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말을 듣는다/인보/ 2022.10.26 산사태만 나무랄 일이 아니다 땔감은 나무로만 해결할 시대 시간은 흘러 산은 나날이 옷은 짙어지고 따스하다 한다 아버지는 자식들에 두꺼운 솜옷을 입혀 겨울을 거뜬히 넘게 했다 산에 가면 나날이 잎이 넓어지고 산새들의 울림이 아름답다 산은 어험 큰기침하며 비대한 몸짓을 보인다 아버지의 오지랖은 나날이 넓어지고 산에서 땔감을 얻는 일이 죄악시할 무렵 석탄불은 우리 집을 따뜻하게 한다 모처럼 산에 갔다 산은 침묵하다가 삭정이 내어주고 비대한 몸을 줄여 달라 말한다 그 말끝에 낫이나 톱 도끼는 얼씬하지 않으니 내 몸이 편하다 껄껄거리면서 산새 산짐승을 잘 보살핀다고 으쓱하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