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2 432

한 우물파다

한 우물 파다/인보/ 2022.11.6 혓바늘과 구혈이 듣는 날이 나를 담금질하는 기회가 된다 하늘만 바라보고 우물 파고 끝장을 보고 말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드디어 앞장서서 직진을 독려하고 다독여주고 불평자는 맥주병을 안긴다 직진은 그리 쉬운 일 아니다 장애물은 비껴가거나 걷어내고 시비 걸고 매달리면 내 가지가 휘어진다 그때는 마주한 얼굴에 홍어 한 점 그 유독한 냄새에 그만 흐물흐물 우물을 파서 바닥 난 것이 아니라 임계점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이다 할 일 만들어 백수에서 벗어나려 시의 경전을 파고든다 두번째 우물을 판다 파고 또 파고 시맥을 잡아 은유의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우물 가득 찰랑찰랑하도록 직진한다

자작글-022 2022.11.06

컴퓨터 ,인쇄기의 반란

컴퓨터 인쇄기의 반란 /인보/ 2022.11.6 컴퓨터 자판기는 매일 때려 화면의 얼굴은 시시각각 바꾸어 반긴다 인쇄기는 늙고 싫증을 부려 인쇄 종이를 물고 놓지 않는다 두 친구는 언제나 내 곁에서 내 비밀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 혹사당한다 느낀 그들 골탕 먹이면 할 수 없어 고스란히 당한다 얌전히 인쇄해주다가 종이 무는 것으로는 한이 차지 않아 인쇄 여백을 달리하고 시치미를 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달래고 토닥거려 작동을 독려하는 것뿐 결국 상담사는 한 시간여 제자리를 붙들게 했다 토라진 마음 돌리는 것은 사근사근 대접하고 함부로 다루지 않는 것 내 무지가 백기를 들고 흔들었다

자작글-022 2022.11.06

바다 체험

바다 체험/인보/ 2022.11.6 체험은 처음 당하는 교훈이다 이른 새벽 바닷바람이 싸늘하다 바다가 나를 보고 체험 왔군 좀 인내가 필요하다고 귀띔한다 옷차림이 어울리지 않아 바닷바람이 채찍질한다 덜덜덜 오돌오돌 어부는 안쓰러워 여분의 옷을 내어준다 배가 출렁거린다 태산이 나를 밀었다 당겼다 어부는 태연한 듯 동쪽이 불그레 지니 바다가 일제히 연지 곤지 찍고 해님을 맞는다 통통통 그물 내려라 구렁이 담 넘듯 뱃전을 넘는다 해님이 나를 보고 초년병이군 체험은 인간행로의 힘이 될 거라 격려하듯 온기로 감아준다 새벽 바다를 다스리는 어부의 노고에 경건한 마음을 갖는다

자작글-022 2022.11.06

발치

발치 拔齒 /인보/ 2022.11.4 이빨 좋은 이는 오복 중 하나 맛있는 음식 와작와작 씹는 미감을 쾌감으로 삼키는 기쁨이여 아픈 이빨은 발치가 내 *직성 아랫마을 윗마을 티격태격한들 아픈 소리 내지 않고 맛있는 갈빗살 뜯고 한다 참고 함께하려면 그만큼 인내심이 고무줄처럼 탄력이 있어야 한다 목구멍 가시 뽑은 기분 펀칭 백이나 복싱글러브 서로 맞고 때리고 아무도 아프다 소리 없다 속 시원한 펀칭 punching 아픈 마음 하나 뽑았다 *타고난 성질이나 성미

자작글-022 2022.11.06

알라딘중고서점

알라딘중고서점/인보/ 2022.11.3 중고와 새것을 아주머니와 처녀로 비교하면 어떨까 보라 손때 묻었거나 누구 품에 들었거나 밑줄 쳤거나 흔적 없잖아 중고품이 아니잖아 알라딘중고서점은 이런게다 인쇄소에서 직송이거나 몰래 더 박이 해서 왔거나 정규 도로를 이탈해 왔다 달 지난 월간지 역시 손때나 흠 없다 이름은 알라딘중고서점 내용은 정품 서적 정품을 한 등급 내려 판다 서민 주머니가 좋아한다

자작글-022 2022.11.03

그대들 오늘도 안녕하신가

그대들 오늘도 안녕하신가/인보/ 2022.11.2 저녁 그늘이 그루터기만 남은 밭고랑을 꿈틀거리게 한다 11월의 바람이 내 몸 오돌오돌 몸이 오그라진다 개미 떼 달려들어 따끔따끔하다 저수지는 누수 때문에 수위는 낮아지고 핼쑥해진다 그대 창안 스탠드는 졸고 있진 않을지 낙엽이 뒹군다 중심 잡고 좌정하라고 팽팽했다 느슨했다 이건 견디기 겨운 것보단 밤새 툭 끊어 짐 단잠 그대들 오늘도 안녕하신가 대답은 창밖으로 보내지 말게나

자작글-022 2022.11.02

시의 앞마당

시의 앞마당/인보/ 2022.11.1 그 언저리만 배회하고 문학의 뒷골목을 걷다가 그만 시의 진골목에 발 디딘다 아기는 자랄수록 백지장에 생각의 그림을 채워진다 아직 진골목 입구에서 서성이는 나 시어는 유통언어 은유나 상징 없는 밑바닥을 헤매는 지렁이 같다 앞마당에 발을 디뎠으면 남만큼 버젓한 진골목 깊숙이 들어 명시 하나 들어내야 한다 담배씨를 홈파듯 세공의 눈초리로 갈고 닦고 세월의 울력을 받아 진골목에 든다 나도 시인이 될 수 있을까 마음먹게 달렸으니 진골목을 밟고 밟고 앞마당이 반들반들하게 만든다

자작글-022 2022.11.01

꽃은 우상이다

꽃은 내 우상이다/인보/ 2022.11.1 어느 꽃을 보더라도 그 존귀함 그 순수한 그 아름다움에 대해 경건한 마음 가진다 꽃은 노인에 대하여 좋은 것만 보이려 애쓴다 꼿꼿이 서서 이지러지지 않고 향기 뿜어내고 내 등뼈는 꼿꼿이 세워 부러진 흔적 보이지 않으려 한다 꽃에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꽃도 그러하다 세월은 거슬릴 수 없지만 꽃 같은 시절을 닮으려 마음 불러올 수 있다 꽃 같은 시절은 지났어도 꽃 같은 마음가짐을 쌓는 데는 꽃을 우상으로 여기는 마음에서 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간다 꽃 속에 묻히는 날까지 꽃 같은 길을 걸으련다

자작글-022 2022.11.01

난향

"> 난향 蘭香 /인보/ 2022.11.1 허투루 대접했다간 단칼에 제압당할 얼비친 수작 말라 날카로운 눈매 수정 같은 눈알엔 총기만 가득하다 허튼수작 말라 오차 없는 잣대로 제압당하고 보면 상좌에 모실 품성을 알겠다 하늘의 기를 이어 푸르게 뻗는 기질엔 그윽한 향이 있어 매혹한다 갓 피는 처녀의 몸매에서 풍기는 향에 비교하랴 매서운 서릿발로 내리덮어도 청초한 푸른 절개는 비수 앞에 꺾이지 않는다 속물들 난의 속성 알아차려 난향이 얼마나 고결한지 알라 *화려하지 않으면서 맑고 깨끗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자작글-022 2022.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