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2 432

산의 말을 듣는다

산의 말을 듣는다/인보/ 2022.10.26 산사태만 나무랄 일이 아니다 땔감은 나무로만 해결할 시대 시간은 흘러 산은 나날이 옷은 짙어지고 따스하다 한다 아버지는 자식들에 두꺼운 솜옷을 입혀 겨울을 거뜬히 넘게 했다 산에 가면 나날이 잎이 넓어지고 산새들의 울림이 아름답다 산은 어험 큰기침하며 비대한 몸짓을 보인다 아버지의 오지랖은 나날이 넓어지고 산에서 땔감을 얻는 일이 죄악시할 무렵 석탄불은 우리 집을 따뜻하게 한다 모처럼 산에 갔다 산은 침묵하다가 삭정이 내어주고 비대한 몸을 줄여 달라 말한다 그 말끝에 낫이나 톱 도끼는 얼씬하지 않으니 내 몸이 편하다 껄껄거리면서 산새 산짐승을 잘 보살핀다고 으쓱하게 말한다

자작글-022 2022.10.26

정순아보고자퍼서죽껏다씨펄

정순아보고자퍼서죽껏다씨펄/인보/ 2022.10.25 10월 말 바닷가는 을씨년스럽다 이 작자 화장실 들면 낙서했을 근성을 모래밭에 커다랗게 썼군 웃자고 쓴 토막글자 진실이 배긴 것은 아니군 새김이 들락날락 움푹옴푹 해님이 보고 그놈 짓궃다 씽긋 내리쬐다 구름 속에 든다 정순이가 보았다면 미친놈! 썰물이 와서 씻어버리자 적막만 쌓인 바닷가 모래밭

자작글-022 2022.10.25

간절한 꿈 뜨거운 도전

간절한 꿈 뜨거운 도전*/인보/ 2022.10.24 인문학의 산봉우리에 우뚝 선 네가 나를 보고 시어는 살아 있느냐 나는 우물쭈물하다 간신히 난간 끝을 비켜 숫돌 위에 앉아 몸을 비빈다 삶의 궤적이 너무 껄끄러워 냇물에 입을 손을 씼다 온몸을 풍덩 한다 인문학적 뼈대(소양) 없는 시 무골충을 거푸집 쌓고 시멘트는 양생 중이다 *저자: 고쾌선

자작글-022 2022.10.25

골목길

골목길/인보/ 2022.1023 밤은 깊어간다 이런 골목을 처음 만나 희미한 가로등이 내린 골목 안길 가옥들이 그만그만한 삶이 일상이 된 동네는 깊은 잠에 빠진 듯 고요하다 꼬불꼬불한 골목길 누군가 괴한이 나를 괴롭혀도 아무도 모르겠다 그 흔한 CCTV는 소외된 골목 길 가장자리는 메마른 풀들이 생을 마감하고 가끔 개짓는 소리가 유령처럼 들린다 이 동네는 그만그만한 살기 부자도 가난도 비켜 준 보통 사람들의 마을인 것 분명해 너무 후미진 골목이라 쭈뼛쭈뼛 머리카락이 선다 달빛도 없고 띄엄띄엄 골목을 지키는 가로등마저 졸고 있으니 여기저기 돌아볼 시간이 없다 빨리 빠져나가야겠다

자작글-022 2022.10.23

계절의 터널

계절의 터널/인보/ 2022.10.23 계절의 터널에 서 있다 매달린 것들이 손을 놓고 어딘가 새로운 터널을 만나려 해어졌다 툭툭 털어내고 쓸쓸한 몸 뒤척여봐야 아무도 돌보지 않는다 찬 서리 벌써 내려 푸른 것들에 대한 찬 고문 점점 퇴색하더니 드디어 떨어지고 풀풀 날리고 사방으로 제 갈 길 나섰다 누군가 저쪽에서 손짓한다 거기 머물러 있을 수 없다면 터널을 빠져나오라는 바람이 등을 밀어낸다 화려했던 지난날을 잊으라 얼음 덮인 징검다리 조심조심 건너오면 너를 반길 이도 있다 찬 가슴 녹아내면 새 희망을 안길 남쪽 여신의 입김을 맞을 거다 4개의 터널은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여정이다

자작글-022 2022.10.23

당신의 뒷면

당신의 뒷면/인보/ 2022.10.22 병원 처방 후 당신의 뒷면이 더 애처로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가을 햇살 아래 보이차를 마시고 해장국을 비워 낼 때 마주한 당신의 얼굴에 서광이 어린다 따뜻한 보이차는 내 속을 훑어 시원하게 당신의 마주한 얼굴에 화색이 보인다 G 방송국의 트로트 경연을 연이어 보낸다 트로트의 우물에 빠져 헤엄치고 좋아한다 아픈 것을 잊는 것은 최고 처방이다 밤을 지새우려 편안한 밥을 전하고 불을 끈다 새벽 1시에 살며시 들어보면 TV는 혼자 놀고 꿈의 장막에 가려 세상을 잊는다 잠자는 당신의 뒷면이 천사처럼 보인다 아픈 것을 잊은 꿈의 동굴에서 당신의 뒷면이 아름답다

자작글-022 2022.10.22

내 몸에 강인한 집착력이 있다

내 몸에 강인한 집착력이 있다/인보/ 2022.10.22 뭔가 얼음덩어리 같은 생각 뭉치가 붙어있다 이건 내 욕망이 가장 활발할 때 용솟음친다 얼음덩이 같아 굳으면 이를테면 흡착력이 강하게 발한다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가질 때 이상한 요물을 깊이 찾아들어 헤집고 덨지!텄지 !벗기고 벗기고 그만 토라져서 낯선 얼굴로 변해 반응이 없다 어쩔 텐가 살살 구실 거 사근사근하게 하자면 결혼상담소는 전적으로 다루고 있어 마음 돌리는 비법을 처방 받아서 달래고 어르고 내 맘의 집착을 내가 풀어나갔다 아가씨와의 서툰 연애는 강제로 품에 넣었다 밖에 팽개쳤다는 이런 대접받고 그냥 있을 아가씨는 없다 획 돌아버리면 내 집착이 문제다 내가 나를 알아야 상대를 안다 심리 공부를 하고 나니 아가씨는 춤추고 노래하고 동영상이 활동..

자작글-022 2022.10.22

상상의 원류

상상의 원류/인보/ 2022.10.21 유년의 밤은 곤히 떨어지는 잠이 상상의 허상이 먼저 자리 잡아 티격태격하다 햇살이 궁둥이를 찔러야 일어난다 그 당시 시골에는 감나무가 귀했다 초가집 둔덕 감나무 몇 그루 가을이면 유난히 탐스러운 감 몇 몇 개 첫사랑의 눈동자가 빤히 내다보는 듯 막연한 내 그리움이 매달려 나를 보는 듯 내 집 담 밖의 감나무는 상상으로 붉어간다 유년의 상상력은 티 없이 맑아 원류였다면 노년의 상상에 사심과 탐욕만 있어 상상은 뭉게구름이었다가 금방 사라진다 아니면 상상의 허상에 상고대가 핀다 갈수록 상상력은 원기를 잃어 메마른 셈이다

자작글-022 2022.10.21

구심천

구심천/인보/ 2022.10.20 지류로 흐르던 물이 구심천에 합류하고 강폭은 물론 수심도 깊어 팔팔 날 듯한 꼬리치기이다 구심으로 흘러 꼬리 퍼덕일 때 중국으로 일본으로 유럽주로 비상하고 활기찼다 구심천은 세월의 물살에 점점 약해지자 수심은 얕고 물이끼 끼고 잡초가 돋아 옛날의 정기를 잃어간다 그간 대홍수 이기거나 가뭄 맞아서도 끊임없이 물길 내어 바다로 흘리고 대지를 적서 푸르게 했다 수로의 역할은 끝나지 않는다

자작글-022 2022.10.20