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들 얼굴들/인보/ 2022.1·2.19 듣기 싫지 않은 봉사란 말을 10여 년을 가슴에 품고 내 또래 얼굴에 모음 자음 꽃을 달아주었다 꽃을 읽어 향기 알아차릴 듯하면 훌쩍 날아가는 새가 된다 아쉬워 새의 날갯짓이나 얼굴을 잊기 싫어 그려보기도 한다 인연으로 만나 꽃말 준 얼굴 옷깃 스치고 떠나지만 잊히기 싫은 얼굴이다 자작글-022 2022.12.19
봄날은 갔다 봄날은 갔다/인보/ 2022.12.18 금계랍 같은 학창 시절아 얼음장 같은 자취방아 나를 길러낸 은행나무야 고맙다 암막 같은 동굴 헤쳐 나가니 햇볕 환하게 웃어주어 박가분 같은 향기 속을 질주하는 쾌속정이었지 팔랑거리던 청춘 봄날은 낮술처럼 깨어버렸지 홀라당 벗어버린 느릅나무 이 겨울 아무렇지 않은 듯 흘려보낸 봄날을 꿈꾸듯 침묵한다 자작글-022 2022.12.18
마른 풀꽃들 마른 풀꽃들 /인보/ 2022.12.17 360여 동기 풀꽃들 앞장서서 따라오라 외치던 목소리 목소리 잦아들자 마른 풀꽃으로 세월을 엮는다 태풍에 먹구름으로 날아온 조전들 시간이 획획 지날수록 앙상한 풀꽃들의 막숨 앞 가까이서 들리는 찌그러진 신음들 빳빳이 서서 넘어지지 않겠다는 버팀 비틀거리면서 무방비 속 태풍 맞는 마른 풀꽃들 자작글-022 2022.12.17
너무 쉽게 찍은 마침표 너무 쉽게 찍은 마침표/인보/ 2022.12.16 앞뒤 살펴 찍을 마침표를 너무 쉽게 찍고 아차 ! 자기 살을 꼬집는다 10시에 약속한 시각 8시에 출발하면 닿을 2시간의 여유 철철 넘친다 서두름 조급성 쉽게 점찍는 상반된 앞뒤 검진받는 병원에서 젊은 청년 보청기 직원 자식처럼 처신에 감동하고 귀가할 3호선 대합실에서 전화 한 통 벨톤사장의 말에 선뜻 점찍고 뒤돌아서서 제 살 꼬집는다 어쩌면 정부 보조금에 엉큼한 생각 너무 쉽게 넘어간 마음이다 자작글-022 2022.12.17
벨톤보청기 벨톤보청기 /인보/ 2022.12.14 청력 밝은 벨톤 사장의 환대 먹먹한 가슴 헐떡거리는 숨통 확 뚫려 시원한 물 벌떡벌떡 마신다 무성영화시대 변사마저 없다면 얼마나 답답했을 무위고의 얼굴들 스펙트럼을 통한 무지갯빛 내려 마른 계곡 적신다는 벨톤 황폐한 들판 황금 빗방울 내릴 것을 믿는 벨톤보청기 자작글-022 2022.12.15
보청기 보청기/인보/ 2022.12.13 보청기가 바싹 다가와 귀를 꼬드긴다 귀는 점점 멀어져가고 삶과 동반 종점까지 가야 하나 그건 너무 황폐한 사막이 된다 검색 결과 00보청기점지요 거기 위치는요 3호선 종점 2번 출구 경대병원역 종점이 군요 어디 사시지요 북구 00동입니다 낯익은 명패들 이 추운데 뭣 하러 왔어 00보청기 어디야 일제히 눈감고 돌아앉는다 여보세요 여기 경대병원역 종점인데요 용지역을 종점이라 했는데 모노레일 전동차 앞뒤 있나 수미상관 같은 구문을 듣기 생각 시차로 뒤죽박죽되었다 자작글-022 2022.12.14
마지막 마지막/인보/ 2022.12.13 애착 깊이 박힌 버들강아지에 마지막이란 말 뱉지 않는다 왁자한 인간 속에 입술 박고 한마디 보탠다는 자부심 때문에 산정 계곡을 오르락내리락 10여 년을 한결같았지 산정에서 표창장이 마음 흔든다 좋은 분위기일 때 그만 오르는 것이 좋겠다는 홀씨들 마지막이란 단호한 어휘 밖에 들어내지 않은 얼음장 같은 가슴에 금이 쫙쫙 시간이 지나면 봄눈 녹겠지 자작글-022 2022.12.13
감귤 감귤 /인보/ 2022.12.12 겨울철이면 감귤이 출현하자 그만 홀리게 한다 한 박스 통째로 온 집안을 새콤달콤한 향기로 채울 여력이 없어 얼마나 괴로운가 난전에서 한 무더기 하루 품 팔아 한 됫박 팔아 오듯 겨우 풀칠해 연명만 하면 정말 다행하지 않는가 그래도 어딘가 집안에 감귤 향 풍긴다는 것 겨우내 이어지도록 바라는 것이 헛배 부르는 것보다 낫지 감귤이 창가에서 화사한 몸짓 무척 괴롭지 않겠나 달콤한 키스 맛 혓바닥 찔러 침샘이 바싹바싹 마른다 자작글-022 2022.12.12
매운탕 속으로 매운탕 속으로/인보/ 2022.12.10 시뻘건 국물 매운탕 맵고 시원한 향기 진한 특유한 맛이 뽀글뽀글 끓는다 여섯 입술에 매운탕을 떠 담으며 거기 진한 마음도 담아낸다 우려낸 향은 마음이다 입술이 벌겋도록 토해낸 구문들 미리 보따리 보따리 챙겨 온 것은 못다 한 마음이다 차에 실어준다 겨울이 정에 녹아 훈훈하다 함께한 매운탕 속으로 숟가락 달각거린 그 맛 그 정 그 얼굴들 자작글-022 2022.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