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2 432

만추

만추 /인보/ 2022.11.22 비 오다 게다 노을 지는 나이 늦가을 끝 초겨울 입구 고목의 노래 들린다 텅 빈 들판에 그루터기가 서리 맞아 오돌오돌 떨고 새 떼 내려앉았다가 총포 같은 울림 탕 탕 탕 후딱딱 깃털 떨어져 빙글빙글 날고 이쪽 산을 바라보면 남 먼저 헐벗은 고목 하나 할 일 없다 잔가지만 흔들고 조무래기 나무들 생생한 잎 한들한들 할아버지 홀딱 벗었다 얼래리 꼴래리 남 속 모르고 탓해 뭣하리 만추의 쓸쓸함을 알기나 하나

자작글-022 2022.11.22

에완견

애완견/인보/ 2022.11.20 사랑이 넘치면 병이 된다 휴면기에 시클라멘을 과잉 보호하다가 그만 실패하고 말았다 애완견을 끌고 가는 여인 살이 너무 저어 뒤뚱뒤뚱 비만한 사람 배불뚝이처럼 사랑은 절재가 필요하다 지나침은 불급보다 못하다 과잉 친절 과잉 호의는 거부감만 키운다 지나친 영양식 지나친 사랑 애완견에는 배불뚝이 아이들엔 자립심이 결핍한다 과잉 사랑은 득보다 실이 많다

자작글-022 2022.11.21

아버지의 사랑

아버지의 사랑/인보/ 2022.11.20 아버지는 어릴 때 하늘나라에 가셨지만 가슴속에 언제나 살아 계신다 6.25 때 전쟁터에 꼬맹이들 신난 듯 가보면 포탄 실탄 등 흩어져 비참함을 알기나 하나 탄착한 박스 주워 실탄의 탄두만 빼고 안의 화약을 한 알 두 알 불에 넣어 폭발하는 것이 재미로 참 위험한 무식한 놀이였지 아궁이 앞에 다리를 벌려서 소죽 끓이다가 부글부글 끓으면 뒤섞는 중 탕! 폭발과 동시 탄알은 정강이를 스치고 튀었다 불 아궁이에 앉았더라면 끔찍한 생각 아버지는 가슴에 있었기에 변을 면했다 아버지는 가슴에 항상 수호신으로 계신다

자작글-022 2022.11.21

유리병

유리병 /인보/ 2022.11.21 유리병은 약속을 지켜 사람에게 고운 모습 보이려 한다 제 몸 안의 알갱이들이 서로 붙들고 의지하고 단단한 모양을 이룬다 붙들고 의지하는 것은 약속이다 좋은 명제를 가끔 믿을 사람 없다는 잠언이 생각난다 파기하면 유리병을 전체가 허물어진다 한 번 맺은 언약이든 손가락 맺음이든 계약서든 끝까지 지키는 의리를 가끔 식언 한다 유리병보다 못 한 사람이다

자작글-022 2022.11.21

비둘기 떼

비둘기 떼/인보/ 2022.11.20 운암역 광장과 노점상의 빈틈 비둘기 떼 부리 바글바글 살려는 바둥거림 빈둥거림보다 보기 좋다 콩나물시루 훑는 일 인간이 버린 콩나물 부스러기 성찬 한 상 받은 밥상이다 먹이 찾는 일이 내 일이다 여기 있을까 저기 있을까 날다 걷다 눈알 굴리다 부리로 콕콕 쫓거나 삶이 공짜는 없다 인간 발걸음 소리는 훼방이다 푸드덕 날다 금방 모여 바글바글 성가시게 굴지 말라 구구구 내 일거리 찾아 부리 쫓는 일이 내 삶이다

자작글-022 2022.11.20

그녀가 부른다

그녀가 부른다/인보/ 2022.11.17 코로나19는 3년째 접 든다 그녀가 보고 싶다는 신호가 왔다 온몸이 근질근질한 것은 그녀의 신호다 외면할 수 있겠나 알몸으로 풍덩 그녀가 용솟음치는 진원지에 몸을 맡겼지 융기와 침강을 진정해 줄 수 없어 부끄럽다 파도타기는 아랫도리 불끈 힘 솟을 때가 좋았지 너의 얼굴을 원 없이 바라보고 잠겼다가 산뜻해졌다는 것에 만족한다 언제나 부글부글 욕망이 끓는 너 남자의 마음 달래주고 마음 산뜻하게 씻어주어 고맙다

자작글-022 2022.11.18

학정로

학정로/인보/ 2022.11.17 학정로 양옆 느티나무 가로수(숲)는 두고 그 외 모두 대수술했다 더하고 빼고 곱하고 아직 쓸 만한 눈 귀 이건 20년을 훌쩍 넘겼어 관용 비품은 내구연한이 있지 멀쩡한 관용차 대치하는 것 흔히 본다 새로 태어난 스크루지가 됐다 고목 된 인생도 장기 등 확 바꾸면 젊은이로 살까 그렇다면 갑부들 수명은 삼천갑자 동방석이 되겠다 학정로의 변신은 사람 변신보다 못하다

자작글-022 2022.11.17

바다는 살아 있다

바다는 살아있다/인보/ 2022.11.13 넓은 바다를 보라 어머님의 자애로운 가슴이다 바다를 나가면 어머님의 교훈을 느낀다 이다 아니다 옳다 그르다 체험할 것이다 매를 들었다 하면 혹독하다 거품 품어 큰 파도로 포효한다 배를 뒤집거나 절벽을 후려쳐 깎아내린다 자애로운 어머니상으로 돌아오면 바다는 고요하고 보드라운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다독인다 바다는 생동하는 어머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바다를 대하자

자작글-022 2022.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