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를 만나다/호당/ 2024.10.28
낯익은 허연 갈대 하나
약국에서 만난다
한때 엽록소 칠칠 흘려
서예실 들락거린
힘줄 세워 잡은 붓 손이
진이 다 쏟아내
갈대가 되었다
메마른 갈대 붓 팽개치고
외톨이다
낯익은 갈대끼리 만나면
반갑지 않으랴
한때 신바람 불어 갈대끼리
우르르 이 등 저 등
이 계곡 저 계곡 몰려
활개 치던 것도 지난 일
풀풀 하늘로 떠난 갈대들
언제든 떠날 준비는 되어있단다
혼자서 팔랑거려도 좋을 일에
길들이자고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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