳없고말라 바삭거린다누군가 성냥 확 그어대면한순간 화기 끝 재만 남겠지가난이야 참을 수 있겠지만병마와 싸워 결판내는 날노송은 결승점을 끊고 있겠지.

자작글-024 2024.10.30

갈대를 만나다

갈대를 만나다/호당/ 2024.10.28낯익은 허연 갈대 하나약국에서 만난다한때 엽록소 칠칠 흘려서예실 들락거린 힘줄 세워 잡은 붓 손이 진이 다 쏟아내갈대가 되었다메마른 갈대 붓 팽개치고외톨이다낯익은 갈대끼리 만나면반갑지 않으랴한때 신바람 불어 갈대끼리우르르 이 등 저 등 이 계곡 저 계곡 몰려활개 치던 것도 지난 일풀풀 하늘로 떠난 갈대들언제든 떠날 준비는 되어있단다혼자서 팔랑거려도 좋을 일에길들이자고 이른다.

자작글-024 2024.10.30

일요일 밤

일요일 밤/호당/ 2024.10.27일요일 밤은 맘 졸여괜히 잠 설친다십여 년을 눈감은 버들강아지와호두기를 불어댔거든근래 조그만 수당에 끌려이만한 대접 있더냐월요일 거뜬히 출근해휴게실에서 맘 추스른다열 시에 맞닥뜨려 호명하고 손뼉 치고호두기를 불어대면낱자가 풀풀 떨어진다돋보기 썼다 벗었다베끼다지우다입안에서 잘근잘근 씹는다퍼뜩 하루가 없어진다.

자작글-024 2024.10.28

어금니-1

어금니-1/호당/ 2024.10.25아래 어금니 발췌하고당연히 메워야겠다는 생각움푹 파인 구덩이새 흙 마르기 전에 새 흙 햇빛 보자어리둥절하고 있을 때40만 원에 6개월 후 임플란트로 메운다사인하세요웅덩이는 침묵 중새살이 살아나면 메워지겠지인터넷 검색스마트폰에 울린 아가씨 목소리그제야 내 방향이 잡힌다자기 부담 40만 원인 걸거울에 비친 입안아래 어금니 자국 움푹위 어금니 자국 허공아래위는 궁합 이룬다쓸모없는 임플란트쾌재를 부른다‘유레카’한마디 유효하겠다.

자작글-024 2024.10.26

어금니

어금니/호당/ 2024.10.24늙어 흐느적거릴 만큼 흐른 세월마지막 말을 뱉는 어금니의 말통증나와 끝까지 가겠다는 미련미련을 버리면 가벼워진다치과의사는 발췌부터 서둔다마취한들살아있는 감각은 존재를 외친다아픔만큼 참자처치한 솜뭉치는 두 시간을 물고 참으란다손톱 깎는 것처럼 어금니를 뽑았다마음 하나 상처 없다는 것미안하다임플란트는 6개월간 여행오늘부터 떠난다.

자작글-024 2024.10.25

낯익은 얼굴들

낯익을 얼굴들/호당/ 2024.10.23만남은 낯익은 얼굴에 안부를 찍을 수 있어느릿느릿한 발걸음이가벼워진다주름살 하나 더 늘지 않아 좋다풍파 없는 한배 탑승하고.그간 지난 풍경이나지금 풍경에 걸맞은 제재 취할 수 없는지문장이 밋밋하다녹음테이프 또 재생한다귀에 눌어붙어 그러려니무덤덤 넘긴다내 말 툭 끊고 가로채는 버릇여러 번 참고 참고 또 참자 오늘 따끔한 일침 놓았다민낯이 침묵한다만남의 광장에 발자국 찍고맛을 공유했으니하루가 슬쩍 지나간다.

자작글-024 2024.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